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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킹당해 빼앗긴 코인, ‘강제집행’ 가능…국내 첫 사례 나왔다
    시사 경제 2023. 6. 17. 11:43

    해킹당해 빼앗긴 코인, ‘강제집행’ 가능…국내 첫 사례 나왔다

    ‘코인레일’ 거래소 해킹 피해자들, 4억8000만원 배상 판결

    이더리움 1360개 환부청구권에 가압류

    민사집행법 241조 유추 적용해 현금화

    입력 2023.06.17 06:10

    일러스트=이은현
    지난 2018년 6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레일’에서 대규모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 코인레일은 ‘스트라티스’, ‘오미세고’ 같은 코인들을 국내 최초로 상장하고 자체 코인까지 만들며 몸집을 키운 거래소였다. 해커의 공격으로 증발한 자산 규모는 약 450억원. ‘이더리움’ 1927개와 ‘펀디엑스’ 26억여개 등 10종류의 코인이 순식간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피해자들은 즉각 코인레일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4년 만인 작년 10월 항소심에서 최종 승소했다. 경찰이 압수해 갖고 있던 이더리움 1360개에 대한 환부청구권(돌려달라고 청구할 권리)이 코인레일 측에 있었기에, 피해자들은 이 환부청구권을 가압류했다. 이들이 코인레일로부터 배상 받아야 할 금액은 총 4억800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코인레일 운영사가 사실상 폐업한 상태여서 피해자들에 대한 금전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였다. 이더리움에 대한 환부청구권을 강제집행하는 방법 밖에 없었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강제집행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피해자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민후는 묘안을 냈다. 법원 집행관이 이더리움을 시장에서 팔아 현금화하면 강제집행 및 손해배상의 길이 열린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압수한 이더리움 ‘특별 현금화’ 해달라”
    지난 14일, 피해자들이 구제 받을 길이 열렸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중앙지법이 민후의 의견을 받아들여 가상자산의 ‘특별 현금화’를 위한 인도를 명령한 것이다. 가상자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인정된 최초의 사례다.
    김경환 민후 대표변호사는 “이 사건처럼 남은 마땅한 재산이라고는 가상자산 밖에 없는 경우, 그 가상자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아니고선 채권자들의 권리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은 재산상 가치를 지니며 몰수·추징 대상이 될 수 있다.
    2018년 대법원 판례가 근거다. 대법원은 비트코인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판단했고, 범죄수익은닉법 규제·처벌법에 따라 몰수할 수 있다고 봤다.
    가상자산의 강제집행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인도명령이다. 경찰이 압수한 이더리움을 법원 집행관에게 인도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다.
    이에 민후는 민사집행법 243조 1항을 유추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유체동산에 관한 청구권을 압류하는 경우, 법원이 그 동산을 집행관에게 인도하도록 제3채무자에게 명한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에서 제3채무자는 이더리움을 압수해 보유하고 있는 경찰이었다.
    민후는 법원이 이 법에 근거해 경찰에 가상자산 인도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봤다.
    관건은 가상자산의 인도가 이뤄진다 해도 현금화가 가능할지 여부였다. 원준성 변호사는 “환부청구권의 대상이 이더리움이라는 가상자산이다보니, 강제집행을 하려면 집행관이 팔아서 현금화하는 절차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혼 시 재산 분할, 가상자산으로도 가능해질 듯”
    이 사건의 핵심인 ‘특별한 현금화’는 현행 민사집행법 제241조에 의거한다. 압류된 채권의 추심이 어려운 경우, 양도나 매각 등의 방법으로 현금화하게끔 법원이 명령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민후가 주목한 부분은 이 조항 제1항 제2호다.
    법원이 ‘추심에 갈음하여 법원이 정한 방법으로 그 채권을 매각하도록 집행관에게 명하는 매각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즉, 경찰로부터 인도 받은 이더리움을 매각하도록 명령하면 현금화를 통한 피해 보상이 가능하다는 게 민후 측 입장이었다.
    결국 법원은 “압수물 환부청구권 압류명령에 의해 압류된 압수물을 채권자가 위임하는 집행관에게 인도하라”고 결정했다. 인도명령은 강제집행을 위한 첫 단계다. 인도가 완료되면 법원이 적당한 시점에 적당한 방식으로 현금화하도록 명령하는 게 일반적인 절차다.
    김 대표변호사는 “현금화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개된 시장에서 평균시가로 매각하는 방법으로 이뤄질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제3자에게 양도할 경우 가격 산정이 자의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법원 결정의 의의는 무엇일까. 김 대표변호사는 “이전까진 가상자산의 압류나 가압류까지만 가능했고, 이를 실제로 인도 받아서 현금화하는 건 관련 법의 미비 때문에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련 법의 입법 없이도 가상자산의 현금화 및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인정됐고, 이혼 시 재산 분할 등의 경우 가상자산을 집행해 채권을 보전 받을 길이 열렸다”고 강조했다.
    다만 가상자산을 현금화하는 방식은 제도적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 원 변호사는 “가상자산 시세는 순식간에 변동되기 때문에 정확한 날짜나 시간 등을 정해 놓지 않고 현금화하면 시세 급등락으로 인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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