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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각 장애인이 보게 될 것” 몸에 칩 심는 ‘휴먼 혁명’ 온다
    지금 이곳에선 2023. 6. 19. 20:38

    “시각 장애인이 보게 될 것” 몸에 칩 심는 ‘휴먼 혁명’ 온다

    [WEEKLY BIZ] [Cover Story ] 다가오는 칩 임플란트 ‘휴먼 혁명’ 시대

    곽창렬 기자

    입력 2023.06.15. 19:00업데이트 2023.06.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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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홉 살짜리 원숭이 ‘페이저’가 왼손에는 빨대를, 오른손에는 검은색 조이스틱을 잡았다. 눈앞에 있는 모니터를 빤히 쳐다보며, 조이스틱을 아래위로 움직이며 컴퓨터 탁구 게임을 한다. 페이저가 조작하는 지점으로 모니터 위에서 공이 움직이고, 탁구공을 잘 받아넘길 때마다 페이저는 빨대를 통해 바나나 음료를 빨아 먹는다. 그런데 이 원숭이가 손에 잡은 조이스틱은 컴퓨터와는 연결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페이저가 조이스틱을 움직이는 대로 게임은 진행된다.

    그래픽=김의균·게티이미지코리아

    이런 식의 조작이 가능한 건 원숭이의 머릿속과 컴퓨터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세운 기업 ‘뉴럴링크’는 페이저의 뇌에 2개의 컴퓨터 칩을 심었다. 페이저가 게임을 하는 동안 뇌에서 발생하는 각종 신경 정보는 2개의 칩을 통해 컴퓨터로 전송됐다. 뉴럴링크는 이런 기술을 토대로 원숭이의 뇌에서 발생하는 신경 정보만으로 조작이 가능한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

    2021년 머스크는 이 영상을 공개하며 “뇌에 이식된 칩으로 뇌와 척추 부상을 해결하고, 사람들의 잃어버린 뇌 기능을 보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머스크의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미 식품의약국(FDA)이 칩을 인간의 머리에 이식하는 뉴럴링크의 실험에 대해 승인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칩이 과열되면 전체 뇌 조직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거나, 머리에 이식된 칩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이유 등을 들었다.

    그런데 머스크의 꿈이 실현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드디어 FDA가 지난달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하는 실험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FDA는 승인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FDA 승인으로 어느 정도 안전이 확보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처럼 인간의 몸에 컴퓨터 칩을 심는 기술을 ‘칩 임플란트’라고 부른다.

    뇌는 워낙 복잡해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손이나 발 등에 각종 칩을 이식해 실생활에 활용한 역사는 이미 20년이 넘었다.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였던 의료용 마이크로칩 시장 규모는 오는 2035년이면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가 될 전망이다.

    미국의 생체공학자 윈터 므라즈는 “지난 몇 년 동안은 애플워치와 같은 웨어러블(착용형) 기기가 대세였지만, 그 다음 단계는 (몸에 칩을 심는) 임플란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칩 이식이 상용화돼 가까운 미래에 ‘휴먼 혁명’이 구현될 수 있을지 WEEKLY BIZ가 들여다봤다.

    그래픽=김의균

    머스크 “시각 장애인이 앞을 보게 될 것”

    머스크는 뉴럴링크를 2016년 창업했다. 사재 1억달러를 들여 일곱 명의 과학·공학자들과 함께 캘리포니아주에 회사를 차렸다. 뉴럴링크는 사람의 두개골 속 뇌 표면에 전자식 칩을 심어 직접 뇌의 전기 신호를 읽는 ‘BCI(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칩은 머리카락 20분의 1 두께의 얇은 실 모양의 전극(뇌파를 읽는 센서) 1000여 개가 연결돼 있다. 이렇게 제작된 칩이 뇌의 신호를 읽어 각종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그래픽=김현국

    칩 내부의 전극 수가 많으면 수신할 수 있는 뇌 신호의 양도 늘어나고 정확성도 커진다. 임창환 한양대 뇌공학연구센터장은 “비슷한 기술을 개발한 업체의 칩에는 뇌에 연결된 전극 수가 최대 약 250개에 불과했지만, 뉴럴링크가 개발한 칩은 더 좁은 면적에 삽입된 전극 수가 4배가 넘기 때문에 더욱 높은 정밀도로 뇌신호 측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뉴럴링크는 칩 이식을 담당할 로봇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이식 작업을 사람의 손이 아닌 로봇에 맡겨 정밀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로봇의 힘을 빌려 칩 이식을 라식 수술만큼 간단하고 안전하게 만들겠다고 했다.뉴럴링크는 뇌에 칩을 심으려고 애쓰는 이유에 대해 그동안 인류가 극복하지 못했던 갖가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머스크는 “선천적 시각 장애로 인해 태어나서 한 번도 시력이 없던 이라도 시력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억력 감퇴나 청력 손상, 우울증, 불면증 등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루게릭병 같은 퇴행성 질환을 겪는 환자들도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칩을 심은 환자의 뇌가 컴퓨터에 효과적으로 연결되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디지털 기기를 생각만으로 작동시키는 게 가능해질 수 있다.

    그래픽=김현국

    뉴럴링크는 동물을 상대로 임상 시험을 하면서 차근차근 기술을 향상시켰다. 2019년 실험용 쥐의 뇌와 컴퓨터를 성공적으로 연결했다. 쥐의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내서 칩을 이식했고, 이를 통해 컴퓨터와 유선으로 연결해 쥐의 뇌 신호를 읽어 냈다. 2020년에는 8mm짜리 컴퓨터 칩을 이식받고 두 달 동안 생활한 돼지를 공개했다. 이 돼지가 음식을 찾기 위해 코로 ‘킁킁’ 소리를 낼 때마다 코에서 뇌로 전달되는 신호를 실시간으로 수집했다.

    그래픽=김현국

    사지마비 환자, 일상생활 가능할 수도

    머리에 칩이나 전극을 심는 기술을 뉴럴링크가 독점하는 건 아니다. 이미 개발에 성공해 실제 치료에 적용하는 기업들이 있다. 미국의 메드트로닉, 보스턴사이언티픽 등 의료기기 업체는 환자의 뇌 깊숙한 곳에 전극을 심고 가슴 부위에 이식한 칩을 연결해 각종 뇌질환을 치료하는 제품을 상용화했다.

    이성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화학물리학과 교수는 “뇌에 전기 자극을 주면 오류가 있던 뇌 신경망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기존의 약물치료보다 훨씬 강력한 치료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다만 뇌 깊숙한 곳에 전극을 심고 칩에 연결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치료를 진행하겠다는 의사가 있는 중증환자 위주로 치료에 쓰인다.

    그래픽=김현국

    언어 장애나 사지 마비를 앓는 사람에게 기적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칩 이식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패러드로믹스’는 뇌에서 나오는 신호를 해독해 텍스트나 음성으로 바꾸는 장치를 개발했다. 뇌 표면 아래 1.5mm에 칩을 심으면, 이 칩이 뇌 신호를 측정하고 해독해 가슴 피부 아래에 있는 송수신기를 통해 외부 장치로 전송한다.

    CNBC 등은 “패러드로믹스의 기술이 현실화하면 팔다리를 못 움직이는 사람도 머릿속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어 인터넷으로 은행 일을 보고, 쇼핑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패러드로믹스는 현재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 중이고, 내년 상반기에 인간 환자를 대상으로 첫 임상 시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2020년 네덜란드국립신경과학연구소가 원숭이의 뇌에 칩을 이식해 시력을 회복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뇌에 심은 칩이 시각피질(눈으로 본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한 부분)에 전기 자극을 주면, 시신경의 특정 위치에서 빛을 느끼게 된다.

    그래픽=김현국·게티이미지

    몸 속의 칩으로 카드 결제한다

    뇌가 아닌 다른 부위의 피부 밑에 칩을 이식해 생활에 활용하는 기술은 20년 전부터 조금씩 발달해왔다. 특히, 아동의 몸에 칩을 심어 유괴를 방지하는 기술은 이미 현실화됐다. 미국의 바이오칩 제작 업체 ‘어플라이드디지털설루션’은 지난 2001년 수술이나 주사를 통해 사람에게 이식하는 칩을 개발하고 이를 ‘베리칩’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칩은 고유의 일련번호가 있고, 사람의 동선, 의료 기록 등 각종 정보를 갖고 있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아동 유괴나 보안 사고 등의 범죄를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03년 멕시코에서도 한 기업이 아이들의 유괴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어린이에게 베리칩을 심는 서비스를 내놨다. 워낙 멕시코에 아동을 유괴해 장기를 적출하는 범죄가 들끓자 출시한 획기적인 서비스였다.

    당시 적지 않은 멕시코 아이들이 칩을 몸에 이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에는 멕시코의 법무장관을 비롯한 법무부 직원 160여 명이 베리칩을 팔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민감한 범죄 정보가 새어나가자 데이터 센터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을 보다 엄격히 관리하기 위한 조치였다.

    칩 이식이 활성화되면 인간의 경제활동이 커다란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스웨덴에서는 국영 철도회사가 손가락에 이식된 칩으로 기차를 탈 수 있는 서비스를 2018년 내놨다. 온라인으로 표를 예약하고 칩에 등록하면 표가 없어도 손을 대기만 하면 탑승이 가능하다. 3500명이 넘는 스웨덴인이 손에 칩을 심어 철도를 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몸에 심은 칩을 통해 물건 값을 결제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판매하는 회사도 등장했다.

    영국의 핀테크 스타트업 ‘월렛모어’는 근거리 무선통신(NFC) 기술이 적용된 칩을 사람 몸에 심고, ‘RFID 기술’(무선 주파수 인식)을 통해 직접적인 접촉 없이 신용카드를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놨다. 2021년부터 판매를 시작해 미국 기준 299달러(약 38만원)짜리인데, 지난해까지 구매자가 1000명을 넘었다.

    물건 값 계산을 위해 근거리 무선통신(NFC) 기술이 적용된 칩을 심은 손을 결제 단말기에 대는 모습. /BBC

    귀 밑에 심는 휴대전화 탄생하나

    미래에는 ‘바이오 폰(bio-phone)’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몸에 전화기 역할을 하는 칩을 심어 휴대전화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된다는 얘기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휴대전화를 개발한 마틴 쿠퍼(95)는 올해 3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앞으로 귀밑에 심을 수 있는 칩이 등장해 휴대전화의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바이오폰의 충전은 음식을 먹으면 생기는 신체 에너지로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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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에 칩을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는 대부분 미국에 있다. 임창환 한양대 뇌공학연구센터장은 “의료 분야 기술 개발은 선점이 중요하다”며 “미국이 워낙 격차를 벌려놨고, 임상 시험에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다른 나라 업체들이 따라가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현국

    미국보다 속도는 다소 늦지만 국내에도 뇌에 칩을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 업체가 있다. 2019년 설립된 ‘지브레인’은 뇌의 피질에 칩을 심어 컴퓨터가 인식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현재는 임상 시험 전 단계인 의료기기 제조•품질관리 기준(GMP) 획득을 위한 검증 단계에 있다. 미 국립보건원(NIH) 연구원 출신인 김병관 지브레인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는 칩 이식 기술을 상용화한 경험이 거의 없다 보니 하나하나 다 깨우쳐 갈 수밖에 없다”며 “내년에 칩을 뇌 피질 부분에 이식하는 임상 시험을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트랜스 휴먼’ 둘러싼 윤리 논란 가열

    칩 임플란트 기술을 활용하면 미래에는 ‘트랜스 휴먼’이 탄생할 수 있다. 트랜스 휴먼은 몸 안에 칩과 같은 기계장치를 삽입해 타고난 신체 기능을 향상시키는 사람을 의미한다. 가령 칩을 통해 두려움을 갖게 하는 뇌 기능을 마비시키면 전투력이 강한 군인이 탄생할 수 있다.

    이 같은 트랜스 휴먼의 등장에 대해 인류 발전 과정의 하나라는 주장이 있지만, 인위적으로 인간을 조작한다는 거부감도 상당하다. 정치 사상가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사람의 마음, 기억, 정신세계, 영혼을 함부로 조작하면 인류는 결국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비판한 적 있다.

    그래픽=김현국

    그래픽=김현국

    사생활 침해 논란도 있다. 2017년 미국 위스콘신주의 한 소프트웨어 회사는 직원들의 몸에 칩 이식을 했다. 칩을 통해 회사 문을 열고, 컴퓨터에 접속하고, 복사기 등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 직원은 칩 때문에 동선과 근무 패턴 등이 회사에 노출된다며 반발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인권 단체가 칩 이식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 그 결과 캘리포니아, 위스콘신 등 미국 11주가 동의 없이 칩 이식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밖에 칩 이식 기술 개발 과정에서 동물을 학대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뉴럴링크의 경우 뇌에 칩을 심는 실험을 하면서 2018년 이후 원숭이, 양, 돼지 등 동물을 1500마리가 희생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농무부 감찰관실은 지난해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그래픽=김현국

    전문가들은 칩 임플란트가 궁극적으로 성공하려면 몸속에서 영원히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성원 DGIST 교수는 “칩이 몸 안에 들어가면 그 주변이 곪아서 이물질을 배출하는데, 이것 때문에 전극 장치가 조금씩 떨어져 나간다”며 “이런 현상 탓에 고성능 칩을 몸에 심더라도 1년 이상 꾸준히 제 기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칩 이식 개발사들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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