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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軍장교 복무기간 줄어드나…학사는 ‘유지’·ROTC만 ‘단축’?[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지금 이곳에선 2023. 9. 13. 09:33

    軍장교 복무기간 줄어드나…학사는 ‘유지’·ROTC만 ‘단축’?[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입력2023-09-13 07:30:18수정 2023.09.13 08:51:37 이현호 기자

    육군 ROTC 경쟁률 1.6대 1 최저

    62년 만에 사상 처음 하반기 모집

    ‘군인사법’상 ROTC 바로 단축 가능

    학사장교는 군인사법 개정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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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28일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2023년 학군장교(ROTC) 임관식’에서 신임장교들이 임관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급간부 가운데 학군장교(ROTC·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의 복무기간 단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월 2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초급장교 확보 대책에 관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질의에 내놓은 답변이다. 복무기간 단축 근거는 매년 지원율이 낮아지는데 복무기간이 병사보다 길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날 언론이 잇따라 보도하면서 새삼 이슈로 떠올랐다. ROTC의 복무기간 단축 문제는 사실 10여 년째 논의의 대상일 뿐 단축할지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군에 따르면 올해 전반기 ROTC 경쟁률은 1.6대 1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이런 탓에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 추가모집 지원서를 받기 시작했다.

    창군 이래 처음으로 ROTC 후반기 모집을 하는 것이다. 모집 인원보다 지원자가 많긴 하지만 입영 후 중도에 포기하는 후보생들이 적잖아 자칫 졸업 후 임관하는 학군장교 인원이 목표치를 하회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방부의 자료를 보면 2014년 6.1대 1이었던 ROTC 지원 경쟁률은 2015년 4.5대 1, 2016년 4.1대 1, 2017년 3.7대 1, 2018년 3.4대 1, 2019년 3.2대 1로 줄었다. 2020년에는 2.7대 1, 2021년에는 2.6대 1, 지난해는 2.4대 1까지 떨어졌다. 지원율이 계속해 줄어들면서 임관을 하는 학군장교의 숫자도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다. 2018년 4111명이었던 임관자 수는는 2020년 3971명, 2022년에는 3561명까지 크게 줄었다.

    ROTC 지원률 매년 감소 추세

    이런 흐름으로 육군 ‘1호’ 학군단인 서울대 ROTC 또한 지원자 수가 창단 이래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서울대 ROTC에 따르면 2022년 지원자 수는 24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015년 65명이었던 지원자 수는 꾸준히 줄어 2018년 31명, 2019년 25명, 2020년 26명, 2021년 21명으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ROTC 출신 초급장교의 감소는 당장 군의 인력 획득 계획에 큰 차질을 초래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육군 전체 초급장교 임관 인원 중 ROTC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가깝다. ROTC 지원 경쟁률 감소와 이에 따른 우수한 초급장교 인력을 확보하는데 제한이 생기면서 우리 군(軍) 전투준비태세 수준의 저하로 바로 직결될 수 있다. 군 지휘부가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유다.

    2차대전 때 활동한 독일 군인 중 가장 인상적인 발자취를 남긴 인물로 ‘사막의 여우’로 불린 에르빈 롬멜(1891~1944)은 명언 중에 하나가 초교장교의 중요성이다. “무능한 간부는 적보다 더 무섭다”. 초급장교의 우수한 자질과 능력은 부대 전투력 발휘의 중추(中樞)로서 소부대 전투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우수한 초급장교가 획득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훌륭한 군사지략가가 대규모 부대를 지휘하더라도 예하 소부대가 무너지면 전쟁에서 결국 대패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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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3일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제68기 학사사관·제 44기 간부사관 통합임관식’에서 신임장교들이 임관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육군

    그렇다면 올해는 ROTC 복무기간 단축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까?

    군 안팎에서는 발표 시기의 문제일 뿐 복무기간 단축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현실적이 이유는 ROTC 지원률이 더 급격하게 감소한다면 정말로 초급장교 인력 충원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병사 복무기간은 육군 기준 18개월이지만, ROTC는 군별로 해군·해병대 24개월, 육군 28개월, 공군 36개월이다.

    군 당국은 줄어든 복무기간과 함께 2025년까지 장병 월급을 계속 인상할 방침인데, 이런 조치는 다른 한편으로는 초급장교 지원 희망자의 심리적 요인에게 상당히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내년에 병장 월급이 정부 지원금을 포함해 사실상 165만원으로 오른다. 정부는 2025년엔 병장 월급을 205만원(월급 150만원·지원금 55만원)까지 올릴 계획이다.

    실제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병사 봉급 인상 계획 발표(2022년 8월) 이후인 11월에 실시한 ‘병 봉급 인상 시 초급간부 지원 의향 변화’에 대해 설문조사에서 장교 지원 희망자 중 41.5%, 부사관 지원 희망자 중 23.5%가 병 봉급이 205만 원이 되면 지원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결과도 있다.

    게다가 국방부가 내년도 국방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초급간부(부사관 포함) 처우 개선 명목으로 5620억 원을 요청했으나 예산 당국과 협의 과정에서 1998억 원만 반영됐다. 긴축재정 기조 및 3축체계 등 핵심 전력 유지 예산 우선반영 등으로 초급간부 처우 개선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초급간부들의 휴일·야간근무수당 신설 예산이 전액 반영되지 않았고, 1만원인 평일 당직근무비 3만원으로 인상 요구안도 수용되지 않은 상황이다. 범 정부 차원의 재정적 지원이 없기 때문에, 지원율을 높일 유인책으로 복무기간 단축 카드를 꺼내 들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ROTC 의무복무 1년 범위서 단축 가능

    국방부 내부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초급장교 확보 대책의 일환으로, 이종섭 국방장관 지시에 따라 지난 3월부터 진행된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학군장교(ROTC) 의무복무기간 단축 방안 연구가 최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곧 장관에게 보고가 이뤄지면 최종 결정이 나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ROTC 복무기간 단축은 법률적 개정이 필요 없고 국방부 장관이 결심만 하면 바로 시행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발언의 근거는 군인사법 제7조 4항이다. ’병역법 제57조제2항에 따른 학생군사교육단 사관후보생과정 출신 장교에 대하여는 국방부장관이 각 군의 인력 운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1년의 범위에서 그 복무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학생군사교육단 사관후보생과정 출신으로 분류되는 ‘ROTC’ 출신 장교는 국방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1년 이내에서 복무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회까지 가서 군인사법을 개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KIDA는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육군 ROTC 경우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방부는 연구 결과와 별도로 여론 수렴 과정 등을 거쳐 ROTC 의무복무기간 단축 방안을 최종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ROTC의 복무기간은 1961년 창설된 이후 1967년까지 24개월이었고, 다음해부터 28개월로 늘어나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병사의 경우 1968년 36개월, 1977년 33개월, 1993년 26개월, 2003년 24개월, 2011년 21개월로 줄었고 2020년부터는 18개월로 또 단축됐다.

    ROTC 복무기간 단축에 대한 기대감이 큰 또 다른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는 점이다.

    즉 국방부도 대선 공약 이행 차원에서 복무기간 단축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국회 국방위원회 답변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학군장교(ROTC) 복무기간을 현행 28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하겠다는 공약과 관련해 “지금 검토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장관은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ROTC나 학사장교들 지원률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에 ROTC 복무 기간을 24개월에서 4개월 단축하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검토 중인가”라고 묻자 이 같이 답했다.

    이 장관은 “2개월 단축부터 시작해서 4개월 단축, 그 이상 단축하는 방안 등 여러 가지를 고민 중”이라며 “초급간부들의 사기, 복지 문제는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가지 과제 중에서 아주 중요한 과제로 국방계획 4.0 계획 속에 장기적인 병력 구조까지 포함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직업군인 처우 및 초급간부 복무여건 개선을 위해 대선 공약으로 단기복무장교(학군·학사·전문사관) 복무기관 단축을 내걸었다. 학군장교(ROTC) 복무기간 단축(28개월→24개월)을 약속했다.

    공군ROTC 복무기간 가장 긴 36개월

    특히 공군 ROTC는 복무기간이 유독 길어서 단축의 명분이 가장 높다. 해군·해병대 ROTC는 24개월, 육군 ROTC는 28개월, 공군 ROTC만 36개월로 복무기간이 가장 길다. 공군 측도 복무기간 단축에 대한 검토 중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공군 관계자는 “학군장교와 졸업 후 양성교육을 받는 학사장교 복무기간을 동일하게 책정해온 공군은 학군장교 복무기간 단축 작업에 들어갔다”며 “전문인력 활용성을 고려해 학군장교도 3년의 복무기간을 적용했지만 학군장교 지원율 제고를 위해 단축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KIDA 한 관계자는 “병사의 복무기간 단축과 봉급 인상 등 초급장교로서의 지원 유인책이 경쟁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라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복무기간 단축이 시급하다”며 “공군 ROTC는 특히 복무기간이 길어 단축을 통한 지원률 제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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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국방부

    학군장교(ROTC)와 함께 또 다른 초급장교 획득 방식인 학사장교의 경우는 복무기간 단축이 쉽지 않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당장은 국회에서 여야의 합의가 없으면 복무기간을 단축할 수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ROTC와 달리 군인사법을 개정해야 한다. ROTC 초급장교가 1년을 줄일 수 있는 근거인 군인사법 제7조 4항 때문이다. 이 조항을 보면, 단기복무 장교의 의무복무기간은 3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사장교는 단기복무 장교로 분류된다. 따라서 학사장교의 복무기간을 감소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 셈이다.

    사실 학사장교의 지원률은 ROTC 보다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최근 5년간 학사사관후보생 경쟁률은 2018년 4대1에서 2022년 2.6대1로, 학군사관후보생 3.3대1에서 2.4대1로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ROTC 보다 학사장교의 복무기간이 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학사장교는 3년(36개월)에 훈련 기간은 제외되는 탓에 사실상 복무기간이 40개월에 가깝다.

    학사장교 복무기간은 사실상 40개월

    군 당국도 이 같은 추세를 잘 알고 대응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국회를 설득해 학사장교의 복무기간을 줄일 수 있게 군인사법 개정 추진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은 지원률을 높이기 위한 유인책으로 학군장교·학사장교의 단기복무 장려금(임관 직후 일시에 지급하는 격려금으로, 지원율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인센티브)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당장 내년부터 학군장교(ROTC)·학사장교 단기복무 장려금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 장교 900만원인 단기복무장려금을 1200만 원으로 올려 지원을 유도할 계획이다.

    군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학군장교는 복무기간 28개월을 임기 내에 단계적으로 24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럴 경우에는 복무기간이 더 긴 학사장교도 기간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지원률 급락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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