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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기관엔 9%, 개인엔 4%…증권사 이자 횡포에 개미만 '눈물'
    지금 이곳에선 2023. 2. 21. 20:30

    [단독] 기관엔 9%, 개인엔 4%…증권사 이자 횡포에 개미만 '눈물'

    서형교 기자

    입력2023.02.21 18:22 수정2023.02.21 20:12 지면A3

    같은 주식 빌리면서 기관엔 9%, 개인엔 4%

    개미 울리는 증권사 '이자 횡포'

    대차거래 중개 '깜깜이'

    정보 투명성 낮은점 이용

    개미 대상 과도한 이익 취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증권사가 헤지펀드 등 공매도 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대차거래 중개 영업’을 하면서 기관·외국인과 개인에게 차별적인 수수료(이자)를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는 기관·외국인은 물론 개인이 보유한 주식을 차입해 이를 다시 공매도 투자자에게 대여하는 중개 영업을 하는데, 주식 차입 과정에서 유독 개인에게만 낮은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 투명성이 낮은 점을 이용해 증권사가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21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국내 대차시장과 주식대여 서비스 현황’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국내 7개 대형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NH·KB·키움·신한)는 작년 6~11월 대차거래 중개 영업을 하면서 개인 고객에게 기관·외국인보다 많게는 연 3~5%포인트 낮은 주식 차입 수수료를 지급했다.

    증권사들은 HLB생명과학 주식을 기관·외국인에게 빌릴 때는 연 9.2%(가중평균 기준) 수수료를 지급했지만 개인에게 차입할 때는 연 3.9% 수수료만 줬다. 증권사는 이렇게 차입한 주식을 헤지펀드 등에 대여할 때 연 12.14% 수수료를 받았다. 대한전선 대차거래 중개에서도 기관·외국인에게는 연 6.4%, 개인에게는 연 3.5%의 차별적 차입 수수료를 지급했다.

    HMM 두산에너빌리티 씨젠 한국BNC 등 다른 공매도 잔액 상위 종목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공통적으로 발생했다.

    윤 의원은 “증권사들이 대차시장의 정보 투명성이 낮은 점을 악용해 기관·외국인에 비해 개인에게 적은 수수료를 주면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갱 된 개미' 15兆 주식 빌려주고 쥐꼬리 이자…증권사 배만 불려

    대차수수료 개인 홀대·기관 우대

    “말 그대로 ‘깜깜이 시장’입니다. 개인 투자자가 손해를 보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본인이 피해를 보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증권사들이 대차거래 중개 영업을 하면서 개인에게만 유독 낮은 수수료(이자)를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21일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증권사들이 정보 투명성이 없는 대차거래 시장에서 개인 보유 주식을 ‘배불리기’에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무줄 수수료에 개미만 눈물

    대차거래란 당사자 간 합의로 주식을 대여·차입하는 장외거래다. 외국인과 기관, 전문투자자 요건을 갖춘 일부 개인이 이용한다. 대차거래를 통해 빌린 주식은 차입금 담보용 등으로도 활용되지만 대부분은 주식을 공매도하는 데 쓰인다.

    공매도를 하려는 헤지펀드 등은 일일이 주식을 차입하는 게 번거롭기 때문에 증권사의 중개 서비스를 이용한다. 증권사들은 통상 개인 고객이 보유한 주식을 대차거래 중개에 활용한다. 수수료 수익을 얻고자 주식대여 서비스에 가입한 개인이 보유한 주식이 대상이다. 이 서비스에 가입한 개인 보유 주식 전체를 ‘리테일풀’이라고 부른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7개 대형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NH투자·KB·키움·신한투자)의 전체 리테일풀 약정 금액은 15조1299억원(지난해 11월 말 기준)에 달한다. 증권사들은 리테일풀에서 주식을 구하지 못할 경우 기관·외국인 고객에게서 주식을 빌린다.

    국내 7개 대형 증권사는 지난해 6월부터 6개월간 공매도 잔액 상위 10개 종목을 빌릴 때 리테일풀에서 1억3655만 주, 기관·외국인으로부터 5196만 주를 차입했다. 개인에게서 빌린 주식이 160% 넘게 많았다. 문제는 같은 주식을 빌리면서 증권사가 개인과 기관·외국인에게 다른 수수료(이자)를 지급한다는 점이다. 대형 증권사는 기관·외국인에게 평균 연 2.8% 수수료를 줬다. 반면 개인에게는 평균 연 1.0% 수수료를 지급했다.

    종목별로 보면 격차가 더 크다. HLB생명과학을 빌릴 때 기관·외국인에겐 연 9.2%(가중평균 기준) 수수료를 지급했지만 개인에게는 연 3.9%만 지급했다. 대한전선을 빌릴 때는 기관·외국인에게 연 6.4%, 개인에게 연 3.5%를 줬다. 씨젠의 경우도 기관·외국인에겐 연 4.4%, 개인에겐 연 1.9%를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막대한 기회비용을 치러야 했다. 기관·외국인 이자와 개인 이자의 차이(1.8%포인트)에 전체 리테일풀 약정 금액(15조1299억원)을 곱해 단순 추정해도 개인은 연 2723억원의 기대수익을 날렸다는 추산이 나온다.

    개미 돈으로 배불리는 증권사들

    한 증시 전문가는 “증권사는 리테일풀에서 못 구한 주식을 기관으로부터 빌려 일정 정도는 기관에 비싼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증권사들이 대차 수수료가 공개되지 않는 점을 악용해 개인에게 지나치게 적은 이자를 준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기관마다 다른 수수료로 주식을 빌려주는 문제도 드러났다. 예를 들어 A운용사는 지난해 6월 14일 대한전선 2640주를 연 18.0% 수수료에 빌렸다. 같은 날 B운용사는 대한전선 2653주를 연 6.0% 수수료에 차입했다. 같은 날 동일한 주식을 빌렸음에도 수수료가 3배 차이 난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비즈니스적으로 관계가 깊은 운용사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수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자본시장법상 신의성실 의무를 위반한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투자자의 이익을 해하면서 자기가 이익을 얻거나 제3자가 이익을 얻도록 해서는 안 된다.

    대차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근본적으로는 대차시장의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퀼렌드(Equilend)’, ‘브로드리지(Broadridge)’ 등 민간 대차계약 플랫폼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3022127141?utm_source=naver&utm_medium=naver_newsstandcast&utm_campaign=newsstandcast_naver_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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