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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붕어빵·회오리 감자 가격 인하” 명동 노점상들, ‘바가지요금 온상’ 오명 벗을까
    지금 이곳에선 2023. 7. 7. 20:19

    “붕어빵·회오리 감자 가격 인하” 명동 노점상들, ‘바가지요금 온상’ 오명 벗을까

    명동상인회, 5개 품목 가격 인하 하기로

    회오리감자는 1천원, 오징어구이는 2천원 낮춘다

    품목 제한적이고 참여 노점 적다는 지적도

    “점차적 확산 기대...손님 떠나는게 가장 두려워”

    입력 2023.07.07 13:42
    서울 명동 길거리 대표 먹거리인 회오리 감자·붕어빵·군만두·핫바·오징어구이 5개의 가격이 7일부터 1000~2000원 인하된다.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정상 영업을 재개한 명동 노점상의 먹거리 물가가 너무 올라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마저 등을 돌린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상인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만큼 상권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인데 ‘바가지요금 온상’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이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 이현승 기자
    ◇ 회오리 감자 등 인기 먹거리 1000~2000원씩 인하
    7일 서울 중구청과 명동 노점상 360개로 구성된 명동상인복지회(상인회)에 따르면 회오리 감자·붕어빵·군만두·핫바 가격은 5000원에서 4000원으로, 오징어구이는 1만2000원에서 1만원으로 인하된다. 단, 가격 인하에 참여하는 노점상은 5개 품목을 모두 판매하는 22개 점포다.
    상인회의 이강수 총무는 “5일까지 점포 80%를 설득해 동의를 얻었고 나머지 20%도 동참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명동 노점상들이 단체로 자발적인 가격 인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말부터 외국인 관광객 입국이 재개되며 명동이 붐비기 시작한 가운데 코로나 이전보다 각종 먹거리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언론 지적이 잇따랐다.
    이달 초엔 한 언론에서 “명동에서 붕어빵, 군만두, 김치만두, 핫바를 샀더니 1만7000원이 나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명동 노점상을 관리하는 중구청이 상인들에게 가격 조정을 권고했고 상인들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명동 노점 상인들 역시 최근 매출을 견인하던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 매상이 현저하게 떨어진 데다, 바가지 요금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노점상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상황이라 가격 조정이 유일한 자구책이라고 보고 중구청 쪽의 제안을 수락했다.
    명동 먹거리 물가가 코로나를 거치며 최근 급등한 것은 사실이다.
    회오리 감자와 닭꼬치, 붕어빵 가격은 3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랐고 오징어구이도 1만원이 안 되던 가격에 팔았지만 이제는 1만2000원이다. 상인들은 이 음식을 공급받는 납품처에서 가격을 올린 데다 튀김류의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를 거치며 기름값이 3배 이상 올라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한다.

    6일 서울 명동에 노점이 즐비한 모습. / 이현승 기자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같은 품목을 파는 휴게소와 비교해도 2000원 가량 비싸게 판매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자릿세가 너무 비싸 가격 전가가 어쩔 수 없다는 하소연도 10년 전 이야기다.
    8~9년 전까지는 명동 노점상이 특정 세력에게 이른바 막대한 자릿세를 내느라 이익을 내기 위해 상품 가격에 전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 2016년부터는 노점 실명제에 따라 구청에 정식으로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인근 상가의 공시지가에 0.007%를 곱한 금액을 도로점용료로 내는데 1년에 150~160만원 정도다.
    ◇ “품목 제한적이고 참여 노점 적어”... 다른 노점으로 확산 기대
    이번 가격 인하 조치에 대해서도 “품목이 너무 제한적이고 참여하는 노점 수도 적은 데다 인상 폭도 시민들이 체감할 만큼 크지 않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6일 명동에서 만난 직장인 정은수(32) 씨는 “타코야끼가 한 알에 1000원씩 하는 건 일본인이 보면 웃긴 상황”이라며 “말도 안되는 가격 때문에 외국인 친구한테 ‘한국인들은 명동에서 쇼핑을 안 한다’며 가지 말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가게들이 붙어있는 명동 노점 특성상 한 가게에서 가격을 인하하기 시작하면 다른 가게로도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옆 가게가 회오리 감자를 4000원에 파는데 나 홀로 5000원을 고수하긴 어려울 거란 얘기다.
    이번 가격 인하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보고 대상 품목을 다른 종류로 확대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바가지가 너무 심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져 손님들이 영영 명동을 찾지 않는 것이다. 지금도 명동 노점상의 매출은 여전히 코로나 이전을 회복하지 못한 채다.
    그동안 먹거리 매출을 책임지던 중국인 관광객이 단기 비자 발급 제한 조치로 자유롭게 입국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중 관계가 냉랭해지면서 단기간에 중국인이 돌아오기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는 일본인, 동남아 관광객이 많은데 이들은 먹거리보다 잡화를 많이 산다.
    관광 메카로서 명동의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위기감도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명동은 각종 기념품과 짝퉁 의류·잡화, 길거리 음식을 파는 관광지로서 기능해 왔는데, 물가가 너무 오른 데다 판매하는 상품들은 트렌드에 뒤떨어져 성수동 등 떠오르는 다른 상권에 비해 콘텐츠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총무는 “명동 노점상들은 3년간 영업을 거의 못 해 매출이 없었다고 보면 된다”며 “다들 자식 둔 가장들이라 막노동도 하고 집도 팔고 어렵게 살았는데 이제 장사를 해보려고 했더니 각종 원부자재 물가가 너무 올라 가격을 올리지 않고서는 물건을 팔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국민들이 너무 불편하다고 하니, 마진을 줄여서라도 이미지 회복에 나서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청과 상인회는 모든 노점에 상품 가격을 표시하는 제도도 이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동안 일부 노점상이 가격을 써놓지 않아 외국인들이 불편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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