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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기로운 유럽 생활 간헐적 단식을 36시간이나? 리시 수낵
    지금 이곳에선 2024. 3. 8. 15:30

    슬기로운 유럽 생활 간헐적 단식을 36시간이나? 리시 수낵

    VOL.19|2024.03.04
    안녕하세요, 독자님
    유럽에서 날아온 열아홉 번째 편지를 개봉해 주셔서 오늘도 감사합니다. ✈️
    옷을 구매하기 위해 구매하는 사람, 부끄럽지만 저입니다. 세일이라서 사고(세일은 왜 이렇게 자주 돌아오는 것인지), 색깔이 마음에 들어서 사고(그 색 집에 있는데), 날씬해보여서 사고(문제는 다른 곳에 있는데)... 이렇게 옷을 산 지가 어언 십수 년인데, 입을 옷은 마땅치 않은 마법도 늘 일어납니다. 네, 부끄럽게도 이런 행위는 환경을 파괴합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옷 그만 사기 운동'을 혼자 벌이던 중, 괜찮은 방법 하나를 찾았습니다. 옷을 사지 않으면서도 옷 사는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요.👆
    안 입는 옷이 요긴해진 날
    '패션 액션 데이'. 1월 어느 날 독일 베를린에서 이런 행사가 열린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어요. 행사 설명은 이랬습니다. "당신은 패션과 기후 보호를 둘 다 실천하는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안 입는 옷, 오래된 옷을 들고 와서 교환해가세요!"
    혹 했습니다. 옷장에 쳐박혀 있는 옷들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그런데 고민도 되더라고요. "내가 사고 싶은 옷을 판매하는 사람이 교환하기를 거부하면 민망해서 어쩌지..." "참가자가 없어서 옷을 잔뜩 들고 갔다가 그대로 돌아오는 건 아닐까..."
    1월 28일 일요일. 행사 날짜가 다가왔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은 접어두고 일단 가보기로 했습니다. 너무 많이 들고가면 괜히 짐이 될까 싶어 딱 두 개만 챙겼습니다. 지나치게 화려한 꽃무늬 때문에 휴양지에서조차 부담스러워 입지 못한 원피스 하나, 단 한 번도 매지 않은 작은 가방 하나.
    행사 장소는 베를린 시내에 있는 커뮤니케이션 박물관 1층 로비였습니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옷들이 이미 옷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어요. 아래 사진처럼요.
    참여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가져온 물품 개수만큼 원하는 물품을 가져가면 된다. 가져온 물품이 없다면 QR코드를 통해 기부를 해도 된다."
    행사장을 둘러보니 제법 괜찮은 니트 하나가 보였습니다. 그래서 챙겨간 원피스와 가방을 주최 측에 접수한 뒤 얼른 니트를 집어들었습니다. 그 사이 한 여성은 제가 가지고 간 원피스를 만족스러운 듯 쟁여두더라고요.

    행사는 커뮤니케이션 박물관이 진행한 기후 관련 전시 '클리마 엑스' 일환으로 열린 것이었습니다. 박물관은 이 행사를 통해 '기후에 악영향을 끼치는 우리의 소비 행위가 '대체 가능한 것'인지, '대체 불가능한 것'인지를 묻고자 했다'고 합니다. 옷을 필요해서 사는 것인지, 사기 위해 사는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것입니다.
    저의 소비는 '대체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새 니트가 아닌 헌 니트를 쥐고도 옷을 샀을 때와 비슷한 만족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던 물품이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오는 뿌듯함도 있었고요.
    물론 한국에서도 당근 등 온라인 플랫폼, 동묘 등 벼룩시장에서 중고 물품을 살 수는 있죠. 그런데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안 입는 옷을 교환할 수 있는 기관과 장소가 많이 생긴다면 우리가 보다 기후친화적인 패션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옷 4㎏ 사갈게요
    옷을 왕창 사면서 죄책감을 덜 느낄 수 있는 방법도 있는데요. 헌 옷 전문 매장을 활용하는 겁니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옷값을 따로따로 책정해 판매하는 게 아니라 어떤 옷이든 한꺼번에 무게를 달아 판매하는 상점을 특히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판매하는 대표적인 기업인 '픽앤웨이트'(PickNWeight)를 기준으로 운영 방식을 살펴보면요. 매장 내 옷들은 품질, 스타일, 종류 등에 따라 1kg당 매겨지는 가격이 다릅니다. 구체적으로는 25, 45, 55, 75, 95, 105유로로 구획이 돼있습니다. 가령 소비자가 1kg당 25유로 코너에서 2kg만큼의 옷을 고르면 50유로, 원화로 환산하면 약 7만2,500원을 내는 겁니다(1유로당 1,450원으로 계산).
    왜 이런 판매 방식을 택한 걸까요? 관련 업체들 설명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중고 물품 판매 업체는 의류 수거 업체 등을 통해 중고 의류를 무게 단위로 구매한다. 이렇게 구매해온 옷을 하나하나 떼어 값을 받는 건 소비자에게 불공평할 수 있다. 최초 판매 시점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제품을 최초 판매 시점을 기준으로 값을 매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무게 단위로 물건을 판매하는 건 가장 최적의 방법이다.
    다만 물품마다 세탁 비용, 재고 비용 등이 다르니 모든 옷에 대한 값을 동일하게 책정할 수는 없겠다. 이에 어느 정도 구획을 둔 것이다."
    물론 무게 단위로 파는 게 반드시 저렴한 값을 보장하는 건 아닙니다. 티셔츠 같은 경우는 가볍기 때문에 몇 장을 골라도 1kg가 되지 않지만, 니트, 점퍼 등은 의외로 무게가 나가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옷값이 과하게 책정된 경우도 적지 않고요. 지속가능한 소비를 하려다 주머니 사정이 지속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소비자 불만도 상당한데요. 이러한 정책을 취하고 있는 베를린 한 상점에 달린 온라인 리뷰는 이렇습니다. "저는 3개의 상의를 구입하고 75유로(10만8,750원)를 지불했어요. 같은 가격이면 새 제품을 구입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저는 이 상점이 패스트 패션에 대한 대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비싸다면 대안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요. 다신 안 살래요!"

     
    간헐적 단식을 36시간이나?
    리시 수낵
    오늘은 리시 수낵(43) 영국 총리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지도자'로서의 수낵을 소개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식단 인플루언서'로서의 수낵이요. 최근 수낵 총리가 간헐적 단식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영국에서 꽤 화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수낵 총리의 간헐적 단식, 스케일이 남다릅니다. 무려 36시간이나 지속을 한다고 해요. 수낵 총리가 매주 36시간씩 단식을 한다는 사실은 영국 더선데이타임스에 의해 처음 알려졌습니다. 수낵 총리 측근이 해당 언론에 "그는 월요일에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하게 규율을 지킨다"고 말하면서 말이죠.
    수낵 총리는 일요일 오후 5시부터 화요일 오전 5시까지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월요일이라고 해서 특별히 업무가 덜한 것도 아닐 텐데, 하루 종일 공복 상태로 있는 것이죠. 수낵 총리는 36시간 동안 물, 차, 블랙 커피 등 칼로리가 없는 액체 위주로 섭취한다고 합니다.
    수낵 총리는 이러한 긴 단식을 "균형 잡힌 생활 방식"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리고 "훈련"이라고도 부릅니다. 36시간 동안 굶으면 당연히 허기가 지지만, 이를 극복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영국 ITV 방송에서 했다는 발언을 보면 '훈련'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때 코카콜라에 중독됐었을 정도로 단 음식을 좋아한다. 때때로 음식에 대한 자제력을 잃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매주 초에 금식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왜 36시간 단식을 시작했는지, 왜 하필 36시간인지 등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수낵 총리가 특별히 밝히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국정을 책임지는 지도자가 이렇게 독특한 습관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후속 이야기는 쏟아졌습니다. '36시간 단식은 뱃살을 빼는 데 좋다' 등 식품, 의료 전문가를 인용한 기사들이 한동안 이어졌죠.
    여러 비판도 나왔습니다. '맑은 정신을 유지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굶으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예민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특히 높았습니다.
    영국의 보수 방송인 톰 하우드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주요7개국(G7) 지도자가 그렇게 굶다니... 그것은 미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36시간 단식, 사람마다 그 효과는 다르겠지만, 국가 지도자가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에 관심을 크게 갖는 건 한국이나 영국이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특정 행동 양식이 국정에 영향을 크게 줄 수 있을 것 같다면 더더욱 말이죠.
    "이발 비용? 분당 1,800원으로 하시죠!"
    "여성 컷: 30유로, 남성 컷: 20유로" 제가 살고 있는 독일 베를린 미용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가격표인데요. 얼마나 머리가 긴지, 스타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따라 세부 가격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여성과 남성의 이발 비용을 구분해두는 게 일반적입니다. 30유로면 4만3,500원, 20유로면 2만9,000원. 여성이 머리 자를 때 1만4,500원을 더 내네요.
    사실 이는 전세계적으로 비슷합니다. 여론조사기관인 유고브의 2020년 조사는 영국 여성이 영국 남성보다 이발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이발 비용으로 15파운드 이상, 약 2만5,200원(1파운드당 1,680원으로 계산)을 지불한다'고 답한 남성은 15%에 불과한데, 여성은 78%나 됩니다. 남성이 지불하는 평균 비용은 12.17파운드(2만446원), 여성은 31.99파운드(5만3,743원)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나고요. 한국에서도 이런 가격 정책이 일반적이죠.

    이러한 가격 정책에 반기를 든 단체가 있습니다. 벨기에 미용협회인 페벨헤어(Febelhair)라는 곳인데요. 페벨헤어는 협회 회원으로 가입한 미용사들에게 "고객의 성별에 관계 없이 분당 1.3유로(약 1,800원)를 받으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소요 시간'이 아니라 '성별'에 따라 비용을 청구하는 건 성 차별적이라는 겁니다. 샤를 앙투안 위브레히츠 페벨헤어 대변인은 벨기에의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통해 "2024년에는 남녀 가격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2024년에는 남녀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페벨헤어와 같은 가격 정책에 대한 이견도 있습니다. "여성은 통상 남성보다 더 복잡한 스타일을 원하고, 실제로 요구되는 기술이 더 까다롭기 때문에 가격을 달리 받는 게 합당하다"는 겁니다. 여성용 제품이 더 비싸므로 이러한 가격이 이발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슬유생 독자님들은 어떤 쪽에 더 공감하시나요?
    오늘도 독자님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의견과 함께 슬유생을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이번 주도 무탈하고 풍족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 유럽인들의 인종적 유대감이 얼마나 있나요. 한국과 북한이 한민족인 것처럼 그런 뿌리 깊은 내면적인 유대감이 있나요? 타민족에 대한 우월감은 얼마나 있나요?
    → 유럽 언론들이 자주 다루는 사회적 문제가 '백인 우월주의'라는 점을 감안하면 타민족에 대한 우월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는 듯합니다. '인종적 유대감'을 제 수준에서 정량화할 수는 없겠지만... 얼마 전 만난 한 폴란드인이 저에게 한 질문이 약간의 설명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옮겨 봅니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반갑게 맞으면서 제3국 난민을 배척하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 같나."
    💬 0.13유로의 집값은 머지않은 날의 우리나라 모습을 미리 보는 것 같았어요. 우리도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네요.
    → 네, 저도 글을 쓰며 인구가 줄어든 도시, 마을을 방문할 때마다 마주치곤 했던 빈집, 주유소, 숙박시설 등이 떠오르더라고요.
    💬 우리나라의 산촌, 어촌 마을에서 일부 시행하고 있는 '빈집 고쳐살기'와 비슷하네요. 집만 있다면 뭐할까 싶은 정책들이라... 여기나 거기나 답답한 심정입니다. 소식 전해주심에 감사합니다.
    → 네, '집만' 주어져서는 안 될 정책 같아요. 아무리 '집콕'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집이 주어진다고 해도 말이죠.
    💬 취미 생활 부탁드립니다.
    → ㅎㅎ 네 언젠가 소개해 볼게요.
    💬 팬층이 두텁군요!! ㅎ
    → 그런가요! 😍
    💬 한국에서 보는 유럽 이야기!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
    → 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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