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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기로운 유럽 생활 지금 여기 유럽
    지금 이곳에선 2023. 11. 12. 11:46

    슬기로운 유럽 생활 지금 여기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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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L.10|2023.10.30


    안녕하세요? sooji2님
    열 번째 편지를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슬유생을 보내고 나면 많은 독자님들이 답장을 보내주시는데요. 그 중엔 "유럽의 제도나 문화가 궁금해요!"라는 글이 참 많아요. 그래서 오늘은 독일에 거주하며 보고 듣고 느꼈던 제도와 문화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신기하고 특별한 경험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에서도 고민해볼 법한, 또는 상당히 의외다 싶은 주제 몇 가지를 추려봤습니다. ①내 집 안방에서도 반드시 조용히 해야 한다는 특별한 독일법 ②'독일인들은 엄격할 것'이라는 편견(?)과 어울리지 않게 관대한 음주운전 기준, 그리고 ③폐쇄회로(CC)TV에 대한 꽤나 큰 불신 등이 오늘의 주제입니다!
    💁 독일법엔 '조용한시간'이 있다?
    독일 베를린 아파트에 사는 한 미국인 친구가 언젠가 자신의 방에서 친구들과 작은 파티를 열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 늦게까지 놀았다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원래는 10시에 헤어지려고 했는데, 밤 11시가 훌쩍 넘었어. 아마 조금 더 있었으면 쫓겨났을 수도 있어!"
    밤 11시면 사람들이 잘 준비를 하거나 잠이 들었을 때이니 이웃 주민들에게 그만큼 미안했다는 뜻에서 한 말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독일엔 '특정 시간대에는 제 집에서도 조용히 해야 한다'는, '조용한 시간'이 법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독일 지방정부 공지와 현지 언론을 참고하면, 이 시간은 독일어로 '루헤차이트'(Ruhezeit)라고 합니다. '휴식 시간'이라는 뜻인데요, 직장에서 업무 중 쉬는 시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조금 전 사례에서처럼 '다른 사람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소음을 내지 않아야 하는 시간'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 시간은 휴일보호조례 등으로 규정되는데,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베를린시 공지는 이렇습니다. "모든 사람은 밤 10시~오전 6시, 일요일 및 공휴일에 조용히 해야 합니다. 큰 소리로 대화해서도,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불러서도, 음악을 들어서도 안 됩니다. 동물 소리도 안 됩니다." (▶베를린시 홈페이지)
    더 엄격한 지역도 있습니다. 함부르크가 대표적인데, '평일 오후 8시~오전 8시까지, 일요일 및 공휴일이 포함된다'고 독일 언론 모어겐포스트는 소개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조용히 해야 하느냐면요. 30~40데시벨(dB) 이상의 소음을 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이 소리가 얼마나 큰 것인지 보니, 전문가들은 '새 지저귀는 소리' 정도로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 '신경에 거슬리는 수준'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누군가 이 시간에 소음을 낸다면 어떻게 될까요.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니 신고를 당할 수 있습니다. 소음으로 인해 방해를 받은 복수 인물의 진술이 있다면 사건 접수가 된다고 합니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소음이 계속되고 있다면 한 사람의 증언만으로도 사건 접수가 된다고 하니, 신고가 까다롭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피해 사실이 입증된다면 소음 가해자는 최대 5,000유로(약 716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할 수 있다고 독일 언론 NDR은 보도합니다.
    때로 임대인이 임차인의 소음을 규제하기도 합니다. 베를린시 규정은 이렇습니다. "아파트 주인은 아파트 평화를 방해하는 소음이 없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조용히 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심할 경우엔 퇴거 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삶'을 중요시하는 독일인들의 성향이 반영된 것일까요? 법적으로 규정된 시간이 아닌데 조용히 하도록 '권고'받는 시간대도 있습니다. 오후 1~3시입니다.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이들이 있으니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은 시간대'라고 해석됩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건물주 또는 임대인 합의에 따라 이 시간대를 루헤차이트로 자체 설정해두기도 한다네요.
    사실 국내에도 공동주택 소음에 대한 기준은 있습니다. 층간소음 기준이 대표적이죠. 찾기쉬운생활법령정보 사이트에서 살펴본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관련 홈페이지)
    그런데 기준은 있지만 이를 근거로 강제 조치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건 아니어서 문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소음으로 인해 이웃과 다툼을 벌이거나 범죄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는 논의가 반복되곤 합니다. 한국에 '조용한 시간'이 도입되면 어떨까요? 한번 상상을 해봅니다.
    💁 ♂️음주운전엔 의외로 관대하다?
    얼마 전 한국인, 독일인 커플 유튜버가 운영하는 독한부부라는 채널에서 독일 운전 문화와 관련한 퀴즈 하나를 우연히 접했습니다. 자, 이 문제입니다.
    Q. 다음 중 누가 운전하기 전 술을 마시면 안 될까요?
    ①모든 21살 이하 운전자들
    ②모든 초보운전자들(2년 동안)
    ③모든 운전자들
    정답은 ①번과 ②번. 아니,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해도 사람이 있다니. 관련 법규를 한 번 찾아봤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해도 된다'는 쪽보다는 '술을 마신 뒤 운전을 해도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기준이 있다'고 해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긴 하죠.
    그런데 허용 범위가 비교적 관대했습니다. 현행법상 독일에서는 혈중알코올농도 0.05%까지는 술을 마시고 운전해도 괜찮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2018년 그 기준을 0.05%에서 0.03%로 강화했는데 말입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맥주 0.5리터 정도를 마시면 혈중알코올농도 0.05%에 도달한다고 하네요. 0.5리터라니, 꽤 많죠.
    다시 퀴즈로 넘어가면, 이 허용 범위가 ①21살 이하 운전자 ②2년 이하 초보 운전자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운전이 미숙할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운전대를 잡기 전 술을 마셔서는 절대 안 된다는 뜻입니다.
    기준치를 넘었을 때 처벌 수위도 그리 높지는 않은 듯합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05~0.109% 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됐을 경우 벌금 528유로(약 76만 원), 1개월 운전 금지 처벌을 받는다고 합니다. 한국의 경우 0.03~0.08% 미만일 때 1년 이하 징역 및 5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습니다.


    운전 이야기를 조금 더 덧붙이면, 독일의 운전면허 취득 절차는 상당히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응급처치 과정을 이수해야 하는 건 물론, 90분 동안 진행되는 14개의 이론 수업도 받아야 합니다. 12번의 운전 연수도 받아야 하는데 한국에서처럼 가족, 친구 등에게 받는 건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기까지는 보통 2,580유로(약 370만 원) 정도가 든다고 하니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독일의 음주운전 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생각이 든 건, 면허를 취득할 땐 이렇게 깐깐한 기준을 두고 그 이후엔 이렇게 풀어주는 데서 오는 대비 효과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어요. 독일이 속도 제한 없이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으로 잘 알려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음주운전 기준이 아슬아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CCTV에 싸늘한 시선?
    한국에서는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다시 돌아올 때까지 거의 모든 순간이 CCTV 또는 블랙박스와 같은 유사 기기에 찍힌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인구 민집도 등에 따라 지역별로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CCTV만 지난해 기준 161만 대에 달하는 등 한국은 'CCTV 강국(?)'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2008년 16만 대에 비해 10배나 늘어났다는 건 한국인이 CCTV 설치에 얼마나 관대한지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병원, 어린이집 등 특정 장소 안에 CCTV를 설치하는 문제가 종종 사회적 논란이 되곤 합니다. 그래도 외부 공간에 CCTV를 설치하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게 일반적이죠. 범죄 예방 및 사건사고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인 듯합니다.
    독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하철역, 광장 등 한국인의 시선으로는 당연히 CCTV가 있어야 할 것 같은 공공장소에 CCTV를 설치하는 사안을 두고서도 반대가 상당히 나오고 논란이 길게 이어지곤 합니다. CCTV의 효과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생활만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게 반대 측의 주된 근거입니다.
    독일 기반 통계 회사 스태티스타가 영국 기반 보안 회사 컴패리테크 자료를 기반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독일에서 CCTV가 가장 많다는 수도 베를린에 설치된 CCTV가 고작 약 2만2,289대(지난해 7월 기준)라고 하니, 많은 사람의 반감이 작용하지 않았나 짐작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관련 통계)
    CCTV에 대한 독일인의 거부감을 보여주는 듯한 사건이 있어서 하나 소개해보면요. 지난 6월 베를린 '괴를리처 공원'에서는 괴한 여럿이 남자친구가 보는 앞에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남자친구 또한 폭행으로 부상을 당했고 두 사람 모두 소지품을 빼앗겼습니다.
    당시 경찰은 이렇게 발표합니다. "해당 공원은 베를린에서 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7곳 중 1곳이고, 올해만 21건의 성폭행 범죄가 발생했으며, 베를린에서 가장 마약 거래가 활발한 곳이다." 이미 우범 지역으로 여겨지고 있었는데도, 사건 현장 주변에 CCTV가 충분히 설치돼있지 않았습니다. 범인 특정도 한동안 이뤄지지 않았고요.
    그렇다면 사건 발생 직후에라도 "당장 CCTV를 설치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어야 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과 그가 소속된 정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은 "공원 밤샘 폐쇄, 경찰 추가 배치, CCTV 확충"을 강하게 주장했지만 야당에서는 "예방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며 한동안 반대했습니다.
    결국 논의에 논의를 거듭해 CCTV를 추가로 설치하자는 합의가 도출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발표된 합의를 보니 '전면 설치'가 아닌 '특정 영역에서 제한적 설치'이더라고요. 공원 내 길게 자란 풀을 자르는 것과 같은 조치를 병행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사실 이 사건의 진행 과정을 보면서 든 생각은 '굳이 이렇게까지 반대를...'이었어요. 그런데 잠시 뒤 다시 생각하니 그간 CCTV를 비롯한 사생활 감독, 감시, 감지 기기를 너무나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왔던 것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슬유생 독자 여러분과 고민을 나눠 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정리하다보니 유럽에서 겪은 특별한 경험, 어디에선가 들은 신기한 이야기 등이 독자 여러분도 있으실지 궁금해집니다. 관련한 사연이 있다면 언제든 슬유생과 공유해주세요. 언제나처럼 슬유생에 대한 의견, 평가, 제보 등등도 환영합니다. 🙆 ♀️

    "제가 앞서 갔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과거가 후회된다'는 로코 거장 리차드 커티스
    오늘의 <지금 여기, 유럽>이 조금 길었던 관계로 오늘도 슬유생 코너인 <말, 유럽>을 <사람, 유럽>과 함께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얼마 전 유명 영화 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 리차드 커티스(사진ㆍ67세)의 발언이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서 크게 화제가 됐습니다. 커티스 감독은 뉴질랜드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감독입니다.
    영화 '어바웃 타임'(2013),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 2004), '러브 액추얼리'(2003), '노팅힐'(1999) 등으로 국내에서도 아주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최근 영국 첼트넘 문화 축제에 방문한 자리에서 "과거의 내 모습이 후회된다"고 말했습니다. 후회의 대상은 다름 아닌 과거 작품, 정확히는 작품에 담긴 자신의 생각과 태도였습니다. '로맨틱코미디의 거장' '영국 로맨틱코미디 영화의 표준을 확립한 인물' 등으로 묘사되는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커티스 감독은 과거 영화 속에서 여성을 무시, 비하, 혐오하는 발언과 장면을 무비판적으로 담았다고 회고합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대표적입니다. 주인공 르네 젤위거는 영화 속에서 몸무게가 약 60㎏ 정도로 나옵니다. 그의 실제 키(163㎝)와 당시 실제 나이(34세)를 적용해 계산해보면 '정상 체중'에 속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는 자타공인 '통통녀'(또는 뚱뚱녀)로 묘사됩니다. 자기 강박적 모습도 보입니다.
    그는 자신의 엉덩이가 크고 뚱뚱하다는 뜻으로 "브라질 엉덩이"라고 부르거나 자신의 허벅지를 "나무처럼 두껍다"고 표현합니다.
    커티스 감독이 갑자기 왜 반성을 했나 보니, 딸 덕분에 이러한 발언과 태도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해요. 그의 발언을 요약,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5년 전 큐레이터 겸 작가로 활동하는 딸 스칼렛이 나에게 '아빠, 다시는 '뚱뚱'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는 안 돼'라고 말했어요.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딸의 말이 맞았거든요. 네, 우리 세대에서는 사실 그런 묘사가 농담으로 사용됐습니다. 그런데 그 농담은 이제 더 이상 웃기지 않습니다."
    이밖에도 그는 노팅힐이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현실에서와 달리 백인 위주로 등장인물을 구성한 점을 후회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다양성이 매우 낮은 학교 출신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양성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아요. 멍청했고, 틀렸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앞서 갔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본인 영화에 대한 비판이 대단하게 먼저 불거진 상황이 아닌데도,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이라니. 익숙하지 않아서일까요. 그의 반성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미래의 나에게 빚지지 않기 위해 현재의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새삼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늘도 독자 여러분들의 소중한 의견을 끝으로 열 번째 슬유생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번 한 주도 무탈하고 풍족하게 보내시기를 바랄게요! 💪

    💬 유럽에서 사용하는 생활 편리용 기구들(예를 들면 샴푸 통). 한국은 잡기 편리하고 사용도 편리 한데 유럽 제품은 다 불편했습니다. 그런 얘기도 재미 있게 해 주셨으면.
    💬 생활습관, 국가마다 문화적 특징 등
    → ㅎㅎ 독자 여러분들 의견을 통해 저도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곤 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의견 주시기를 부탁 드려요^^
    💬 유익한 정보에 감사 드립니다
    💬 넘 좋은 뉴스를 좀 늦게 보는 중이라... 지금도 충분히 좋아요!
    → 읽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 부디 건강하시길... 좋은 시선의 다양하고 멋진 소식 고맙습니다.
    💬 감솨~ 전 주식이 막걸리 입니다! 환절기에 건강하시길!
    → 환절기라 그런지 건강 챙기라는 말씀을 많이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 독자 여러분도 꼭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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