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지금 여기 유럽 /맥주, 그리고 맥주 아닌 것들에 대한 이야기
    지금 이곳에선 2023. 10. 24. 11:27

    지금 여기 유럽 /맥주, 그리고 맥주 아닌 것들에 대한 이야기

    2023

    10. 16

     
    잠깐, 웹에서 더 편하게 보시려면 👉 클릭

    VOL.9|2023.10.16


    안녕하세요? 독자님
    아홉 번째 편지를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난해부터 독일에 거주하면서 한국에 있는 동료, 친구,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을 꼽으라면 아마 "맥주, 진짜 맛있어?"일 것 같아요. 변형 버전으로는 "맥주 많이 마시겠다" "물보다 맥주가 싸다며?" 등등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옥토버페스트 가봤어?"도 그 중 하나인데요. 옥토버페스트는 매년 9~10월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맥주 축제입니다. '브라질 리우카니발', '일본 삿포로 눈축제'와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꼽힐 만큼 유명한 축제입니다. 지난 추석 연휴를 맞아 저도 처음으로 옥토버페스트를 방문해봤습니다. 오늘 슬유생은 옥토버페스트에서 확인한 이모저모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


    맥주, 그리고 맥주 아닌 것들에 대한 이야기
    옥토버페스트는 올해 188회를 맞았습니다. 1872년부터 매년 9월 중순에서 10월 초까지 열리고 있어요. 올해는 9월 16일부터 10월 3일까지 열렸습니다. 뮌헨의 상징인 바이에른 동상이 서 있는 테레지엔비제 광장이 매년 축제가 열리는 장소인데요. 42만㎡ 규모의 '초대형 공터'는 축제 기간이 되면 파울라너, 호프브로이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양조장들이 차린 '초대형 텐트'로 가득 들어찹니다.
    텐트에선 맥주를 마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밴드의 공연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거리엔 소시지, 구운 닭, 아이스크림, 각종 음료를 파는 상점은 물론, 청룡열차 등 각종 놀이기구는 물론, 사격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점포도 끝없이 늘어섭니다.
    대형 공터를 축제 현장으로 바꾸는 데만 꼬박 10주가 걸리고(올해는 7월 10일부터 공사 시작), 해체하는 데만 4주 이상이 걸리는(11월 10일까지 철거 필요) 그야말로 '초대형 축제'입니다.
    ① 720만 명 방문… '대성공'
    저는 축제 기간이 끝날 무렵 방문했습니다. 제 작은 바람은 그저 옥토버페스트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먹는다는 1리터짜리 맥주를 들고 사진 한 장 찍는 것. 그러나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방문객이 너무 많아 초대형 텐트에선 단 한 자리도 찾을 수 없었어요. 초대형 텐트로 들어가려면 엄청난 대기 줄을 감수해야 했고요.
    실제로 올해 방문객은 유독 많았습니다. 뮌헨시 발표에 따르면, 올해 축제에는 720만 명이 방문했다고 합니다. 축제 일수인 18일로 쪼개면 하루 40만 명씩 방문한 겁니다. 2022년에는 570만 명, 2019년에는 630만 명이 방문했다고 하니, 올해 옥토버페스트는 대성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행사 취소). 700만 명을 돌파한 건 1984년과 1985년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입니다. 독일 언론 BR24는 "역대 가장 따뜻했던 데다, 비가 별로 오지 않은 덕분"이라고 방문객 증가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10월 3일 휴일(독일 통일의날)까지 포함해 이틀을 더 길게 열어 축제 전부터 '방문객이 늘 것'이라는 예상이 어느 정도 가능하긴 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축제 장소에 들어가기 위해 개장 시간 전부터 대기 중인 인파입니다. 얼마나 사람이 많았는지... 짐작이 가시나요? 😂 (그리고 이 줄엔 저도...)
    ② 그런데 맥주는 덜 팔렸다?
    방문객은 예년보다 많았지만 맥주 판매량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뮌헨시에 따르면, 축제 기간 동안 팔린 맥주는 총 650만 리터입니다. 2022년 710만 리터, 2019년 730만 리터 등 예년 판매량보다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는 맥주의 인기가 전반적으로 시들해지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어 보입니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독일에 본사를 둔 양조장 등의 연간 맥주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2023년 상반기엔 42억 리터가 팔렸는데, 지난해 동기 대비 1억2,780만 리터 줄어든 것입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12.2%나 감소했다고 하네요. (▶관련 통계)
    대신 많은 사람들이 알코올 함량이 아예 없거나 거의 없는 맥주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알코올이 들지 않은 음료 판매가 50% 이상 증가했다고 독일 언론 ZDF 등은 보도했습니다. 따뜻한 날씨 탓에 먹으면 열이 오르는 맥주보다는 알코올이 없는 음료를 선호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뮌헨시 노동경제부를 이끌며 옥토버페스트를 책임지는 클레멘스 바움가르트너는 특히 소비가 늘어난 음료로 '물'을 꼽았어요. 그는 "일부 텐트에선 일시적으로 물이 품절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③ 맥주... 너무 비싼 거 아냐?
    그런데, 맥주가 안 팔린 게 혹시 '너무 비싸기 때문'은 아닐까요? 옥토버페스트 맥주 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올해 맥주 1리터 가격은 12.6~14.9유로, 맥주 1리터당 최소 1만8,000~2만1,000원 가량을 내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해보다 가격이 6% 더 높게 책정된 가격입니다. 지난해엔 1리터당 최대 13.8유로였습니다. 아래 사진은 맥주 한 잔이 14.5유로라는 호프브로이 양조장의 안내입니다.
    사실 옥토버페스트에서 맥주 가격을 인상하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2002년 유로화가 도입했을 때 맥주 한 잔 가격은 6.55유로였는데 매년 조금씩 올랐다고 합니다. '주인 마음대로' 정하는 가격은 아닙니다. 옥토버페스트가 독일을 대표하는 축제인 만큼 맥주 가격도 당국과의 협의를 거쳐야 합니다. 일단 양조장 측에서 음료 가격을 정하면 뮌헨 시에서 해당 가격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식입니다. 올해 양조장 측은 "에너지 비용, 텐트 건설 비용 상승 등 전반적인 물가가 올랐을 뿐만 아니라, 고물가에 맞춰 맥주 값을 올려야 직원들이 먹고 살 수 있다"며 맥주 값을 올렸다고 합니다. (▶관련 기사)
    ④ 안주는 소시지? 버섯?
    '맥주 안주'하면 소시지죠. 그런데 이젠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합니다. 많은 양조장들이 소시지만큼이나 채식 메뉴를 갖추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호프브로이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요리'라는 항목을 메뉴판에 따로 적어두고 있었습니다. '튀긴 양파를 곁들인 알고이 치즈' '신선한 허브와 크림을 곁들인 버섯 수프' '유기농 염소 치즈를 곁들인 야채'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소시지가 빠지면 섭섭하니, '비건 소시지'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공을 들였나 살펴보니, 동물성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옥토버페스트에도 '채식 메뉴를 마련하라'는 요구가 몇 년 사이 크게 늘었고, 지난해부터 많은 양조장들이 눈에 띄게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고 하네요.
    독일 언론 포커스는 이렇게 소개합니다. "오랫동안 옥토버페스트에선 채식주의자 또는 비건이라고 밝히는 게 죄악시됐다. 독일 요리, 특히 바이에른주 요리가 상당 부분 고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옥토버페스트는 이제 채식주의자에게 훨씬 더 흥미로운 장소가 됐다." 뮌헨시에서도 "옥토버페스트의 요리법은 사회적 추세를 따르고 있다.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게 됐다"고 자랑스럽게 밝히고 있습니다. (▶옥토버페스트 채식 메뉴에 대한 더 많은 정보)

    제가 먹은 감자 샐러드를 끝으로 옥토버페스트 이야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옥토버페스트에서 판매하는 맥주는 시중에 판매하는 맥주보다 알코올 함유량이 높아서 조금만 마셨는데도 금방 알딸딸해졌는데요(올해 알코올 함유량은 5.8~6.5%). 그래서인지 글을 쓰면서도 다시 취하는 것만 같은...
    슬유생을 쓰다 보니 독자 여러분들의 유럽 여행 경험도 궁금해집니다. 여러분이 유럽에서 경험하신 특별함이 있으신가요? 언제든 슬유생과 공유해주세요. 이밖에도 여러 의견, 제안, 제보를 주시면, 슬유생에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우리는 '현대판 노예'와 함께 살고 있다"
    '현대판 노예제' 근절 나선 테레사 메이
    오늘은 슬유생 코너인 <말, 유럽>을 <사람, 유럽>과 합쳐서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2016~2019년 영국 총리를 지낸 테레사 메이(위 사진 붉은 옷) 영국 하원 의원(보수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옛 트위터)에 글 하나를 띄웠습니다. "오늘 저는 현대판 노예와 인신매매에 대한 글로벌 위원회(Global Commission on Modern Slavery & Human Trafficking)를 출범시키려고 합니다. 이는 전세계에서 노예제, 인신매매 및 강제노동을 근절하기 위한 정치적 추진력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니셔티브입니다." (▶테레사 메이 X 계정)
    현대판 노예가 무엇이길래, 영국 전 총리가 나선 걸까요. '세계노예지수'를 발표하는 인권단체 워크프리의 설명을 빌리자면 이렇습니다. "'개인이 위협, 폭력, 강압, 기만, 권력남용 등을 거부할 수 없거나 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예를 들자면, 급여를 거의 또는 전혀 받지 않고 노동을 해야 하거나, 성 착취에 시달리는 것 등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결혼도 여기에 포함된다. 현대판 노예는 전세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숨겨져 있거나, 잘 인지되지 않는다. '현대판 노예' 또는 '현대판 노예제'라는 게 법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현대판 노예가 많이 발생하는 국가들은 분쟁의 영향을 받고, 국가에 의해 강제 노동이 실시되는 등 거버넌스가 취약한 경향이 있다."
    워크프리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세계에서 5,000만 명이 현대판 노예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2016년보다 1,000만 명 늘어난 수치입니다. 아래 표에는 현대판 노예가 가장 만연한 국가와 적은 국가가 10개씩 적혀 있는데요. 270만 명 가량이 현대판 노예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이 현대판 노예가 가장 널리 퍼진 국가 1위에 오른 게 눈에 띕니다. (▶더 자세한 정보)
    위원장인 메이 전 총리는 현대판 노예의 심각성에 비해 사회적 관심이 모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오늘날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현대판 노예 생활을 하고 있지만 우리의 집단적 대응력은 약했다"(유로뉴스 발췌)
    이에 위원회를 통해 현대판 노예 문제를 영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정치적 의제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겠다는 생각입니다.
    현대판 노예가 뻔히 존재하는데, 이를 외면하는 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자, 그 노예제를 존속시키는 데 가담하는 것이라고 위원회는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위원회는 정치적 불안정, 기후 변화 등에 따른 강제 이주가 현대판 노예를 양산하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이주민에 대한 안전하고 정규적인 이주 경로를 확대하고 이주민이 새로운 지역에 정착할 때 당하는 차별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합니다.
    위원회 목표는 분명합니다. "2030년까지 현대판 노예 제도와 인신매매를 근절하고자 한다." 위협, 폭력, 강압, 기만, 권력남용에 고통 받는 많은 이들을 그는 구해낼 수 있을까요. 위원회의 활동에 기대를 걸어 봅니다.
    오늘도 독자 여러분들의 소중한 의견을 끝으로 아홉 번째 슬유생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번 한 주도 무탈하고 풍족하게 보내시기를 바랄게요!💪
    💬 잘 읽고 있습니다. 자전거 인프라에 대해 설명을 했는데, '왜 자전거일까'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문화)가 언급되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 서울 도심도 자전거를 위한 도로를 많이 만들고 있죠. 그치만 운전자뿐 아니라 보행자들 인식도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자전거 도로와 보행 도로 색깔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보행자가 자전거 도로 위를 걸으니 자전거는 속도를 낼 수 없고, 이 때문에 벨을 울리면 되려 보행자를 위협한다고 하죠. 자전거 도로로 다니면 보행자들이 짜증, 차도로 내려가면 차들이 짜증... 유럽처럼 자전거 도로에서 마음 편히, 안전히, 쌩쌩 달리는 날은 언제쯤 올까요?
    → 독자님들의 의견 감사합니다. 저도 베를린의 자전거 도로를 달리며 서울의 자전거 도로를 떠올렸어요. 베를린의 자전거 운전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담았다면 더 많은 독자님께 도움이 됐을텐데 저 역시 뒤늦게 아쉬움이 남습니다.
    💬 다 좋습니다.
    💬 투굿투고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 독일 과일 가게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요.
    💬 유럽의 모든 것이 궁금하고 신기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덴마크가 궁금합니다.
    💬 유럽 사람들은 여가를 보통 어떻게 보내고, 보편적으로 삶의 목표나 가치를 어디에 두는지 궁금합니다.
    💬 독일, 핀란드, 스웨덴 등 유럽 교육 제도... 대학 입시 중심으로 대학 진학률, 독일에서 "고졸자는 벤츠, 대졸자는 중고차"라는데... 고졸자가 취업하는 기업이 많다는데...
    → 지난 피드백에는 '유럽의 OO를 알고 싶어요'라는 메시지가 정말 많았는데요. 잊지 않고 메모장에 꼭꼭 적어 두겠습니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