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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즈 사건파일]㉜ 드라마 ‘더글로리’식 사적 복수, 현실에선 징역형
    문화 광장 2023. 2. 24. 16:32

    [비즈 사건파일]㉜ 드라마 ‘더글로리’식 사적 복수, 현실에선 징역형

    “4년 전 집단 괴롭힘 외면”… 금품 요구해 징역 1년

    가해자 사칭해 가해자 소속 단체에 ‘죽이겠다’ 협박행위도

    ”SNS 발달로 폭력 행위 다양해져… 현실에 맞게 관련 법 개정해야”

    입력 2023.02.24 06:00
    사기나 횡령, 배임 같은 경제범죄는 자본주의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보이스피싱이나 전세 사기 같은 범죄는 서민들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기도 한다. 정부와 검경이 경제범죄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수법 탓에 피해 건수와 액수는 매년 늘고 있다. 조선비즈는 경제범죄를 심층적으로 파헤쳐 추가 피해를 막고 범죄 예방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편집자주]
    학교 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18년 만에 찾아가 처절한 복수극을 펼치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가 화제다.
    피해자 ‘동은’은 십수년 간 복수를 계획한 뒤 가해자들을 찾아가 큰 가방을 주며 “돈을 가득 채워오지 않으면 폭로하겠다”고 말한다. 시청자 중 일부는 과거 학교 폭력 피해를 떠올리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나도 복수를 하고 싶다’는 호소하거나 ‘학교 폭력 복수하는 법’ 등을 물어보는 문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법적 처벌을 피한 학교 폭력 가해자들에 대해 가해자가 ‘사적 복수’를 실행한다면 징역형까지 살 수 있다. 직접적 폭행이 아니라 협박이나 명예훼손을 한 경우에도 처벌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섣불리 감정적 대응에 나서선 안되고 폭력이 이뤄질 당시 수집한 증거로 고소를 하는 등 법적 테두리 안에서 처벌 받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교폭력 가해자 이사라(김히어라 분)에게 돈을 요구하는 피해자 문동은(송혜교 분). /더글로리 방송화면 캡처
    과거 초등학교 동창에게 학교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30대 A씨는 2021년 12월 31일 경상북도 상주시의 한 식당 앞에서 가해자인 B씨와 시비가 붙어 말다툼을 벌이다 소주병을 B씨에게 여러번 휘두르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등 폭행을 해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혔다.
    지난해 9월 28일 대구지법 상주지원(최동환 판사)은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더글로리’의 문동은은 가해자 일당 중 한명인 화가 이사라에게 폭로를 볼모로 돈을 요구했는데 이런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지난 2015년 10월부터 2017년 4월까지 부산의 한 소극장에서 단원으로 근무했었던 C씨는 2020년 10월 28일쯤 해당 소극장을 운영했던 D씨에게 전화를 걸어 “4년 전 소극장에 있을 때 다른 단원들이 저를 때리고 괴롭혔고, 선배님께 이야기했지만 무시하고 모른 척했었다.
    그 일로 정신병이 생겼고, 녹음해두었던 녹취록을 증거로 해서 선배님께 복수하려고 한다”며 “다른 단원들이 (폭행을)시작했지만, 선배님이 막지 않아서 이렇게까지 된 것이다.
    이번 주 내로 모든 일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리고 녹취록을 편집해서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
    C씨는 ‘옛날 일로 협박할 시 일주일 안에 돈을 상환하고 모든 법적 책임을 받는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쓰고 D씨에게 300만원을 빌렸다.
    그러나 C씨는 돈을 받은 후 일주일 만에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트(뜨)려놓고 300만원을 빌려준 것으로 퉁쳐지는게 마땅하다 생각이 드냐”며 “이번 주 수요일 오후 6시까지 밀린 임금 1800만원을 주면 아예 없던 일로 하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고 추가 금액을 요구하기도 했다.
    C씨는 경찰에 붙잡혔고, 2021년 9월 8일 부산지법 동부지원(서근찬 판사)은 공갈·명예훼손·협박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가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사칭하는 행위도 처벌을 받는다.
    지난 2020년 12월쯤부터 온라인에서 유명 연예인에 대한 학교 폭력 피해 폭로가 연이어 터져나왔을 때, 학교 폭력 피해자 E씨는 가해자들을 가장해 그들이 소속됐던 학교나 단체에 협박 편지를 발송했다.
    그는 가해자들이 속해있던 운동단체나 대학교에 가해자의 이름으로 ‘소속 직원을 죽이겠다’, ‘성범죄를 저지르겠다’는 내용의 협박편지를 보냈다. 지난 2021년 8월 12일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김인택 부장판사)은 협박·협박미수 혐의로 기소된 E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비단 학교 폭력이 아니더라도 각종 범죄 용의자를 직접 제재하는 ‘응징’ 행위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난 5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이종채 부장판사)는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을 쫓아 피해금 1200만원과 휴대전화 등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는 20대 유튜버 2명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씩을 선고하기도 했다.

    일러스트=손민균
    학교 폭력을 당할 당시에 복수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과 주변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생겨 대응을 하지 못했다가 시간이 흘러 사과를 받아야 겠다고 마음 먹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복수에 나서면 오히려 다양한 혐의로 고소·고발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홍푸른 디센트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인터넷에 학교폭력을 당한 사실을 폭로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피해자는 억울하겠지만, 형사 고소를 진행하는 등 법적인 대응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만약 현재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다면 폭행일 경우 폐쇄회로(CC)TV 영상이나 사진을, 협박일 경우 SNS 메신저 캡처나 녹음을 하는 등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폭력을 목격한 친구의 증언 등도 효과적인 증거다”고 조언했다.
    피해자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구조적인 근절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법무부 청소년범죄예방위원인 김성훈 부산외대 특임교수는 “요즘 청소년들은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얻는 정보가 많아 법의 맹점을 다 알고 있다. 범죄 또한 지능화가 돼 성인 뺨치는 범죄들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학교에서 발생하는 범죄 유형, 연령대, 학교폭력 신고 조치 유형 등을 전수조사 해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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