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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 29㎝ 59년생 바비, 아직도 한해 5800만개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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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 29㎝ 59년생 바비, 아직도 한해 5800만개 팔린다

    [WEEKLY BIZ] ‘문화 아이콘’ 바비인형의 비결

    손진석 기자

    입력 2023.03.23. 19:00업데이트 2023.03.26. 14:47

    뉴욕 맨해튼의 슈워츠 장난감 가게에 진열된 바비 인형들./로이터 뉴스1

    파란 눈의 한 ‘여성’이 지난 9일 64번째 생일을 맞았다. 키 29㎝의 플라스틱 몸에 허리가 잘록한 이 여성은 1959년 3월 9일 세상의 빛을 본 이후 60년 넘게 사랑을 받아왔다. 그는 바비(Barbie)라는 이름을 가진 인형이다. 처음 바비 인형을 가지고 놀던 어린이가 일흔을 바라보는 노인이 되는 세월이 흘렀지만 바비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세계 150국에서 분당 100개 이상, 연간으로는 약 5800만개가 팔려 나간다. 미국 장난감 제조사 마텔은 바비 브랜드로만 지난해 2조원에 근접한 14억906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2017년과 비교해 5년 사이 매출이 56%나 늘었다.

    64년간 생명력을 유지한 바비에 대해 ‘마케팅의 교과서’라는 수식어가 뒤따른다.

    시대 변화에 기민하게 맞춘 신상품을 끊임없이 내놓아 진화하는 브랜드라는 점을 각인시켰고, 인형뿐 아니라 영화·애니메이션으로도 끊임없이 영역을 넓혀왔다.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파이스는 “바비는 이익을 창출하는 기계”라고 했다.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으며 오랜 세월 바비가 사랑받은 비결을 WEEKLY BIZ가 들여다봤다.

    미국 장난감 제조사 마텔이 내놓은 바비 인형 중 '나의 첫 바비'라는 상품./AP 연합뉴스

    ◇스토리를 확장하라

    마텔을 공동 창업한 루스 핸들러(1916~2002)는 아들 케네스가 소방관, 우주비행사, 의사와 같은 다양한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과 달리 딸 바버라는 선택이 제약돼 있다는 점을 눈여겨봤다. 그는 바버라가 종이 뭉치를 인형으로 만들어 성인의 역할을 부여하고 노는 모습에 착안했다. 젊은 여성의 모습을 가진 여자 아이용 인형이라는 미개척 시장이 있다는 걸 직감했다.

    핸들러는 딸 바버라의 이름을 따 바비라는 이름으로 인형을 만들어 1959년 3월 9일 뉴욕에서 열린 국제장난감박람회에서 선보였다. 최초의 바비는 포니테일 형태로 머리를 묶고 얼룩말 무늬의 수영복을 입은 새초롬한 표정의 젊은 여성이었다. 손으로 꿰매 만든 바비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출시 첫해 35만개가 팔려나갔다. 당시는 미국에서 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던 시절이었다.

    TV 광고 마케팅을 구사한 1세대 장난감이 바비였다.

    마텔은 바비에 스토리를 입혀 확장하는 전략을 썼다. 바비에게는 3월 9일이라는 생일이 있다. 위스콘신주 윌로즈를 고향으로 삼는다. 바비 출시 2년 후에는 켄이라는 이름의 남자친구 인형이 등장했다. 스키퍼, 스테이시, 첼시라는 이름으로 바비의 여동생도 셋이나 생겼다.

    지난달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국제완구전시회에 진열된 바비와 남자친구 켄./AFP 연합뉴스

    인간관계만 넓어진 게 아니다. 바비는 강아지, 판다, 얼룩말을 비롯해 수십 마리의 애완 동물을 키우는 캐릭터가 됐다. 컨버터블 승용차, 지프, 헬리콥터 같은 갖가지 탈것도 바비를 위한 소품이 됐다. 실제 인물인 것 같은 스토리를 전개하며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한 것이다.

    1962년 출시된 바비의 집 ‘드림 하우스’는 아직도 2분에 하나씩 판매되고 있다. 마텔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파는 바비 상품은 590가지에 달한다.

    마텔은 2004년 바비와 남자친구 켄이 결별했다고 발표했다. 그랬다가 2011년 재결합했다고 알려 바비의 인생 스토리에 굴곡을 줬다.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다. 이논 크라이츠 마텔 최고경영자는 바비의 64번째 생일을 맞아 “바비의 브랜드 파워는 계속 성장하고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바비가 사는 집인 '드림 하우스.' 1962년에 출시돼 6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전세계에서 2분당 하나 꼴로 팔려나간다./마텔

    ◇비판을 수용하라

    바비는 인기만큼이나 논란도 많았다. 무엇보다 움푹 들어간 허리와 풍만한 가슴을 가진 다소 비현실적인 몸매가 공격 대상이었다.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는 건 물론이고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마텔은 남성들이 독식하던 분야에서 활약하는 ‘새로운 바비’를 내놓는 방식으로 이런 비판을 돌파했다. 의사, 컴퓨터 엔지니어, 최고경영자(CEO) 등 바비는 그동안 약 200개 직업으로 형상화됐다.

    대통령 후보 바비도 있다. 코로나 사태 때는 ‘응급 구호대원 바비’가 등장했다.

    올해는 유튜브 CEO였던 수전 보이치키를 비롯해 스템(과학·기술·공학·수학의 머리글자로 된 용어·STEM) 분야에서 성공한 실존 여성 7명을 형상화한 바비 스템 시리즈를 내놓았다.

    올해 출시된 바비 '스템(STEM) 시리즈.' 유튜브 최고경영자였던 수전 보이치키를 비롯해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서 성공한 실제 여성 7명을 바비 인형으로 형상화했다./마텔

    인종과 관련한 다양성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마텔은 1968년 크리스티라는 이름의 검은 피부의 바비를 출시했다. 크리스티는 백인의 외형에 어두운 색깔을 입힌 정도였지만, 1990년대에는 얼굴 생김새나 머리카락 질감을 실제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흡사하게 제작했다.

    2015년엔 35가지 피부색과 94가지 헤어스타일로 바비 패셔니스타 라인을 출시하기도 했다. 마텔은 “현재 시판 중인 바비 시리즈 중 유색 인종이 절반을 넘는다”고 했다.

    바비는 64년간 200개가 넘는 직업인으로 구현돼왔다./마텔

    바비 브랜드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끊임없는 실험을 했다. 의족, 보청기, 인공장기를 가진 바비에 휠체어에 탄 바비까지 시판했다. 백반증을 앓는 바비도 있다. 몸이 불편한 아이들이 당당함을 느끼고, 이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자는 취지다.

    올 들어서는 척추 질환에 시달리는 청소년을 격려하기 위해 척추측만증을 앓는 바비의 여동생 첼시를 출시했다. 이 인형은 척추 교정용 보조기구를 탈부착할 수 있다.

    다양한 직업과 피부색의 바비 인형들./마텔

    ◇끊임없이 진화하라

    세계 시장에서도 바비는 나라별로 정밀한 공략법을 가동했다. 일본의 경우 현지 장난감 업체 조언을 받아 다리를 다소 짧게 만들고 눈을 파란색에서 갈색으로 바꾼 바비를 내놓았다. 2013년 대만에서 ‘바비 카페’라는 분홍색으로 인테리어 된 테마형 식당을 여는 실험을 했다. 2017년에는 히잡을 쓴 바비가 등장했다.

    바비는 더 이상 인형으로만 접하는 상품이 아니다. 1980년대부터 바비를 주제로 화장품, 책, 의류, 비디오게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2001년 ‘바비의 호두까지 인형’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바비는 가상의 여배우가 됐다. 넷플릭스에서 다양한 바비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다.

    체조선수 바비 세트.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활용해 다양하게 꾸밀 수 있다./마텔

    올해는 실제 배우가 출연하는 첫 번째 바비 영화가 나온다. 마고 로비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오는 7월 개봉한다. 마텔은 미디어 분야에서 바비 상표를 활용한 지식재산권 수익도 얻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바비용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를 제작했다.

    바비를 어린 아이들만 소비한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60년 넘는 역사를 활용해 수익을 올린다. 마텔은 바비 인형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10만명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40대 이상의 여성이며, 1인당 바비 상품을 연평균 20개 사 모으는 것으로 추정한다. 마케팅 전문 매체 컴피티터 모니터는 “요즘 아이들의 할머니대부터 갖고 놀았기 때문에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향수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게 바비 브랜드의 강점”이라고 했다.

    바비 개요 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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