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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경하는 20대가 선호하는 동네도 바뀌었다
    지금 이곳에선 2023. 11. 15. 10:44

    상경하는 20대가 선호하는 동네도 바뀌었다

    서울은 20대 청년을 빨아들인 뒤, 30대부터 내뱉고 있다.

    20대 청년들이 정착하는 동네도 달라졌다.

    특히 여성들은 더 높은 주거 비용을 감당하며 서울로 이주하고 있다.

    기자명신수현 (도시데이터 분석가) 다른기사 보기 입력 2023.11.15 06:09843호

    여성 거주 비율이 높은 강서구 가양1동 일대. 대로변에 오피스텔이 밀집해 있다.

    ⓒ시사IN 조남진

    우리 주변에서 누가 이동하는지, 누가 이사를 다니는지를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지난 20년간의 기록을 보면, 혼자 이동하는 사람의 절반(2022년 기준 49%)이 20~34세 구간에 걸쳐 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초혼 연령은 남성 33.7세, 여성 31.3세다. 흔히 ‘자리를 잡기 전’에 많은 젊은 성인이 직업, 학업, 또는 다른 이유로 움직일 것이라는 통념과 들어맞는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혼자 움직이는 젊은 성인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움직이고 있을까?

    〈시사IN〉과 함께 작업한 이번 인구이동통계 분석에서 우리는 전국 권역을 크게 네 곳-서울, 경인, (인천 제외) 광역, (광역 제외) 비수도권 지역-으로 분류하고 혼자 움직이는 20~34세 인구를 살펴봤다. 보통 독립할 때에는 세대주(세대 분리)가 되고, 본가로 돌아갈 때에는 세대원(세대 편입)이 되므로, 두 케이스 모두를 포함했다.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권역별 내부에서의 이동이다. 전체 이동의 60% 정도가 권역을 넘지 않는다.

    나머지 40%는 권역을 넘어가는 패턴을 보이는데, 그중 서울과 관련 있는(서울로 들어가거나 서울에서 나가는) 이동이 절반, 나머지 절반이 서울을 제외한 권역 간 이동이다.

    그런데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7월 기준 서울의 등록 인구는 940만명이다. 20년 전보다 88만명이 줄어들었다.

    서울에 젊은이들이 그렇게 많이 온다는데, 왜 인구는 줄어들고 있을까? 연령 구간별로 서울로 들어온 사람들의 숫자에서 서울을 나간 사람을 빼 연도별로 계산했다. 30대를 기점으로 명확하게 갈리는 선이 보인다. 그 결과가 바로 〈그림 1〉이다. 20대와 30대의 이동 방향이 다르다. 지난 20년간 서울로 향하는 20대 초반의 순이동은 45만명, 20대 후반은 29만명이었다.

    30대 초반은 오히려 10만명 규모의 음수값을 보인다. 30대 이상은 (서울로) 들어오는 사람보다 (서울에서) 나가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림 1〉이 보여주는 서울의 정체성은 명확하다. 가부장제가 지배하는 집안의 장남(서울)처럼, 집안의 핵심 자원을 빨아들이고 불필요한 자원은 내뱉는다. 인구이동만 놓고 보았을 때, 서울은 전국으로부터 청년을 빨아들이고, 30대가 되는 순간 이들을 내뱉고 있다.

    이렇게 서울로 이주한 청년들은 과연 서울의 어느 동네로 가고 있을까. 지난 20년 동안 이들이 서울로 진입한 뒤 이주하는 공간적 패턴도 크게 변했다. 〈그림 2〉는 서울로 혼자 이동한 20대들이 주로 자리 잡은 행정동 상위 30개 지역을 표시했다. 그림 속에서 회색 음영으로 표기된 부분은 2002년 청년들이 자주 찾은 지역이다.

    현 대학동인 관악구 신림9동, 강남구 역삼1동, 강남구 논현1동, 서초구 반포1동 등이 주요 지역이다. 이때 흥미로운 점은 당시만 해도 처음 서울로 이주해온 1인 가구 상당수가 강남과 그 인근 권역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뒤, 이러한 공간 배치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림 2〉 지도에서 노란색으로 표기된 지역은 2022년 서울로 이주한 1인 가구가 가장 많이 들어온 동네다. 20년 전에는 없던 동네가 눈에 띈다. 금천구 가산동, 동작구 상도1동, 영등포구 영등포동, 강서구 가양1동, 성동구 사근동, 구로구 구로3동 등이다. 반면 과거 인기 있었던 강남구 논현1동, 송파구 잠실본동, 송파구 석촌동 등 이른바 ‘강남 권역’은 이주가 뜸해졌다.

    여성은 더 비싼 계산서를 받는다

    20년간의 가장 큰 변화를 요약하자면, 대학 인근(신촌·안암·관악 등)을 제외하고는 테헤란로와 강남대로(논현·역삼, 삼성), 잠실(삼전·석촌)을 중심으로 뭉쳐 있던 동네들이 전부 사라지고, 구로, 금천(가산·독산), 동작(상도·노량진), 영등포(영등포·당산), 강서(가양·화곡) 등으로 흩어졌다는 점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20대는 더 이상 강남으로 가지 않는다. 아니, 주거비를 생각해보면 가지 못하는 쪽에 더 가까울 것이다.

    월세는 오르고, 집은 좁아졌으며, 여성은 더 비싼 계산서를 받는다. 〈그림 3〉을 함께 살펴보자. 2012년과 2022년, 동일한 행정동의 40㎡ 이하 단독·다가구, 연립다세대, 오피스텔, 아파트의 동별 월세 계약 실거래가 평균을 계산한 자료다. 지난 10년 동안 서울로 이주한 1인 가구의 생활비 변화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지표다. 전체적으로 면적은 약간 줄었고, 월세는 비싸졌다.

    집의 연식은 그나마 나아졌지만, 10년간 시간차를 감안하면 꼭 그렇다고 보기도 어렵다.

    전입 성비를 살펴보면, 여성이 많이 전입하는 동네의 월세는 남성이 많이 전입하는 동네보다 전반적으로 비싸다. 특히 다른 지역보다 20대 초반 여성의 전입 비율이 높은 서대문구 신촌동의 경우, 보증금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월세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다. 영등포구 영등포동, 강서구 가양1동, 영등포구 당산2동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현상은 여성이 저렴한 주거 환경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말로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기엔 부족하다. 이 격차는 주거형태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에 가깝다. 여성의 전입이 많은 지역(행정동)은 오피스텔이 밀집되어 있고, 실제로 오피스텔 계약 건수도 많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아파트·다세대·오피스텔은 단독·다가구에 비해 평균적으로 보증금이 1000만원, 월세가 12만원 정도 비싸다.

    특히 오피스텔의 경우 다세대·단독·다가구에 비해 관리비 역시 비싸다.

    보증금과 월세가 더 비싼, 오피스텔이 많은 지역으로 여성이 몰리는 것은 20대 여성의 서울 이주에서 ‘중요한 요소’가 하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치안이다. 〈시사IN〉과 인터뷰한 한 20대 여성은 “구옥 다세대 주택에서 혼자 살다가 이웃집 남성으로부터 위협을 느껴 곧바로 오피스텔로 이주했다.

    관리비가 20만원 정도 나오지만 내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경비 아저씨께 드리는 인건비라는 생각에 수긍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번 데이터 분석 작업 과정에서 〈시사IN〉과 함께 만난 장민지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도 “1인 가구 여성의 이주에서 내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감각은 경제적 손해도 감수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20대 여성은 2010년대 중반 이후로 더 많이, 더 빠르게 서울로 몰려오고 있다. 그 대가로 여성들은 더 높은 가격이 적힌 청구서를 손에 들게 된다.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는 흐름이 단시간 내에 변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서울은 무엇을 해야 할까? 서울은 지방의 젊음을 빨아들인 대가를 충분히 지불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서울은 상경한 젊은이를 착취하지 않는 도시가 될 수 있을까.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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