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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종일 쿵쿵, 밤에도 잠 못 자”…3면이 공사장에 포위된 아파트
    지금 이곳에선 2023. 1. 6. 21:02

    “온종일 쿵쿵, 밤에도 잠 못 자”…3면이 공사장에 포위된 아파트

    등록 :2023-01-06 08:00

    수정 :2023-01-06 17:56

    정혜민 기자 사진

    인천 검단신도시 삼보해피하임아파트 단지
    “4년째 소음·먼지”…느슨한 법·보상에 한숨

    2일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삼보해피하임 아파트에서 바라본 검단신도시 조성공사 현장. 바로 인근에 아파트 단지, 빌라촌이 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2일 오후 찾은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조성공사 현장. 휴전선처럼 공사 현장을 길게 이은 철제 가림막 너머로 ‘쿵쿵’ 하는 파쇄 작업 충격음이 근처 아파트단지와 빌라촌을 덮쳤다. 아파트단지 3면이 공사 현장으로 포위된 삼보해피하임아파트는 흡사 전방초소처럼 보였다.

    이 아파트 주민은 “조용해서 좋았던 동네가 온통 공사장이 됐다. 창문을 열어두면 집에 먼지가 뿌옇게 들어차고 소음과 진동은 말도 못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과 피부염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아파트 고층에서 바라본 공사 규모는 압도적이었다. “저 끝까지 죄다 공사장이다.” 다른 주민이 지평선 끝을 가리켰다. 검단신도시는 7만5천가구, 18만여명이 입주하게 된다. 전체 개발 사업이 마무리되는 시기는 2026년 이후로 예상된다.

    삼보해피하임아파트 1·2단지 주민 1191명은 검단신도시 조성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시공사인 쌍용건설을 상대로 1인당 70만원의 정신적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며 지난해 9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분쟁조정위)에 재정신청을 했다. 분쟁조정위는 복잡한 소송 절차 대신 조정으로 환경 분쟁을 풀자는 취지로 설치된 행정기관이다.

    주민들이 문제 삼은 지역은 검단신도시 2-2공구다. 2019년 5월부터 3년 넘게 공사가 진행 중이다. 올봄 추가 발파 작업이 예고된 상황이다. 주민들은 “야간에도 소음과 진동으로 잠을 깊이 잘 수 없다” “공사장에서 암벽을 깨는 소리가 머릿속에 울린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엘에이치 쪽은 “이미 1·2차 주민설명회를 진행했고, 3차 설명회도 열어 주민 의견을 계속 들을 것이다. 다만 검단신도시 개발은 엘에이치에서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인천도시공사 개발 구간도 바로 옆에 붙어 있어 소음이나 분진의 원인을 명확히 구분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곳과 같이 개발 공사와 관련한 환경 분쟁은 꾸준히 늘고 있다. 분쟁조정위 접수 사건 수(전년 이월 포함)는 2018년 이후 해마다 400건을 웃돈다. 

    분쟁 사례 중 70% 이상이 공사장 소음·진동이다. 서울시 역시 전체 소음 민원 중 85%(2021년 기준)가 공사장 소음이다. 문제는 환경권을 근거로 한 권리 주장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환경권은 헌법상 인정되는 국민 기본권이지만, 민사소송법과 각종 행정규제는 이를 충분히 보호하고 있지 못하다. 공사장 소음·진동 등에 직접 적용되는 소음·진동관리법은 기준을 초과할 경우 2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또 환경정책기본법은 환경 피해가 발생한 경우 그 피해를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과태료 액수는 지나치게 적어 강제성이 떨어지고, 당사자 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더라도 피해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 민사소송에서는 대부분 피해보상 청구가 기각되거나 100만원 이하의 정신적 손해 위자료를 지급하는 데 그친다. 

    그렇다 보니 법정 다툼보다 대안적 분쟁 해결 방식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삼보해피하임 주민들이 택한 분쟁조정위도 이런 대안적 방식 가운데 하나다.

    환경 분쟁 실무 경험이 많은 한 전문가는 5일 “민사소송의 경우 고도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지만 환경분쟁조정위는 ‘상당한 개연성’만 있으면 피해를 인정한다.

    다만 보상 기준이 낮은 것이 문제”라고 했다. 환경 관련 사건을 많이 다뤄본 현직 판사는 “환경분쟁조정위의 보상 기준이 세세하게 규정돼 있긴 하지만, 피해 측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민사 법정에서 기준을 준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관련 분쟁이 늘어나는 이상, 민원인들의 피해 정도를 측정하는 감정기법 개발 등 실무적인 노력이 재판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공사장 소음 분쟁 느는데…피해 인정·배상 기준은 여전히 모호

    불로지구 삼보해피하임아파트와 그 주변 지역 스카이뷰. 카카오맵 갈무리
    시민들의 권리 의식이 향상되고 쾌적한 환경에 대한 욕구도 높아지면서 공사장 소음 등에 대한 분쟁이 늘고 있지만, 그 피해를 인정하거나 배상하는 기준이 모호해 피해자들만 속앓이하는 경우가 많다.
    분쟁조정위는 ‘초과소음도’(측정소음-참을 한도)와 ‘피해기간’(공사기간 중 참을 한도를 넘긴 기간)을 세분화해 자세한 피해배상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소음도 측정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소음 관련 고통을 겪은 뒤로 매일 꾸준히 소음을 측정한 뒤 ‘참을 한도’를 초과하는지 기록해두지 않는다면, 배상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공사장 먼지로 인한 피해는 더 인정받기 어렵다. 한국재난정보학회에 실린 <공사장 먼지피해 예방을 위한 먼지피해 배상액 산정 현실화 방안 연구>(2022) 논문에 따르면, 분쟁조정위가 먼지피해를 인정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먼지피해가 인정되더라도 소음·진동으로 인한 피해에 5~30%를 가산해주는 방식이 대부분이고, 배상 기준도 공개되지 않는다. 개발사업 관련 환경 사건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공사 소음과 먼지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정량화하기 쉽지 않다”며 “피해자들이 365일 계측하기도 어렵고, 당국에서 실사할 때는 미리 공지하고 나오니 업체 쪽에서 그날만 규정을 잘 지키면 문제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분쟁조정위에서 마무리되지 않은 분쟁이 법정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법원 단계에서도 피해 인정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그나마 일조권 침해나 공항소음은 대법원 판례가 축적돼 피해를 측정하는 기준이 확립됐지만, 공사장 소음·진동 및 먼지의 경우 이를 직접 다룬 대법원 판례나 확립된 피해 측정 모델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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