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인구·자원 양날개로 쾌속 성장...‘글로벌 사우스’ 날아오른다
    지금 이곳에선 2023. 11. 16. 11:12

    인구·자원 양날개로 쾌속 성장...‘글로벌 사우스’ 날아오른다

    [WEEKLY BIZ] 정치적 몸값도 높아져

    반중친미 성향 보여

    홍준기 기자

    입력 2023.11.09. 19:00업데이트 2023.11.12. 08:36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그래픽=김의균

    “우리의 초청국 리스트는 ‘글로벌 사우스’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지난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주최국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인 한국·호주와 함께 개발도상국인 인도·브라질·베트남·인도네시아 정상들도 초대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글로벌 사우스’란 용어를 사용했다.

    지난 9월 인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국제 사회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고, 앞서 지난 1월 모디 총리는 화상으로 아시아·남미·아프리카 중심으로 125국 지도자들을 불러 모은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라는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지난 1월 화상 회의 형식으로 열린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 정상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인도 외교부

    올해를 기점으로 국제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가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거대한 축이 될 것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사우스는 대체로 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위치한 제3세계 개발도상국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북반구에 쏠려 있는 선진국들을 가리키는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호르헤 하이네 미국 보스턴대 교수는 WEEKLY BIZ에 “북미·유럽에 비해 가난하고 산업화 수준이 낮지만,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나라들을 지칭한다”고 했다.

    세계 경제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존재감은 부쩍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에 참가한 125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올해 11.9%에 달할 것으로 보여 2012년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던 비율(11.4%)을 뛰어넘었다.

    2012년은 이미 중국이 경제 규모 세계 2위가 된 지 3년째 되던 해다. 자원과 인구라는 두 가지 축을 발판으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빠른 경제 성장을 꾀하고 있다. 경제는 물론이고 지정학적으로도 글로벌 사우스의 몸값이 뛰면서 미국과 중국은 서로 자신들의 품으로 끌어당기기 위해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래픽=김의균

    ◇이제 브릭스 아닌 글로벌 사우스

    글로벌 사우스의 ‘맏형 국가’는 인도다. 인구와 경제 규모(GDP) 모두 인도가 글로벌 사우스 중 가장 크다. 게다가 모디 총리는 글로벌 사우스의 리더가 되려는 의지가 강하고, 저개발 국가들일수록 인도를 중심으로 뭉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 정상회의에 참석한 125국에는 세르비아, 벨라루스 같은 유럽 국가들도 포함돼 있다. 당시 참여하지 않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인도네시아, 남아공, 튀르키예도 대체로 글로벌 사우스로 분류된다.

    그래픽=김성규

    이제는 개발도상국을 가리키는 표현의 무게 중심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글로벌 사우스로 옮겨갈 조짐도 보인다. 특히, 지난 8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확대를 놓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내분 양상을 노출한 것도 글로벌 사우스가 주목받는 배경이 되고 있다.

    러시아·중국은 브릭스를 G7 또는 G20에 맞서는 대항마로 만들고 싶어하지만, 인도·브라질은 미국에 맞서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하고 있어 브릭스의 와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권위주의 정치 체제인 중국·러시아가 주축인 브릭스와 달리 인도 중심의 글로벌 사우스는 민주적인 체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특히,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이웃 나라들을 실제로 침공하거나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중국·러시아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 중국은 개발도상국들이 글로벌 사우스라는 우산 아래 인도를 중심으로 많은 나라가 뭉치기 시작하자 잔뜩 경계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지난 9월 사설을 통해 “중국이 빠진 글로벌 사우스는 가짜 명제”라며 맹비난했다.

    글로벌 사우스는 개발도상국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시대적인 키워드로 뿌리를 내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제3세계, 저소득 국가, 개발도상국, 신흥국 같은 서구 선진국 시각에서 만들어진 용어에 대해 비(非)선진국들이 거북함을 표현하는 것과는 다르다.

    ◇2028년에는 세계 GDP 13.5%

    글로벌 사우스는 빠른 속도로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키우고 있다. 지난 1월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 정상회의에 참여한 125국의 GDP는 1992년 세계 GDP의 6.1%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1.9%까지 커졌고, 2028년에는 13.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김성규

    맏형 인도는 지금은 GDP 세계 5위지만 빠른 성장 덕분에 4년 뒤인 2027년에는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미국·중국에 이은 GDP 3위로 올라설 것으로 IMF는 전망한다. 인도가 부상하는 만큼 글로벌 사우스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IMF가 내다본 올해 GDP 세계 순위에서 50위 이내 국가 중 글로벌 사우스 국가가 20곳에 이른다.

    인도에 이어 브라질(9위), 멕시코(12위), 인도네시아(16위) 등이다.

    특히 글로벌 사우스의 주요국들은 성숙 단계에 접어든 선진국들과 달리 쾌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 중 GDP 상위 20국 가운데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6국을 뺀 14국이 올해 IMF가 분류한 선진국들의 평균 경제 성장률(1.5%)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2025~2028년 사이 매년 6%대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제 성장률이 6.3%일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 역시 2028년까지는 비슷한 속도로 쭉 덩치를 키워나갈 것으로 IMF는 전망한다.

    이미 글로벌 사우스에는 쟁쟁한 기업들이 등장했다.

    증시정보업체 컴퍼니스마켓캡에 따르면, 시가총액(이하 시총)으로 세계 100대 기업에 글로벌 사우스 국가의 기업이 4곳에 이른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가 아닌 산업을 키우기 위해 설립한 지주회사 인터내셔널 홀딩이 시총 2386억달러로 세계 37위에 올라있다. 뒤를 이어 석유회사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53위), IT 기업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71위), HDFC 은행(73위) 등 인도의 거대 기업 3곳도 시총 세계 100위 안에 포함된다.

    매출 규모가 기준인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에도 올해 브라질이 9개 사, 인도가 8개 사, 멕시코가 3개 사를 올려놓고 있는데, G7에 속하는 이탈리아 기업이 5개 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사우스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콜롬비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튀르키예 기업도 하나씩 글로벌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래픽=김성규

    ◇자원과 인구, 성장의 양대 날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풍부한 천연 자원과 젊은 세대가 많은 인구 구조를 발판으로 경제 성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 광물들이 글로벌 사우스에 대량으로 매장돼 있다. 매장량으로 리튬 1위는 칠레, 니켈 1위는 인도네시아다. 코발트도 1위 콩고민주공화국과 함께 매장량 3~5위 국가가 모두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천연 자원이 풍족한 나라들이 경제 성장에 실패하는 ‘자원의 저주’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용 광물이 많이 매장된 나라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같은 동맹체를 결성해 힘을 키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광물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해 이익을 제고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산업을 키우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선진국의 수탈 기지로 이용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경제 매체 포브스는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 브라질이 ‘리튬 OPEC’을 결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생산국들을 규합해 좌장이 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거대한 인구도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힘의 원천이다. 인구가 1억명이 넘는 국가 15국 중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11국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이 높거나, 중위 연령이 낮아 앞으로 생산가능인구가 크게 늘어날 잠재력이 있는 나라들이다.

    브라질은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69.8%에 달한다. 경제 규모로 아프리카 1위인 나이지리아는 중위 연령이 17.2세에 불과하다. 이런 나라들은 노동력은 풍부한 반면 고령화에 따른 보건·복지 비용 부담은 적어 경제 성장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은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늘어나면서 경제 성장에 가속도가 붙는 현상을 말하는 인구 배당 효과를 장기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인구가 1억명이 넘는 콩고민주공화국(2090년)과 나이지리아(2095년)는 앞으로 60~70년 동안 인구 배당 효과를 누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테슬라·인텔도 글로벌 사우스로

    굴지의 다국적 기업들은 요즘 잠재력을 보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에 생산 기지를 늘리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70억달러 수준이었던 인도 내 제품 생산 규모를 5년 뒤에는 5배가 넘는 400억달러까지 늘릴 계획이다.

    피유시 고얄 인도 통상산업부 장관은 지난 1월 “애플이 전체 생산품의 5~7% 정도를 인도에서 만들고 있는데, 이 비율이 앞으로 25%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지난 3월 멕시코에 모두 150억달러를 투자해 대형 생산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인근에도 대규모 업무 시설을 만들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인도네시아 정부와도 투자를 논의하는 중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은 베트남에 15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테스트·패키징 시설을 구축했는데, 올해 2월에는 “투자 확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보쉬는 6500만유로를 들여 말레이시아 페낭에 반도체 테스트 시설을 짓고 지난 8월 가동에 들어갔다. 보쉬는 앞으로 2억8500만유로를 추가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 코로나 백신 개발로 유명해진 미국 바이오 기업 모더나는 지난 3월 아프리카 케냐에 연간 5억 도스(dose·1회 접종분) 분량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관련 기사

    중국보다 10살 젊다...인도, 10년뒤 세계 경제 넘버2 넘보는 이유

    ◇반중 정서 퍼지는 글로벌 사우스

    미국과 유럽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중국과 가까워지지 않도록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 9월 G20 정상회의에서 ‘인도·중동·유럽 경제 회랑’ 계획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해운·철로로 인도, 중동, 유럽을 연결한다는 계획으로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유럽과 가까워지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경제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나 모두 미국과 유럽에 도움이 되며, 중국의 ‘일대일로’를 저지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서방 언론들이 분석하고 있다.

    일본도 올해 G7 정상회의에 인도·브라질·베트남·인도네시아 정상들을 초대한 것처럼 글로벌 사우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7월 일본 정부는 인도와 반도체 연구·개발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도울 것을 약속하는 협력 각서(MOC)를 체결했다.

    최근 글로벌 사우스에서는 서방 선진국들과 거리를 좁히면서 자연스레 반중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인도에서 중국이 싫다는 응답은 2019년 46%였지만, 올해는 67%까지 올랐다.

    지난해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케임브리지대 베넷공공정책연구소가 각국 성인 1000여 명씩을 조사했더니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군대를 보내서 도와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나이지리아(55%), 케냐(51%), 인도(50%) 등 글로벌 사우스에서 절반 이상이었다. 글로벌 노스에 해당하는 영국(18%), 독일(19%), 미국(26%)보다 훨씬 높았다.

    그래픽=김성규

    ◇기술·교육·복지, 아직은 갈 길 멀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선진국과 경제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기술 발전 속도가 아직은 더디다. 인프라나 교육·복지 시스템도 열악하다. 또한 아직 저성장 단계에 있어 청년들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중남미(20.5%)와 중동(24.8%) 지역의 청년 실업률은 세계 평균(14.9%)에 비해 높은 편이다.

    글로벌 사우스가 더 빨리 성장하려면 막대한 국가 부채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대니얼 리 IMF 경제 전망 담당 총괄 수석은 “저소득 국가의 56%, 신흥국의 25% 정도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져있거나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IMF 분석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저소득 국가 45국 중 30국이 심각한 부채를 안고 있다. 영국의 자선단체인 ‘부채 정의(Debt Justice)’는 WEEKLY BIZ에 “개발도상국들이 부채를 갚기 위해 화석 연료 생산을 늘리면서 기후 변화 대응에 역행할 우려가 있다”며 “별개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홍수나 가뭄 같은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를 더 많이 보고 있다”고 했다.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https://www.chosun.com/economy/weeklybiz/2023/11/09/Y5LZZNNMQFDCJPWXNTGYWVSKE4/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