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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끌어안을 세력, 단호히 결별할 세력 [시사IN·한국리서치 공동조사]

수지222 2025. 2. 24. 09:36

정치

함께 끌어안을 세력, 단호히 결별할 세력 [시사IN·한국리서치 공동조사]

〈시사IN〉과 한국리서치가 ‘2025 유권자 인식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세력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 않는다. 전선을 새로 긋는 데에 공동체의 운명이 달렸다.

전혜원 기자

입력 2025.02.24 06:59 호수 910

2월1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대통령 국민변호인단’ 출범식에 참여한 윤석열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손피켓을 들고 있다.ⓒ시사IN 이명익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는 여론이 30% 안팎을 기록 중이다. 2017년 3월 박근혜 탄핵 직전의 탄핵 반대 여론(18%, 한국갤럽)보다 공고하다. 이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3명은 12·3 비상계엄에 동조한다는 뜻인가? 1·19 서부지법 폭동을 옹호한다는 말인가?

이들 중 다수가 2030 남성이며 이들이 한국 사회 분열의 씨앗이 될 것을 의미하는가? 탄핵 반대 집회는 날로 규모를 키우는 듯하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윤석열이 있는 서울구치소에 릴레이 면회를 가고, 윤석열은 “국민, 특히 청년들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도대체 ‘탄핵 반대 여론 30%’의 실체는 무엇일까?

공화국의 현주소를 입체적으로 진단하려면 일반적인 여론조사로는 부족했다. 탄핵 찬반이나 지지 정당을 넘어 동료 시민들의 ‘세계관’을 분석해야 했다. 〈시사IN〉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질문 개수가 255개에 이르는 초대형 여론조사를 기획했다. 이런 조사는 전화로는 불가능하다. 질문 255개를 듣기 전에 응답자들의 인내심이 고갈될 것이다. 대안은 온라인에서 응답자들이 답변을 클릭하는 방식의 웹조사다. 문항이 방대해지더라도 응답률이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한국리서치는 웹조사용 응답자 풀 96만명을 확보하고 있다.

2월3일부터 2월5일까지 사흘 동안,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2025 유권자 인식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요청을 받은 사람은 9812명, 조사에 참여한 사람은 7941명이다. 이 중 2000명이 마지막 문항까지 응답했다. 응답률은 25.2%다. 문항 설계와 분석에는 한국리서치 이동한 수석연구원과 이소연 연구원, 국승민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 교수(정치학)가 함께했다. 이동한 수석연구원은 “다른 여론조사보다 정치 고관여층이 적게 잡혔다. 전화면접 조사와 웹조사의 차이일 수도 있고, 실제 여론이 그러할 수도 있다. 이 점을 감안하고 해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여론은 일차적으로 탄핵 찬반으로 분열되어 있다. 윤석열 탄핵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었다. 찬성 64%, 반대 29%다. 최근 여론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여기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의견’을 따로 물었다. 이번 비상계엄이 ‘잘못되었다’는 응답이 73%, ‘정당했다’는 응답이 18%다.

탄핵 반대 응답자는 29%인데, 그들이 모두 비상계엄이 정당했다고 답하지는 않는 것이다. 비상계엄은 잘못이라 생각하지만 윤석열 탄핵에는 반대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이 두 축으로 전체 여론을 나눠보면 계엄 정국의 지형도가 보다 선명하게 그려진다.

‘계엄이 잘못되었고 (아마도 그래서)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62%로 가장 많다. ‘계엄은 정당했고 (아마도 그래서)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17%로 뒤를 잇는다. 그런데 그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계엄은 잘못이라면서도 윤석열 탄핵에는 반대한다. 우리 조사에서는 9%이다(계엄은 정당하지만 탄핵에 찬성한다는 이들은 1%로, 교차분석을 할 수 있는 크기가 아니어서 별도로 다루지 않는다).

비상계엄과 탄핵 두 가지 모두에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이념 성향으로 갈라서 살펴보자. 주관적 본인의 이념 성향상 진보층은 91%가, 중도층에서는 67%가 ‘계엄 비판·탄핵 찬성’으로 비교적 단일 대오를 형성하고 있다(진보층은 계엄 비판·탄핵 반대 4%, 계엄 옹호·탄핵 반대 2%, 중도층은 계엄 비판·탄핵 반대 7%, 계엄 옹호·탄핵 반대 9%). 그런데 자신의 이념 성향을 ‘보수’라 답한 이들의 선택은 한쪽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지 않는다.

전체 보수를 100%로 볼 때, ‘계엄의 정당성을 지지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찬계엄 반탄핵 보수)’는 40%, ‘계엄은 잘못이라 생각하지만 탄핵에는 반대하는 보수(반계엄 반탄핵 보수)’가 16%, ‘계엄이 잘못되었다 생각하고 탄핵에도 찬성하는 보수(반계엄 찬탄핵 보수)’는 31%다. 이 세 갈래 보수가 이번 기사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모두 분명 스스로를 ‘보수’라고 답했지만, 사실은 서로 꽤 다른 사람들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1월19일 새벽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후문에 윤석열 지지자들이 부순 현판이 놓여 있다.ⓒ연합뉴스

 

지난 1월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직후, 윤석열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 이번 조사에서 참여자들에게 두 문장을 제시하고 어느 주장에 더 공감하는지 물었다. ‘반계엄 찬탄핵 보수’는 87%가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자 중대한 도전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한다고 답했다. ‘불법·무효인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 행사이다’라는 주장에 공감한 이는 9%에 그쳤다.

‘반계엄 반탄핵 보수’는 어떨까. ‘저항권 행사’라는 응답이 27%로 좀 더 높긴 하지만, ‘용납할 수 없다’는 응답이 65%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그런데 ‘찬계엄 반탄핵 보수’는 달랐다. 80%가 ‘저항권 행사’라고 답했다(‘서부지법 폭력 사태는 저항권 행사’라는 응답의 전체 평균은 20%다).

“충격적이다.” 숫자를 본 국승민 교수가 말했다. “미국 공화당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의사당에 난입한) 1·6 사태를 옹호할 때도, 폭동이 아니라 평화롭게 행진했다거나, 트럼프가 의도한 건 아니라는 식으로 ‘해석’을 달리할 뿐 대놓고 그런 행동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반면 저항권 행사라는 주장은 서부지법 폭동에 대한 가장 강력한 형태의 옹호다.

전체 탄핵 반대 세력으로 넓혀도 57%가 ‘저항권’이라 답했다. 너무 높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두 정치학자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어떤 정치지도자가 독재자인지 진단하는 네 가지 리트머스 테스트를 제안했다.

이 네 가지 중 하나가 ‘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이다. 정확히 서부지법 폭동 옹호가 이에 해당한다. 이 외에도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언론 및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이 포함된다. 우리는 앞서의 서부지법 문항을 비롯해서 이 테스트를 반영한 질문을 조사 참여자들에게 여럿 제시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동상이몽

‘강력한 정치지도자는 업무를 완수하기 위해 때때로 규칙을 어겨야 할 때도 있다’는 문장을 제시하고 동의 여부를 물었다. 민주주의 규범을 따를 의지가 있는지 묻는 질문이다. ‘반계엄 찬탄핵 보수’는 77%가 반대하고 16%가 동의했다.

‘반계엄 반탄핵 보수’도 74%가 반대하고 22%가 동의했다. 반면 ‘찬계엄 반탄핵 보수’에서는 동의한다는 응답이 앞서의 ‘반계엄 반탄핵 보수’ 그룹보다 20%포인트 더 높았다. 55%가 반대하고 42%는 동의했다.

보수 성향 응답자들에게 ‘진보 성향 판사들이 논쟁적인 판결을 내리면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문장을 제시하고 동의 여부를 물었다(진보층에게는 ‘보수 성향’ 판사, 중도층에게는 ‘진보 혹은 보수 성향이 강한’ 판사의 판결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지 물었다). ‘반계엄 찬탄핵 보수’는 13%만 동의하고 76%가 반대했다.

‘반계엄 반탄핵 보수’는 27%가 동의했지만 역시 대다수인 67%가 반대했다. 그런데 ‘찬계엄 반탄핵 보수’에서는 동의한다는 응답이 65%로 반대한다는 응답(30%)의 두 배 이상이었다. ‘매우 동의한다’라는 강한 응답만 따로 봐도 29%나 됐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를 구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라는 문장을 제시하고 동의 여부를 물었다. ‘반계엄 찬탄핵 보수’는 15%가 동의하고 77%가 반대했다. ‘반계엄 반탄핵 보수’도 23%가 동의하고 73%가 반대해, 탄핵 찬성 세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도 ‘찬계엄 반탄핵 보수’에서는 이 비율이 역전된다.

절반 이상인 55%가 동의하고 42%가 반대했다. “규칙을 어기고, 법원을 무시하고,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사실상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계엄을 옹호하는 확신형 탄핵 반대 보수일수록, 당파적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를 기꺼이 버릴 의향이 있어 보인다(국승민 교수).”

향후 있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심판 결정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결과다. 윤석열 탄핵심판 결과 수용 여부를 물었다. ‘반계엄 찬탄핵 보수’는 66%가 ‘어떤 결과가 나오든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다’라고 답했다.

‘내가 기대하는 결과가 아니라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반계엄 반탄핵 보수’의 응답도 63% 대 29%로 비슷했다. 반면 무력 사용 의향이 높은 ‘찬계엄 반탄핵 보수’ 집단에서는 헌재 심판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응답이 15%에 불과했다. 78%가 ‘내가 기대하는 결과가 아니라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대로라면 서부지법 사태가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런데 계엄을 옹호하며 탄핵에 반대하는 이른바 ‘확신형 반탄핵 보수’ 집회에서 흔히 터져나오는 구호 중 하나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자!”이다. 이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란 무엇일까? 사실, 학계에서도 자유민주주의의 정의에 대한 ‘정답’이 있지는 않다. 그만큼 논쟁적이고 열려 있는 개념이다.

조사 참여자들에게 자유민주주의의 특성 8개를 제시하고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특성 두 가지를 골라달라고 했다(복수 응답). 전체 평균은 ‘법에 의한 시민 권리 보호(38%)’ ‘권력의 견제와 균형(33%)’ ‘법치주의(31%)’ 순으로 나타났다.

‘반계엄 찬탄핵 보수’와 ‘반계엄 반탄핵 보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법에 의한 시민 권리 보호’ ‘법치주의’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번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포고령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했다.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고도 했다.

포고령을 위반하면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었다. 자유민주주의의 위 가치들을 중시하는 보수로서는 이번 비상계엄을 비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찬계엄 반탄핵 보수’가 자유민주주의에서 중시하는 특성은 다른 그룹과 확연히 달랐다. ‘자유시장경제(43%)’와 ‘공산주의와 전체주의에 대한 배격(42%)’ ‘법치주의(39%)’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법에 의한 시민 권리 보호(24%)’ ‘권력의 견제와 균형(23%)’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물론 ‘반계엄 반탄핵 보수’도 ‘자유시장경제’와 ‘공산주의와 전체주의에 대한 배격’을 중시한다는 응답률이 탄핵 찬성파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찬계엄 반탄핵 보수’보다는 각각 11%포인트, 21%포인트 낮다. 즉 ‘반계엄 반탄핵 보수’는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는 반공주의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련의 민주주의적 규범들을 희생하면서까지 ‘멸공’을 실천하려 하지는 않는 사람들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전체 시민 가운데 64%는 윤석열 탄핵에 찬성하고, 29%는 반대한다. 보수로 좁혀 보면 35%는 윤석열 탄핵에 찬성하고 59%가 반대한다.

그런데 우리가 확인한 결과, 이 가운데 계엄을 비판하면서도 탄핵에 반대하는 ‘상대적 반탄핵 보수’는, 계엄을 옹호하며 탄핵에 반대하는 ‘확신형 반탄핵 보수’보다는 오히려 ‘계엄을 비판하고 탄핵에 찬성하는 확신형 찬탄핵 보수’, 혹은 더 나아가 계엄을 비판하고 탄핵에 찬성하는 중도·진보층과 적어도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에서 더 가깝다. 그러니까 전선은 탄핵 찬반 혹은 진보·보수에 있지 않다. 진짜 전선은 이번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옹호하느냐, 비판하느냐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월11일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해 배보윤 변호사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질문을 이렇게 바꾸면 세계관의 단층선이 더 잘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부정선거에 중국이 개입했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반계엄 반탄핵 보수는 25%만 동의하고 51%는 동의하지 않았다. 찬계엄 반탄핵 보수는 80%가 동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면 한국은 홍콩처럼 중국의 속국이 될 위험이 있다’는 주장을 제시했다. 반계엄 반탄핵 보수는 46%가 동의하고 48%가 동의하지 않았다. 찬계엄 반탄핵 보수는 88%가 동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도움을 줄 것이다’라는 문항에, 반계엄 반탄핵 보수는 26%만이 동의하고 70%가 반대했다. 반면 찬계엄 반탄핵 보수는 65%가 동의했다. 반중 문구와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 피켓, 태극기와 성조기가 함께 휘날리는, 탄핵 반대 집회에서 흔히 목격되는 ‘서사’는 전체 탄핵 반대 여론을 대표하지 않는 것이다.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라고 모두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 않는다.

2030 남성은 정말 극우화되었을까

그렇다면 무엇이 계엄과 탄핵에 대한 보수의 인식을 가르는가? 첫 번째 유력한 변수로 뉴스 소비(습득) 경로와 방식이 지목된다. 대표적으로 유튜브다. 비상계엄 및 윤석열 탄핵과 관련해 정치 관련 유튜브 채널과 기존 언론(TV, 신문, 라디오, 잡지 등) 중 어디에서 정보를 더 많이 얻는지 물었다. ‘(정치 관련) 유튜브 채널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는다’는 응답은, 반계엄 찬탄핵 보수에서는 21%, 반계엄 반탄핵 보수에서는 18%에 그쳤다. 반면 찬계엄 반탄핵 보수에서는 52%에 달했다.

유튜브에 대한 신뢰도도 차이가 컸다. 반계엄 찬탄핵 보수는 54%, 반계엄 반탄핵 보수는 64%가 ‘기존 언론에서 얻은 정보를 더 신뢰한다’고 답한 반면, 찬계엄 반탄핵 보수는 49%가 ‘유튜브 채널에서 얻은 정보를 더 신뢰한다’고 답했다. 기존 언론에서 얻은 정보를 더 신뢰한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특히 보수층 내 ‘보수 유튜브 헤비 시청자’의 응답이 선명하게 구분돼 나타났다. 보수층 내에서 지난 12월 이후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을 하루 1시간 이상 시청한 이들의 83%가 ‘이번 12·3 비상계엄은 정당했다’고 답했다. 하루 1시간 미만 시청한 보수층의 50%, 시청하지 않은 보수층의 18%만 ‘정당했다’고 답한 것과 대비된다.

정치 성향이 먼저인지, 보수 유튜브를 시청하며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인지 단언하긴 어렵지만 확신형 반탄핵 보수가 유튜브를 찾고, 그것이 다시 그 집단의 세계관을 강화시키는 경향은 분명해 보인다.

두 번째 변수로는 세대와 성별이 꼽힌다. 이른바 ‘2030 남성 극우화’에 대한 가설이다. 하지만 우리의 조사 결과는 통념과 달랐다. 60대 이하에서는 성별에 관계없이 계엄을 비판하고 탄핵에 찬성하는 ‘확신형 찬탄핵 세력’이 50% 이상으로 주류 의견이다.

20대 남자의 60%, 30대 남자의 57%가 ‘반계엄 찬탄핵’이다. 물론 20대 여자와 40대 남녀, 50대 여자의 ‘반계엄 찬탄핵’ 비율이 70% 이상으로 특히 높긴 하다. 하지만 ‘찬계엄 반탄핵’ 비율이 가장 높은 집단은 2030 세대가 아닌 70세 이상이다. 전체에서 ‘찬계엄 반탄핵’이 17%인 반면, 70세 이상은 37%가 계엄을 옹호하며 탄핵에 반대한다. 이 집단에서도 39%는 계엄을 비판하며 탄핵에 찬성하고, 14%는 탄핵은 반대하지만 계엄에는 비판적이다.

민주주의 규범과 관련한 여러 문항에서 2030 남성은 전체 평균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또래 여성들과의 차이도 그리 크지 않다. 물론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20대 남성은 보수, 20대 여성은 진보 성향이 높게 나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보수와 극우는 다르다. ‘2030 남성 극우화’ 담론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이 집단에 존재하는 소수의 ‘계엄 옹호·탄핵 반대’ 세력이 과대 대표된 측면이 없지 않다.

다만 2030 남성들의 버튼을 누르는 요인이 있다. 페미니즘이다. ‘지나친 페미니즘의 영향을 막기 위해서라면 법규칙을 어기거나 무력을 사용하는 게 정당화될 수 있다’는 문장을 제시했다. 전체에서 14%가 동의한 반면, 20대 남자의 32%, 30대 남자의 25%가 동의했다.

이는 동세대 여자들과 16%포인트에서 27%포인트 차이 날 뿐 아니라 여타 세대 남자들에 비해서도 튀는 수치다. 즉 2030 남성 대부분은 민주주의적 규범을 대체로 존중하지만, 적어도 이 집단의 네 명 중 한 명은 페미니즘에 대한 강한 반감과 불신을 이유로 무력도 불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앞으로 우리 공동체의 운명은, 가장 큰 전선을 어디에 긋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것은 진보 보수의 싸움이 아니다. 탄핵 찬반 세력 간 대결도 넘어서는 문제다. ‘계엄 옹호 대 계엄 비판’으로 전선을 재구성하고, 윤석열 탄핵 반대 진영에서 계엄 비판 세력과 계엄 옹호 세력을 분리시켜야 공화국이 안전해진다. 그러므로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계엄 옹호와 계엄 비판이라는 전혀 다른 세계관의 소유자들이 어째서 탄핵 반대 단일 구호 아래 묶여 있을 수 있는가? 이 결집을 깰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일까?

우리는 응답자들이 주요 정치인에 대해 느끼는 감정온도를 측정했다. 0도는 매우 차갑고 부정적인 감정, 100도는 매우 뜨겁고 긍정적인 감정이다. ‘찬계엄 반탄핵 보수’는 윤석열에 대한 감정온도가 82도나 된다. ‘반계엄 반탄핵 보수’는 49도로 뚝 떨어진다. 그런데 이 두 집단이 동시에 매우 차갑게 느끼는 정치인이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이들이 이 대표에 대해 느끼는 감정온도는 각각 7도와 11도로 별반 다르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는 것이 대한민국 체제를 지키는 것이다’라는 진술에 반계엄 반탄핵 보수는 49%가 동의하고 48%는 반대한다. 찬계엄 반탄핵 보수는 91%가 동의한다. 반면 ‘이재명 대표의 차기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해 탄핵은 기각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반계엄 반탄핵 보수의 78%, 찬계엄 반탄핵 보수의 94%가 동의한다.

찬계엄 반탄핵 보수가 윤석열을 좋아하고 이재명을 싫어한다면, 반계엄 반탄핵 보수는 윤석열이 딱히 좋진 않지만 이재명은 꽤나 싫어한다. ‘만일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표가 아닌 다른 인물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다면 그 후보를 지지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반계엄 반탄핵 보수의 33%가 동의했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셈법 바꾸려면

이재명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계엄군을 보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하려 한 대통령 윤석열과 야당 대표로서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을 이끈 이재명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다만 분명한 건, 계엄을 옹호하든 비판하든, 거의 모든 보수층에게 이재명 대표에 대한 강한 반감과 두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의 사당(私黨)이다’라는 문장에, 반계엄 반탄핵 보수의 90%가 동의했다.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크다’는 문장에 90%가, ‘당내 다양한 의견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문장에도 89%가 동의했다. 이 문장들에는 중도층에서도 각각 54%, 58%, 47%가 동의했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은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반계엄 반탄핵 보수의 88%가 동의했고, 전체 중도층의 61%뿐 아니라 진보층의 57%도 동의했다. 민주당이 당내 이견에 대한 포용성을 높이고, 예상되는 조기 대선에서 쟁점이 될 문제에 대한 답을 준비한다면, 탄핵 반대 내지는 잠재적 불복 세력의 파이는 지금보다 쪼그라들 수 있을 것이다.

전체 여론 지형에서 ‘계엄 비판·탄핵 찬성’ 62%와 ‘계엄 비판·탄핵 반대’ 9%가 연대하면 약 70%가 된다. 그래도 ‘계엄 옹호·탄핵 반대’ 세력 17%는 여전히 남는다. 지금의 구도를 무너뜨려 전선을 새로 긋는 일에 의미가 있을까? 의미가 있다.

일단 보수세력 내에서 계엄 비판 세력이 절반에 가까워진다(31%+16%=47%). 계엄 옹호 세력(40%)을 추월한다. 이러면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셈법도 달라진다. 법원의 판결이나 선거 결과를 존중하지 않고, 당파적 이익을 위해 기꺼이 폭력도 사용하려는 이들이 점점 소수파로 고립된다. “헌정질서를 공격한 계엄 세력을 어떤 형태로든 끌어내려야 한다는 ‘계엄 반대 그룹’의 목소리가 전체의 90%는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대로 선거 국면에 진입해서 민주당 대 국민의힘이라는 5대 5 싸움으로 가면, 공동체가 정말로 쪼개질 수 있다. 말 그대로 ‘헌정질서의 위기’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말이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이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 했다고 생각하느냐, 못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반계엄 반탄핵 보수는 41%가 ‘잘했다’, 56%가 ‘못했다’고 했다, 찬계엄 반탄핵 보수는 73%가 ‘잘했다’고 답했다. ‘매우 잘했다’는 강한 응답만 따로 봐도 23%에 이른다.

같은 보수 내에서도 2030 보수는 69%가 전두환이 일을 ‘못했다’고 했다. 6070 보수는 64%가 ‘잘했다’고 한다. 윤석열이 아군으로 추켜세우는 2030 보수의 55%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는 것이 대한민국 체제를 지키는 것이다’라는 진술에 동의하지 않는다. 6070 보수는 68%가 동의한다. 2030 보수의 28%만이 부정선거 중국 개입설에 동의하고 47%는 동의하지 않는다. 25%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6070 보수의 53%가 동의하는 것과 차이가 크다.

공동체에서 최소한의 합의 기준이라고 세워놓았던 가치들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은 누구와 합의를 이루고, 누구와는 단호히 결별해야 할 것인가? 어떤 ‘보수’를 공화국의 동지로 데려올 것인가? 다가올 탄핵심판 결과 이후에도 남을 질문이다. 다음 호(제911호) 〈시사IN〉은 통계 숫자 뒤 여론의 구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이번 조사 참여자 가운데 여러 갈래의 ‘탄핵 반대 응답자’들을 모아 집단심층면접(FGI)을 진행하고 그 내용을 싣는다. 가시화되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지난 대선 이후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이탈한 유권자들의 마음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 이렇게 조사했다

* 조사 일시 : 2025년 2월3~5일

* 조사 기관 : ㈜한국리서치

* 모집단 :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025년 1월 기준 전국 96만6505명)

* 표집 방법 : 지역별·성별·연령별 기준 비례할당 추출

* 표본 크기 : 2000명

* 표본오차 : 무작위 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2.2%포인트

* 조사 방법 :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 방식 : 지역별·성별·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4년 12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

* 응답률 : 25.2%(총 9812명에게 발송, 7941명 접촉, 2000명 최종 응답)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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