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구하려 뜯은 문, 물어내라니” 119에 수리비 기부 문의 잇따라
“사람 구하려 뜯은 문, 물어내라니” 119에 수리비 기부 문의 잇따라
동아일보
업데이트 2025-02-25 04:382025년 2월 25일 04시 38분
입력 2025-02-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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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신광영]인명 구하려 문 부순 소방관들이 배상 걱정해서야
‘보험 안돼 508만원 보상’ 보도후
“가슴 아프다” 후원 문의 15건
친구끼리 돈 모아 들고 오기도
소방서 “市서 지급” 정중히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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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들이 출입문 수리비를 물어주게 될까 봐 걱정입니다. 제발 제가 기부할 수 있게 해주세요.”
광주에서 불이 난 빌라에서 인명을 구하기 위해 출입문을 강제로 개방한 소방관들이 문 수리비를 물게 됐다는 소식에 해당 소방서로 24일 시민들의 후원 문의가 잇따랐다. 이날 광주 북부소방서는 오후 6시까지 ‘소방관들이 내야 할 보상금을 대신 내고 싶다’는 문의가 15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소방서에 따르면 서울의 한 기업 대표라고 밝힌 남성은 소방서에 “소방관들을 항상 존경하고 고맙게 생각해 왔다. 회사 차원에서 지원하고 싶다”고 했다. 경상도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총보상금액을 내가 다 지불하겠다. 계좌번호를 불러달라”고 제안했다. 한 시민은 “돕고 싶다. 힘든 일을 하고 돈까지 물어준다니 가슴이 아프다”며 “기부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문의했다.
직접 돈을 들고 소방서로 찾아온 사람도 있었다. 이날 소방서를 찾은 50대 남성 2명은 “행여 소방관들이 돈을 낼까 봐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왔다”고 했다.
소방서는 모든 후원을 정중히 거절했다. 소방서 측은 “해당 보상금은 시 조례에 따라 손실보상 예산으로 지급된다. 기사를 보고 소방관들이 직접 돈을 내는 줄 오해하신 것 같다”며 “소방관에게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만 받겠다”고 답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화재 현장에 뛰어드는 소방관들이 보상 걱정 없이 구조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민 안전을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든 용기를 헛되이 하지 않겠다”며 손실보상 예산과 보험제도를 통해 해결할 것을 약속했다.
광주 북부소방서는 지난달 11일 새벽 북구 신안동 4층짜리 빌라 2층 가구에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인명 구조 작업 중 6가구의 현관문 도어록을 파손했다. 인명 구조에 필요한 조치였지만, 한 주민은 ‘수리비를 달라’고 소방서에 요청했다. 건물주가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소방서에 보상을 청구한 것이다. 수리 비용은 508만 원으로, 가구당 보상금액은 44만 원에서 120만 원 사이로 알려졌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50225/1310966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