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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절판 올린 ‘화합 상차림’ 만찬…환영식 격 높여 극진 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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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절판 올린 ‘화합 상차림’ 만찬…환영식 격 높여 극진 예우

    등록 2023-05-07 21:26

    수정 2023-05-08 08:31

    배지현 기자 사진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와 7일 저녁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지난 3월 정상회담 이후 52일 만에 다시 마주한 한·일 정상은 ‘셔틀외교’ 복원의 의미를 강조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 정상이 상대국을 오가며 현안을 논의하는) 셔틀외교 복원에 12년이 걸렸지만, 두 사람의 상호 왕래에는 두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답방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기시다 총리도 “셔틀외교를 본격화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을 포함한 한국 분들의 따뜻한 환대에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확대 정상회담 머리발언에서 “지난 3월 방일은 한국 대통령의 양자 방문으로는 12년 만이었다”며 “기시다 총리 역시 일본 총리로서 12년 만에 한국을 양자 방문했다.

    (이는) 새롭게 출발한 한-일 관계가 속도를 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에 애도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일 일본 이시카와현 강진으로 발생한 인명과 재산 피해에 대해 우리 국민을 대표해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피해 지역의 빠른 복구와 일상 회복을 기원한다”고 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따뜻한 말씀 감사하다”며 “(지난)봄에 윤 대통령을 도쿄에서 모신 뒤 이렇게 서울을 찾아 셔틀외교를 본격화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두달이 지나지 않은 사이에 다양한 대화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모두 102분간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오후 6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에 앞서 관심이 집중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을 비롯한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직접적인 사죄와 반성의 표현을 언급하지 않았다.

    강제동원 피해자를 직접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그는 다만,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을 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게 된 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상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을 한 뒤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이동해 만찬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 부부는 저녁 7시30분께 관저에 도착한 기시다 총리 부부를 직접 영접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 이후 관저를 찾은 두번째 외빈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지어졌던 곳”이라며 관저를 직접 소개한 뒤, 기시다 총리와 한-일 양국 문화와 스포츠 등 관심사를 공유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이달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글로벌 어젠다에 대한 좋은 말씀을 기대한다”고 말했고, 윤 대통령 또한 화답했다고 한다. 이날 김건희 여사와 기시다 유코 여사는 진관사 수륙재 의식을 함께 관람했는데, 만찬장에서는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다고 김은혜 수석이 전했다.

    수륙재는 물과 육지를 헤매는 외로운 영혼들의 넋을 위로하는 불교의식이다.

    이날 만찬에는 한국의 지역 특산물을 재료로 한 숯불 불고기, 한우갈비찜, 구절판, 탕평채, 민어전, 냉면, 자연산 대하찜 등이 식탁에 올랐다.

    일본 술 ‘사케’ 애호가인 기시다 총리의 취향을 고려해 만찬주로는 경주법주 초특선이 올랐다. 대통령실은 “우리 청주 가운데 최고로 손꼽히는 천년고도의 명주”라고 소개했다. 후식으로는 궁중에서 즐겨 먹었던 개성약과와 식혜 등을 제공했다. 두 정상 부부는 정원 산책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찬은 지난 3월 윤 대통령 방일 당시 기시다 총리가 준비한 ‘극진한 환대’에 화답하는 차원이다. 당시 일본 쪽은 스키야키가 유명한 긴자의 식당에서 1차 만찬 자리를 마련한 뒤, 오므라이스를 좋아하는 윤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해 128년 역사의 도쿄 경양식집에서 친교 자리를 마련했다.

    당시 1차는 부부 동반 만찬으로 진행됐고, 친교 자리는 두 정상이 통역만 대동한 채 만나 한국 소주와 일본 맥주를 섞은 ‘화합주’를 즐겼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이 지난 윤 대통령 방일 때 신경을 써줬던 만큼 이번에 사적 공간에 기시다 총리를 초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실무 방문으로 방한한 기시다 총리를 공식 환영식 등 격을 높여 예우했다. 기시다 총리는 앞서 이날 오후 3시35분께 군악대의 환영 연주를 받으며 부인인 기시다 유코 여사와 함께 대통령실 청사 1층 출입구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기시다 총리 부부와 악수하며 두 사람을 맞았다. 윤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를 착용했으며, 김 여사는 분홍색 계열의 치마 정장을 입었다. 기시다 총리는 검은 짙은 남색 정장에 무늬가 있는 어두운색 계열 넥타이를, 유코 여사는 베이지색 계열의 치마 정장을 착용했다.

    기시다 총리는 외국 정상을 맞이하기 위한 청사 리모델링 공사 뒤 처음 맞는 외빈이다. 정부는 기시다 총리에게 이례적으로 최고 수준의 경호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방명록에 일본어로 ‘따뜻하게 맞이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회담 전 방한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일본 총리가 현충원을 방문한 것은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총리 이후 12년 만이다. 기시다 총리는 유코 여사와 함께 현충원에 입장하며 ‘국기에 대한 경례’ 구호에 태극기를 향해 허리를 숙인 뒤, 현충탑에서 분향하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해 묵념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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