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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로 가다가는 다 망한다" 비명…우유업계 '죽을맛'
    지금 이곳에선 2023. 7. 19. 08:51

    "이대로 가다가는 다 망한다" 비명…우유업계 '죽을맛'

    양지윤 기자

    입력2023.07.18 18:08 수정2023.07.19 02:14 지면A1

    매년 치솟는 原乳값

    19일 원유값 2차 협상 시한…올 최고 10% 오를 듯

    낙농가는 과도한 인상 요구…우유업계, 실적 악화

    우유업계가 빈사 상태에 내몰렸다. 원유(原乳) 생산자인 낙농가가 사료값과 인건비 상승 등을 명분 삼아 원유값 인상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가운데 정부의 제품 가격 인하 압박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가격이 국산 우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폴란드산 멸균우유까지 이 틈바구니를 비집고 폭발적으로 밀려들고 있다.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우유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지난달 9일부터 한 달 이상 치열한 가격 협상을 벌였다. 양측이 줄다리기해온 원유값 인상 폭은 L당 69~104원(전년 대비 상승률 6.9~10.4%)이다. 협상 마감 시한인 19일 이 범위에서 인상 폭이 확정되면 2020년 이후 3년간 인상률이 최고 18.7%에 달할 전망이다.

    우유업계는 낙농업계의 밀어붙이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낙농가는 협상 기간 내내 “사료값과 인건비가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00년 L당 926원이던 원유값은 글로벌 물류대란, 이상기후 등의 여파로 사료값과 인건비가 급등함에 따라 2021년 947원, 2022년 996원으로 상승세를 탔다.

    이런 마당에 우유업계는 2002년 도입한 쿼터제에 따라 매년 220만t에 달하는 원유를 정해진 가격에 사들였다. 이는 지난해 전체 낙농가가 생산한 양(205만t)보다 큰 규모다.

    정부가 서민물가 부담을 이유로 전방위적 가격 인하 혹은 동결 압박을 가하는 것도 큰 부담 요인이다. 업계가 정부 방침을 따를 경우 5% 미만에 불과한 영업이익률(업계 1위 서울우유 기준 2%)은 더 악화할 공산이 크다.

    L당 가격이 국산의 절반 수준(1350원)에 불과한 폴란드산 멸균우유도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를 내세워 국내 우유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멸균우유 수입량은 전년 동기(1만4675t)보다 25.2% 증가한 1만8379t에 달했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가는 업계 전체가 고사할 것이란 위기의식이 크다”고 말했다.

    原乳값 3년간 18% 오를때…'반값' 폴란드 우유 대공습

    우유업계는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사료값·인건비 급등을 명분으로 내세운 낙농가의 강도 높은 원유값 인상 압박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올해도 지난달 9일부터 한 달 이상 “원유값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고집하는 낙농가와 지루한 협상을 이어왔다.

    올해는 여기에 정부의 제품 가격 인하 압박까지 더해졌다. 정부는 지난달 중순 라면을 시작으로 밀가루·우유업계 등에 전방위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

    “원유값 오르는데 제품가는 동결?”

    우유업계와 낙농가는 협상 시한인 19일을 앞두고 L당 69~104원 범위에서 원유값 협상을 벌이고 있다. 작년에는 원유 가격이 L당 49원 인상돼 흰 우유 제품 가격이 10% 안팎 올랐다. 올해는 인상 폭이 지난해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예년과 같은 패턴이 이어진다면 ‘흰 우유 L당 3000원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올해는 물가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우유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가 국제 밀가루 가격 인하를 이유로 라면·제과·제분업체에 ‘가격을 낮추라’고 압력을 가한 결과 농심, 오뚜기, SPC, 대한제분 등 굵직한 기업들이 줄줄이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정부는 이달 초엔 우유업체 10여 곳을 소집해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낙농가의 버티기로 원유값 동결조차 쉽지 않은 마당에 정부가 전방위적 압박을 가해오니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틈새 파고드는 폴란드 우유

    이 틈바구니를 해외 멸균우유가 파고들고 있다. 폴란드·호주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압도적인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와 긴 보관기간을 내세워 주로 소규모 카페 등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수입 멸균우유 상위 20개 상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6% 불어났다. 대개 자영업자들이 대량 구입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수입 우유의 75%를 차지하는 폴란드산 우유는 마트에서 L당 가격이 1350원 수준으로 2800원대인 국산 우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넓은 초원에서 소를 방목해 키워 생산비가 적게 든다는 이점을 활용한 결과다. 또 멸균우유는 포장을 뜯지 않으면 1년 가까이 상온에 보관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소규모 개인 카페를 중심으로 수입 멸균우유를 사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도 “맛이 달라 고민했지만 가격 차이가 커 수입 멸균우유를 한꺼번에 구입해서 쓰고 있다”는 글이 많다.

    갈수록 악화하는 수익성

    2026년 1월부터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유제품 관세가 폐지되면 안 그래도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 가격은 지금보다 더 내려가게 된다. 미국산 우유와 EU산 우유는 현재 각각 7.2%와 9.0%의 관세가 적용된다.

    이는 단계적으로 낮아져 3년 후에는 0%가 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국산 우유가 외국산으로 대체되는 추세가 더 강해질 것이란 게 우유업계의 시각이다. 인구 감소 등으로 1인당 우유 소비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수입 멸균우유의 공세가 강화되면 가뜩이나 안 좋은 우유업계 수익성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우유업계의 실적은 악화일로다. 남양유업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가 이어졌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0.9% 줄어든 607억원에 머물렀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감소율도 25.6%에 달했다. 업계 1위 서울우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21년(582억원)보다 18.7% 감소한 473억원에 머물렀다.

    우유업계 실적 악화는 궁극적으로 낙농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유업계가 실적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어 낙농가에서 사들이는 물량이 줄어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307185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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