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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험수위 넘은 ‘은둔형 정치 훌리건’
    지금 이곳에선 2024. 1. 4. 11:11

    위험수위 넘은 ‘은둔형 정치 훌리건’

    [NEWS&VIEW]

    이재명 대표 습격한 60대 남성

    흉기 개조, 집요하게 범행 준비

    여당 탈당 뒤 민주당 당적 가져

    지인들 “정치 유튜브 많이 봐”

    부산=김준호 기자

    부산=신지인 기자

    아산=김석모 기자

    입력 2024.01.04. 03:35업데이트 2024.01.04. 08:51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의 범인 김모(67)씨는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던 것으로 3일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 대표를 찌른 흉기를 구입해 개조했고 이 대표 동선(動線)을 사전 답사한 정황들이 속속 확인됐다. 경찰은 이날 김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범행 전날인 1일 충남 아산시에서 KTX를 타고 부산으로 왔다가, 같은 날 열차 편으로 울산에 한 차례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울산역은 이 대표가 갈 예정이었던 평산마을과 가장 가까운 기차역이다. 김씨는 다음 날인 2일 부산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지지자 행세를 하며 이 대표에게 다가가 이 대표의 목 부위를 찔렀고, 범행 직후 경찰에 체포됐다.

    ‘정치 테러’에 해당하는 이 모든 행위는 김씨 단독으로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은둔형 정치 훌리건’에게 나타나는 범행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에 과몰입한 나머지 특정 정치인을 따라다니고 살해까지 시도했다는 점에서 특정 축구팀에 대한 호오(好惡) 때문에 경기장 안팎에서 난동을 벌이고 극단적인 폭력 행위까지도 불사하는 훌리건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또 어떤 조직에 속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 범행 도구를 준비하고 결행하는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라는 것이다.

    김씨 이웃들의 증언은 이를 뒷받침했다. 부동산중개업자인 김씨는 사무실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인터넷 바둑을 두는 사람으로 기억됐다. 부동산업계의 한 지인은 “말도 별로 없었고 술도 안 마셨다”고, 김씨의 친척은 “같은 동네에 살아도 왕래가 잘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이웃과 거리를 두면서도 평소 정치 유튜브를 즐겨 봤다고 한다. 김씨 사무실 인근 상점의 주인은 “김씨는 물건을 사러 올 때 볼륨을 크게 키워 놓고 정치 관련 유튜브를 시청하곤 했다”며 “원래 말이 없는 사람이어서 다른 대화는 없었다”고 했다. 경찰도 김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디지털 증거 추출)해 평소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을 파악하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는 “이재명이 싫어서 그랬다”며 이 대표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이었다는 소수의 증언도 있다. 경찰은 이런 ‘증오심’의 배경이 극단적 내용의 유튜브 시청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정치권에선 “상대 진영을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악마화하며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 이런 혐오를 확대 재생산하는 정치 유튜브가 김씨와 같은 괴물을 낳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 대표 피습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3일 오후 충남 아산시에 있는 김씨 집과 부동산중개사 사무실, 자동차 등을 압수수색하고, 김씨의 당적 확인을 위해 영장을 발부받아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김씨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노트북, 개인 메모 등을 확보하고, 과도와 캠핑용 칼, 칼 가는 도구 등을 발견했다. 김씨는 이 대표를 찌른 흉기를 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범행에 쓴 칼은 칼날 길이가 약 13㎝, 이를 포함한 칼 전체 길이가 약 18㎝인 등산용으로, 지난해 인터넷으로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가 칼자루(손잡이)를 빼고 테이프로 감아서 잡기 편하게 개조했고, 칼날은 A4 용지로 여러 겹 싸서 숨기려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범행 전날인 1일 울산을 방문한 것과 관련해 “부산에 올 때도, 울산에 다녀올 때도 김씨 혼자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아무 연고가 없는 울산에 왜 갔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역시 김씨가 이 대표 동선을 쫓아다닌 정황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보유하고 있는 당적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다. 그는 전날 경찰 조사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 가입했다가 2019~2020년쯤 탈퇴하고, 작년에 민주당에 가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경찰이 묻지도 않았는데 그런 진술을 했다고 한다. 경찰을 이를 확인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아 국민의힘과 민주당으로부터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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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과 민주당,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김씨는 과거 국민의힘 당원으로 활동하다 탈당한 뒤 지난해 민주당에 입당해 최근까지 당적을 보유해온 것으로 보인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수사 당국에 피의자 당적을 확인해 줬다”며 “현재 피의자는 국민의힘 당적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김씨가 국민의힘 당적을 갖고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찰은 또 민주당의 당원 명부에서 김씨 이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권 인사는 “김씨가 ‘은둔형 정치 홀리건’이면서 여야로 당적을 옮겨 다녔다”면서 “거기에는 정치 유튜브 방송 등의 주변 환경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가 간헐적으로 자신의 정치 성향을 드러냈다는 증언도 일부 나왔다. 김씨의 한 친척은 “김씨가 평소 정치 이야기를 잘 안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김씨가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러 나가는 장면이 이웃에 목격되기도 했다. 한 이웃은 “보수 정당 지지 성향이 강했던 사람이 민주당 쪽으로 정치 성향이 바뀌었다고 들었다”고 했다.

     

    https://www.chosun.com/politics/assembly/2024/01/04/HESP4EJCTFG5ZGJOA7TGTMHODA/?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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