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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만원 이상 고액 수급자 한 달 만에 3배로, 격변하는 국민연금 [왕개미연구소]
    지금 이곳에선 2023. 6. 3. 15:46

    200만원 이상 고액 수급자 한 달 만에 3배로, 격변하는 국민연금 [왕개미연구소]

    고액연금 수령자는 늘고 자발적 가입자는 줄고

    [왕개미연구소]

    이경은 기자

    입력 2023.05.08. 07:00업데이트 2023.05.09. 09:36

    “작년에 국민연금이 운용을 못해서 80조원 날렸다면서요. 그런데도 연금을 5%씩 올려주느라 기금을 2조원 가까이 더 쓴다니 정말 황당합니다. 연금 지급 방식을 고쳐야 하는 거 아닌가요?”(30대 회사원 A씨) “우리 30대가 연금 받을 땐 이미 고갈됐거나, 100세 시대라며 80세부터 연금을 받으라고 하겠죠. 어차피 저는 글렀고, 우리 부모님이나 100살까지 오래 사시면서 제 몫까지 다 받길 바랍니다.”(30대 회사원 B씨)

    가뜩이나 세대 간 갈등이 심한 국민연금에 격변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연금을 타는 노인 숫자는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연금에 새로 가입하는 사람은 줄기 시작한 것이다. 최신 연금 통계는 이런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지금 같은 중대한 변곡점에서 개혁이 아닌 미봉책으로 일관한다면, 연금폭탄 쓰나미는 정해진 미래라고 경고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최근 연금 개혁을 단행한 프랑스보다 상황이 훨씬 나쁜데도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극단적인 낙관주의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저출산·고령화발 연금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한 연금 개혁 논의가 시작은 됐지만, 주변 눈치를 보느라 산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국민연금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1️⃣200만원대 고액연금 수급자 한 달 새 3배로

    국민연금공단은 매달 연금 수급자 현황을 분석해 발표한다. 그런데 가장 최근에 나온 2023년 1월 국민연금 통계는 그 어느 때보다 이목을 끈다.

    고액연금 수령자가 한 달 만에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기준 월 200만원 이상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1만5290명으로, 바로 전달인 2022년 12월(5410명)에 비해 3배 증가했다.

    첫번째 원인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했다는 점이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최근 은퇴가 본격화된 베이비붐 세대는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1988년에 경제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이 상당히 길다”면서 “이들은 소득대체율이 70%로 높았던 초창기부터 보험료를 낸 경우가 많아서 연금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년 이상 장기 가입자의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은 월 103만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00만원을 돌파했다.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이 길수록 수급액이 커진다.

    월 최고 국민연금 수급액도 266만원을 넘겨 역대 최대 기록을 갱신했다. 한 달 209시간을 일하면 받는 최저임금이 올해 201만원 정도니까, 266만원은 상당히 큰 금액이다.

    두번째는 원인은 물가다. 김동엽 상무는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액이 조정되는데, 작년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올해 연금액이 일제히 5.1% 상승했다”면서 “연금이 월 266만원인 수급자는 연금을 타는 시점을 5년 늦춰서 수령액을 총 36%(연 7.2%씩 증가)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가상승 반영은 국민연금의 최대 장점이긴 하지만, 한국처럼 고령화·저출산이 심각한 나라에선 독(毒)이 될 수도 있다. 이웃나라 일본도 처음엔 우리처럼 물가 상승분을 다 반영해 연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04년 고이즈미 정권이 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그 때 도입된 제도가 바로 ‘거시경제 슬라이드’다. 현역 세대의 수입이 줄고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 그에 맞춰 연금액을 삭감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은 당장 다음 달부터 공적연금 수급액을 1.9% 인상하지만, 물가 상승률(2.5%)에는 크게 못 미친다.

    2️⃣“건보료만 내고 기초연금 못 받아” 자발적 가입 감소

    고액 연금을 타는 사람이 급증해도 보험료를 내는 사람이 더 많다면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보험료 수입은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본인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이른바 임의가입자(임의계속가입 포함)가 감소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직장인·자영업자와 달리, 법에 의해 강제로 하지 않아도 되는데 가입하는 사람들(주부, 학생 등)이 바로 임의가입자다.

    ‘노후 준비엔 국민연금이 최고’라고 입소문이 나면서 임의가입자 수는 2021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작년 가을부터 신규 가입자 수가 훅 꺾이더니, 올해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21년만 해도 93만명이 넘었던 임의가입자 수는 작년 말에 86만명선까지 떨어졌고, 올 1월에도 전달 대비 8800명 감소해 85만7512명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임의가입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로 건강보험료를 꼽는다.

    건보료는 작년 9월 제도가 바뀌었는데, 국민연금으로 연 2000만원 이상 받으면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된다. 피부양자가 안 되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데, 이 경우 주택 등 재산에 온갖 소득이 합쳐져서 수십만원대 건보료를 내야 할 수 있다. 노후에 보탬이 되려고 어려운 형편에도 임의 가입한 사람 입장에선 “건보료에 빨대 꽂히려고 연금 가입했나”고 호소할 만하다.

    기초연금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자발적인 국민연금 가입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다. 40대 주부 이모씨는 “국민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이 깎일 수 있다고 해서 주변에서 다들 (임의가입을) 꺼리더라”면서 “기초연금으로 40만원까지 받을 수 있고 앞으로 선거 때마다 10만원씩 늘어날 텐데, 내 돈 내고 국민연금에 가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인 고령자가 받는 것으로, 현재 610만명 넘는 노인이 받고 있다. 올해 수급액은 월 32만3180원이지만 앞으로 40만원까지 인상될 예정이다. 부부가 함께 받는다면 월 64만원(부부 20% 감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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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국민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 대상자여도 전액 다 받지 못할 수 있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초연금의 150%를 초과하면, 기초연금 수급액을 최대 50% 삭감하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은 단독 가구 월 48만2925원으로, 국민연금을 이보다 많이 받고 있다면 기초연금이 줄어든다.

    3️⃣“건보료 내느니 빨리 받자” 조기 수령자 급증

    올해 프랑스의 연금 개혁 핵심은 정년 연장과 동시에 연금 개시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춘 것이다. 연금 재정 악화가 고민인 정부 입장에선 최대한 돈(연금)을 늦게 줄수록 유리하다. 일본도 작년 4월부터 연금 개시 연령을 종전 70세에서 최대 75세까지 늘렸는데 이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한국은 고령자들이 연금 수령 시점을 늦춰서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앞당겨서 받는 것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정상 수령 시점보다 최대 5년간 앞당겨서 받을 수 있는데(조기연금), 그 대신 연금액이 최대 30% 깎인다. 정상 시점에 수령하는 것보다 손해가 크지만, 연금액이 깎여서 오히려 더 각광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8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1년까지 매년 감소하던 조기연금 신규 신청자는 2022년에 5만9314명으로 오히려 급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만1607명 늘어났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자격(월 166만원 이하로 수령)을 유지하기 위해 손해인 줄 알면서도 조기연금을 신청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하지만 국민연금은 물가 상승률만큼 연금액이 해마다 커지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해도 몇 년 뒤엔 탈락해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이 있는 곳엔 세금이 있다는 말처럼, 선진국 연금 수급자들은 연금소득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장기요양보험료까지 모두 다 내고 있다”면서 “건보료 아끼겠다고 조기연금을 신청하는 건 잘못된 판단이며,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3/05/08/CITJNAEZ7ZG4NFX4UPUX3ICM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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