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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코패스의 민낯]① 정유정에겐 있고 전주환에겐 없는 것…사이코패스 테스트 ‘28점’의 의미는
    지금 이곳에선 2023. 6. 12. 18:33

    [사이코패스의 민낯]① 정유정에겐 있고 전주환에겐 없는 것…사이코패스 테스트 ‘28점’의 의미는

    ‘신당역 살인’ 전주환, 사이코패스보단 경계성 성격 특성…타인과 관계서 심리 안정 추구

    입력 2023.06.12 06:10

    /부산경찰청, 공동취재
    과외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만난 또래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23)이 사이코패스 검사에서 40점 만점에 28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선 25점 이상이면 성격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고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한 것으로 간주한다.
    정유정의 점수는 희대의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받은 27점보다 높다. 전문가들은 만약 택시기사의 신고로 범죄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정유정 역시 연쇄살인마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일종이다. 정신병질이 숨어있다가 범행을 통해 밖으로 드러나는 게 일반적이어서, 평소 주변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회 규범이나 질서에 반하는 성격을 갖고 있으며 타인에 대한 감정 이입 능력이 결여된 경우가 많다.
    악명 높은 흉악 범죄자 가운데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은 사람이 많긴 하나, 그렇다고 모든 범죄자가 이 같은 성향을 지닌 것은 아니다. 직장 동료를 스토킹하다 서울 신당역에서 살해한 전주환이나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은 사이코패스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유영철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개념…檢, 통합심리분석으로 재검증
    12일 법조계 및 경찰에 따르면, 부산경찰청이 최근 실시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Psychopathy Checklist-Revised) 결과 정유정의 점수는 28점대였다.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이 국내에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2004년 유영철 사건이었다. 생면부지의 피해자 20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유영철은 PCL-R 검사에서 만점에 가까운 38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 외에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29점, ‘어금니 아빠’ 이영학은 25점을 받았다고 알려져있다. 일반인이라면 15점 안팎의 점수가 나온다.
    PCL-R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사이코패스 진단 도구다. 국내에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조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가 들여와 번안했다.
    캐나다 범죄심리학자 로버트 헤어(Robert Hare)가 개발한 모델로, 20개의 항목에 답을 체크해 이를 토대로 점수를 매긴다. 위선적이고 말이 유창한지, 자존감이 과도하게 높은지, 새로운 자극에 민감하고 빨리 싫증을 느끼는지, 거짓말에 능한지 등이 체크 리스트에 포함됐다.
    경찰이 PCL-R 테스트를 마치면 검찰이 통합심리분석을 통해 재검증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에서 인지적 특성, 성격, 재범 위험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임상심리평가를 실시한다.
    검찰은 PCL-R 테스트뿐 아니라 10가지 이상의 도구를 사용해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린다. 대상자 스스로 여러 항목에 체크하기도 하고 임상심리 전문가들과의 면담도 이뤄진다. 다만 정유정의 통합심리분석 진행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여성, PCL-R 점수 남성보다 낮게 나올 수 있어”
    전문가들은 PCL-R 점수가 25점에 못 미친다 해도 ‘사이코패스가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고 본다. 방철 대검 심리분석실장은 여성의 경우 대체로 남성보다 점수가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PCL-R 점수는 과거 두드러진 반사회적 성향을 드러냈거나 전과가 있을 때 더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는데, 여성은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길 정도의 큰 사고를 저지르는 경우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검은 8개월 여아가 입양돼 학대 받다 숨진 2020년 ‘정인이 사건’에서 양모 장모씨의 통합심리분석을 실시했는데, 당시 장씨의 PCL-R 점수가 25점 미만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검찰은 장씨가 강한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녔다고 진단했다. 남성과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 것이다.
    또 잔혹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이라고 해서 전부 사이코패스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 신당역 살인사건을 저질러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 받은 전주환은 사이코패스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방 실장은 전주환의 경우 반사회적 성격이라기보다는 ‘경계성 성격’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이코패스와 경계성 성격 장애는 구분할 필요가 있는데, 사이코패스는 그 관계에 의미를 두기보다 관계를 이용하고 착취해 이득을 보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경계성 성격 장애는 관계에서 심리적인 안정을 추구하다 좌절되면 폭발적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방 실장의 설명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는 자신의 성적 욕구 등을 해소하기 위해 타인과의 관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경계성 성격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불안 때문에 충동성에 자극을 받는다. 그러면 자해를 하거나 심할 경우 상대방을 살해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지난 2021년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을 저지른 김태현 역시 사이코패스가 아닌 것으로 진단됐다. 다만 ‘스토커는 사이코패스가 아닐 확률이 높다’는 세간의 인식은 잘못됐으며, 스토킹과 사이코패스 여부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방 실장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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