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아파트 단지까지 들어온 로봇배송… 엘리베이터가 난관
    지금 이곳에선 2023. 6. 6. 21:23

    아파트 단지까지 들어온 로봇배송… 엘리베이터가 난관

    승강기·로봇 업계, 사용료 놓고 갈등

    입력 2023.06.06 07:00
    “경사가 있어서 다녀오기 귀찮은 거리인데, 직접 가지러 가지 않아도 되니 편하네요.”
    지난 4일 서울 강동구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 단지 내 정원 연못 쉼터 ‘석가산 티하우스’. 초여름 날씨에 갈증을 느낀 주민들은 주민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꺼내 커피를 주문했다. 후문 인근 커피숍에서 만든 음료는 주문 4분 만에 도착했다. 배달원은 로봇. 이날 오후 2~4시 사이에 로봇을 통해 배달된 음료 주문은 약 60건이다. 서비스를 담당한 로보티즈(32,350원 ▼ 200 -0.61%) 관계자는 “시범 운영 초기라 하루 20건 정도의 주문을 기대했는데, 호응이 좋아서 배송 시간을 오후 2~6시로 2시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라스트 마일(last mile·상품이 개인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물류 배송의 마지막 구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음료 등 소형 화물을 배달하는 자율주행로봇이 아파트 단지까지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각 세대 현관문까지 가는 마지막 관문인 엘리베이터의 사용을 놓고 엘리베이터 업체가 로봇 업체에 사용료를 요구하면서 양측 업계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로보티즈 자율주행로봇이 서울 강동구 고덕센트럴아이파크 단지 내에서 음료배송 하는 모습을 4배속으로 재생한 모습. 실제 속도는 사람과 비슷한 시속 4km 안팎이다. / 박정엽 기자
    6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일부 승강기 업체는 건물 내 배송을 추진 중인 로봇업체에 승강기 사용료를 요구하고 있다.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만큼 안전 관리를 위해 별도의 장비 설치 및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거나 목적지를 입력하기 위해 필요한 통신 기능을 갖추는 데도 비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로봇 업체는 승강기 사용료가 적지 않은 규모라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로봇업계는 사람의 손가락처럼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수 있는 로봇 팔을 부착하는 등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악의를 가진 사람들의 예상치 못한 행동 등 변수가 많아서 고민이다.
    승강기 업계는 엘리베이터가 라스트마일 시장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주역이라고 본다. 배송 로봇은 수평 이동 기능만 갖고 있는데, 엘리베이터를 만나면 수직(층간) 이동이라는 새로운 능력을 갖추기 때문이다. 조재천 현대엘리베이(41,400원 ▲ 1,150 2.86%)터 대표는 지난 1일 로봇 연동 기능을 강화한 ‘미리’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미리’는 엘리베이터가 이동 수단을 넘어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투명한 승강기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과 소통하고 스마트폰, 인공지능(AI), 로봇 등 다양한 기기와 엘리베이터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승강기와 우아한형제들의 배달로봇 딜리가 연동해 작동하는 모습./현대엘리베이터 제공
    로봇 업계는 실외 이동로봇이 차도가 아닌 보도로 다닐 수 있게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나 배달로봇 운용의 근간이 되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지능형로봇법) 개정안이 지난 3월과 4월에 각각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라스트마일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아파트 입주민들도 로봇 배달에 우호적인 분위기다.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 입주자 대표회의 측은 장기적으로 단지 내 화물 배송까지 담당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진화하기를 기대하면서 로보티즈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엘리베이터 업계와 로봇 업계가 합의점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승강기 업계는 신축 주택 입찰에 참여할 때 로봇 배송이 되는 점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고, 로봇 업계는 신규 시장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아한형제들의 배민로봇은 현대엘리베이터와 협력해 작년말부터 경기도 수원 광교아이파크(앨리웨이)에서 승강기와 로봇을 연동한 도어투도어 배송을 실험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1일 로봇 연동 기능을 탑재한 신규 유지관리 서비스 ‘미리’를 출시하고 자율주행 로봇과 엘리베이터를 연동하는 기술을 본격 상품화했다. 오티스엘리베이터 코리아는 지난 3월 디지털 커넥티드 엘리베이터 젠쓰리(Gen3)를 국내에 출시하며 로봇 연동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티케이엘리베이터 코리아도 국내의 한 로봇 업체와 제품간 연동 관련 협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티스엘리베이터 코리아의 승강기와 LG전자의 로봇 클로이가 연동돼 움직이는 모습./오티스코리아 제공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