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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의경 다음달 전역…역사 속 저무는 ‘꽃봉오리 하나’
    지금 이곳에선 2023. 4. 13. 21:26

    마지막 의경 다음달 전역…역사 속 저무는 ‘꽃봉오리 하나’

    등록 2023-04-13 15:36

    수정 2023-04-13 18:34

    곽진산 기자 사진

    지난 11일 경기 과천경찰서에서 만난 마지막 의경 박종우 수경의 ‘무궁화 꽃봉오리 하나’ 계급장. 곽진산 기자

    마지막 의무경찰(의경) 1142기 208명이 다음달 전역한다. 의경의 상징이었던 ‘무궁화 꽃봉오리 하나’ 계급장도 4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지난 11일 경기 과천경찰서에서 만난 마지막 의경 기수 박종우(22) 수경은 복무 기간 내내 ‘막내’였다. “휴가 나가면 군에 있는 친구들은 후임들과 지냈던 얘기를 들려주는 데, 저만 후임이 없었습니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익숙해지니 떠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박 수경과 동기들은 계급별로 나뉘어 할당된 업무 방식을 새로 짰고,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생활관에 적응해갔다. 이들의 계급이 올라갈수록 전국의 의경은 사라졌다.

    의경 제도는 군사 정권 ‘치안 수요’가 치솟던 1982년 창설됐다. 1967년부터 대간첩 업무를 맡던 전투경찰에서 전경과 의경을 분리한 것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 집회·시위가 끊이지 않은 데다, 심야 통행금지도 풀린 해였다. 의경의 역할은 방범·교통·청사방호 등 ‘치안업무 보조’인데, 법적 근거가 모호한 채 집회·시위 진압에도 의경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논란은 꾸준히 이어졌다. 2013년 전경이 폐지된 뒤로는 의경이 대간첩 작전도 계승해 수행했다.

    지난 11일 경기 과천경찰서에서 만난 마지막 의경 박종우 수경. 곽진산 기자

    문재인 정부는 공공일자리를 확대하겠다며 2017년 의경 단계적 폐지안을 발표했다. 직업 경찰관을 더 뽑아 의경 빈자리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출생률이 낮아지면서 현역 입대자가 줄어드는 사정도 고려됐다. 2013~2017년 매해 평균 1만3000명씩 선발했던 인원은 대폭 줄어 마지막 선발이었던 2021년에는 985명만 뽑았다.

    2017년 2만5000여명에 달했던 의경 숫자도 지금은 200여명 남짓 뿐이다.

    대신 2017년 이후 지금까지 경찰관은 약 6000명 순증했다. 의경 4명당 경찰관 1명으로 대체된 셈이다. 의경 생활관도 통폐합을 거듭해 박 수경도 지난해 말 과천경찰서로 전입했다.

    인원이 없으니 의경 운용도 쉽지는 않았다. 김형진 과천경찰서 방범순찰대 소대장(경위)은 “인력 충원이 없다 보니 경찰력이 많이 필요한 시설이나 초소 근무는 들어가기 어려웠다”고 했다. 기동관리계 소속 간부급 경찰관은 “직업 경찰관이 늘었지만, 의경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했다. 적은 예산으로 운용했던 의경이 줄어드니 특히 24시간 근무 대응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의경 ‘머릿수’가 적다보니 경찰서 체육 대회 때 3종목(탁구, 족구, 윷놀이) 모두 출전하기도 했다. 박 수경은 “대원이 없다 보니, 제게 다양한 일이 부여됐다”며 “당시엔 정신이 없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망설이지 않고 경험한 게 좋았다”고 말했다. 박 수경은 전역한 뒤 경찰 시험에 응시할 계획이다. 경영학 전공을 살려 ‘세무 전문’ 경찰관이 되는 게 꿈이다.

    경찰청은 14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에서 전역을 앞둔 서울·경기 지역 의경 106명을 모아, 합동 전역식을 연다. 김 소대장은 “문서나 군용품 정리 등 부대해체 작업도 동시에 하고 있다. 의경 관리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시원섭섭한 기분이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닫는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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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8776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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