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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제기의 영화로운 /싱글이 답이다
    문화 광장 2023. 12. 12. 10:10

    라제기의 영화로운 /싱글이 답이다

     
    한국일보의 영화전문기자. 문화부장, 에디터를 거쳐 영화라는 우물을 깊고 넓게 파는 중이다. 홍콩배우 임달화를 닮은 외모를 발판으로 최근 클럽하우스에 ‘다롸몰’을 열어 영화로운 이들과 접선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sooji2님. 이번 주 잘 보내셨나요. 어느덧 주말이 눈앞입니다. 주말 짬내서 영화나 드라마 한 편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이왕이면 세상사를 좀 더 넓은 눈으로 보게 해주거나 사회 흐름을 콕 집어주는 작품 말이에요. ‘라제기의 영화로운’은 의미 있는 영화나 드라마 관람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을 드리려고 합니다.

    “나랑 딱 맞는 사람은 나 밖에 없어!”
    영화 ‘싱글 인 서울’ 속 영호(이동욱)
    싱글이 답이다??😳

    영화 '싱글 인 서울'(2023)

    얼마 전 이런 기사를 읽었습니다. 자녀들이 결혼을 않다 보니 부모가 그동안 뿌린 축의금을 회수하기 힘들어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020년 기준 30~34세 남녀 중 미혼은 56.3%였습니다. 20년 전인 2000년(18.7%)보다 37.6%포인트 늘어난 수치입니다(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아빠, 축의금 많이 냈을 텐데 미안"... 청년 8할은 '미혼'). 결혼은 안 해도 후회, 해도 후회니 해보기라도 하고 후회하자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효력이 없는 시대인 듯합니다.

    연애로 스트레스를 받느니 홀로 지내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말이 들리기까지 합니다. 전쟁 같은 입시경쟁, 바늘귀처럼 좁은 취업의 문으로 이래저래 시달리니 결혼은커녕 연애를 시도조차 안 하는 듯합니다. 지나친 집값 상승에 따라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것도 젊은이들이 결혼을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진지한 생각을 하다 지난 11월 29일 개봉한 영화 ‘싱글 인 서울’을 떠올렸습니다. 사회비판 영화가 아닌, 달달한 로맨틱코미디 영화이나 현실을 반영한 내용이 담겨서 그런 듯합니다. 결혼과 연애 대신 ‘홀로’를 택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영화입니다(사진 제공: 명필름).

    👉싱글 지상주의 외치는 남자
    영호(이동욱)는 학원 논술 강사입니다. 근사한 외모와 명쾌한 강의로 인기가 높고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삽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유명인사입니다. 예쁜 사진과 경쾌한 글 솜씨로 솔로 생활을 예찬하는 영호에 환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싱글 인 더 시티’라는 에세이 시리즈를 기획하는 출판사는 영호를 주시합니다. ‘싱글 인 더 시티’는 서울 등 각국 대도시에서 사는 미혼들이 생각하는 삶을 담으려 하니 영호가 딱 맞는 저자입니다.
    ‘싱글 인 더 시티’를 담당하는 편집자는 현진(임수정)입니다. 현진은 영호와 달리 연애지상주의자입니다. 순진하고 눈치 없어 연애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기는 했지만요. 영호와 현진은 아는 사이입니다.
    영호는 현진의 대학 학과 선배입니다. 현진은 대학 시절 영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영호는 현진을 보고선 아는 체 하지 않습니다. 오랜만의 재회라서 몰라 본 게 아니라 현진을 외면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싱글 지상주의자의 경계라고 할까요.
    영호는 의지와 달리 현진에게 좋은 감정을 품고 있습니다. 영화는 과거 둘 사이를 자세히 돌아보지는 않으나 서로에게 호감을 품었던 것 같습니다. 편집자와 작가로서 자주 연락해야 하는 상황이 됐으니 호감은 사랑으로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영호는 “싱글에게 썸은 불륜이다”고 외칠 정도로 현진과의 농밀한 관계가 쉬 진척되기 어렵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바뀐 세태
    ‘싱글 인 서울’은 유명 영화사 명필름이 제작했습니다. 명필름은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과 ‘건축학개론’(2013) 등 여러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 관객들을 즐겁게 했는데요. ‘광식이 동생 광태’(2005)도 그 중 하나입니다.
    ‘광식이 동생 광태’는 ‘싱글 인 서울’과 정반대 편에 있는 영화입니다. 주인공들은 연애를 인생의 주요 순위에 두고 있습니다. 수줍은 성격에 연애에는 젬병인 광식(김주혁)도, 연애박사인 동생 광태도 이성과 만나 사랑하고 싶어합니다.
    광식이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반면 광태가 육체적인 즐거움을 더 추구하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요. 여자 주인공들도 독신이나 연애 무용론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잘 모르거나 감정이 엇갈리면서 힘들어할 따름입니다.
    ‘광식이 동생 광태’의 주인공들이 솔로 지옥을 외친다면 ‘싱글 인 서울’의 주인공은 싱글 천국을 주창합니다. 18년 사이 젊은 세대의 연애관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두 영화는 의도치 않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왜 연애를 하지 않을까
    지금 젊은 세대는 왜 혼자만의 삶을 선호할까요. 아마 싱글로 살기로 작정한 사람은 드물 겁니다. 자발적 싱글보다는 자의 반 타의 반 또는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이 싱글을 택한 이들이 많을 겁니다. ‘싱글 인 서울’의 영호를 보다 보면 젊은 세대들이 왜 연애에 대한 환상을 품지 않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영호는 국문과 출신으로 대학 때부터 신춘문예 당선을 목표로 했습니다. 졸업 이후에도 호텔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꿈을 이루려고 했습니다. 그는 호텔에서 만난 주옥(이솜)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무능한 영호는 주옥과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헤어졌는데요. 영호는 돈 때문에 첫사랑에 실패했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그는 신춘문예 도전을 접고 학원강사로 새로운 삶에 나섰습니다.
    신춘문예는 낭만적인 시절을 상징합니다. 신춘문예 당선은 힘든 일이지만 등단 이후 생계가 보장되지도 않습니다. 학원강사는 좀 더 현실적인 직업입니다.
    실력이 좋고 인기가 생기면 억대 연봉을 쉬 받을 수 있습니다. 영호는 물질적인 혜택이 보장되지 않는 일을 해도 인정 받던 시대에 20대 초반을 보내다 20대 후반 오로지 돈이 판단 기준이 된 시대에 새로운 직업을 찾아 나섰다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세태 변화가 영호에게 끼친 영향을 명시하지 않으나 이런 식의 해석이 가능하다 봅니다.


    👉사랑은 아픔을 동반하는 것
    영호가 연애를 멀리하는 건 실패의 두려움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는 첫사랑이 남긴 아픔을 잘 극복하지 못합니다. 어느 사랑이든 실패의 가능성이 있기에 연애를 아예 차단하고 싶은 무의식이 영호에게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사랑의 상처가 두려워 싱글로 살겠다는 생각이 온당한 걸까요. ‘싱글 인 서울’은 영호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암시합니다. 현진이 다니는 출판사 대표 진표(장현성)는 어렵게 회사를 운영하다 결국 그만 둡니다.
    그는 아내 경아(김지영)를 도와 맥줏집을 운영합니다. 좋아서 출판업을 시작한 듯한 진표는 출판사를 넘기고도 행복한 표정입니다.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일을 해봤다는 자족감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현진의 대사 하나는 연애와 무관해 보여도 연애와 꽤 밀접해 보입니다. “신인작가들은 자기 책이 나오면 세상이 깜짝 놀랄 거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막상 책이 나오면 작가가 깜짝 놀라. 너무 안 팔려서”라는 대사입니다. 연애에 대한 환상도 출판과 같지 않을까요. 누구나 사랑을 시작하며 꿈처럼 펼쳐질 미래를 상상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랑은 흔치 않습니다. 현진은 모든 책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없다는 냉정한 인식에도 책을 계속 만듭니다. 연애도 그렇지 않냐고 ‘싱글 인 서울’은 넌지시 묻는 듯합니다.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저는 어제(11월30일) '나폴레옹' 언론 시사회를 가는데 정말 옷을 단단히 입었습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셨겠지요. 저는 몸은 추워도 마음은 따스했습니다. "'영화로운'이 없었다면 이렇게 매력적인 영화가 많은 줄 몰랐을 거예요"라는 의견을 주신 구독자분 때문입니다.
    영화의 매력을 여러분에게 전할 수 있어 좋은데, 따스한 말씀까지 들으니 핫팩 4개 정도는 들고다니는 기분입니다. 여러분 이번 주도 '영화로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위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맞으십시오('영화로운'은 다음 주 쉽니다. 제가 휴가라서요. 다다음주 뵙겠습니다).🤗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 OTT 콘텐츠 2편씩 추천해드립니다.


     

     

    한국일보 이메일 서비스중에서 발췌 url 없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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