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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상도발 ‘부자유별’ 후폭풍, ‘50억 클럽’ 상자 다시 열린다 [논썰]
    지금 이곳에선 2023. 2. 20. 11:24

    곽상도발 ‘부자유별’ 후폭풍, ‘50억 클럽’ 상자 다시 열린다 [논썰]

    등록 :2023-02-18 09:00

    수정 :2023-02-19 09:48

    안영춘 기자 사진

    1심 ‘뇌물 무죄’ 판결에 여론 들끓고 ‘특검론’도 급부상
    고비마다 등장하는 뒷거래 정황, ‘대장동 비극’의 씨앗

     

    [논썰] 곽상도발 ‘부자유별’ 후폭풍, ‘50억 클럽’ 상자 다시 열린다. 한겨레TV

    50억원에 대한 ‘부자유별’(父子有別) 판결이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곽상도 전 의원의 뇌물죄 혐의를 두고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건 지난 7일. 그리고 일주일 만인 14일, 정의당이 ‘50억 클럽 뇌물 사건’ 특검법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는 몇가지 쟁점을 두고 부딪치고 있지만, 특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인허가 관련 의혹 수사에 총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마침내 16일에 구속영장까지 청구했습니다. 

    반면, 50억 클럽 의혹은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요. 50억 클럽 멤버로 거론되는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기소된 곽상도 전 의원마저 무죄가 나오자 여론이 들끓었고, 특검론이 급부상하게 된 겁니다. 검찰이 자초한 측면이 다분합니다. 더구나 50억 클럽 의혹은 검찰에서 가욋일로 치부해서는 안 될 강력한 뇌관을 품고 있습니다. 인허가 관련 의혹과 더불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양대 축으로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왜 그런지, 차근차근 짚어보죠.

    [논썰] 곽상도발 ‘부자유별’ 후폭풍, ‘50억 클럽’ 상자 다시 열린다. 한겨레TV

    정권교체 뒤 사실상 중단된 수사

    50억 클럽 의혹이 처음 불거진 건 2021년 9월 말. 이른바 ‘찌라시’라고 하는 정보지에 이름이 돌면서부터입니다. 출처는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이었습니다. 유력 법조인들과 정치인들 이름이 등장합니다. 김만배가 이들에게 각각 50억원을 주기로 하고 온갖 청탁을 한 정황이 장기간에 걸친 대화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녹취록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김만배의 발언 내용 자체는 별도의 증거로 입증돼야 한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사안별로 정황을 따져볼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습니다. 더욱 강력하고 치밀한 수사가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개중 곽상도 전 의원은 물증이 똑 떨어졌습니다. 아들이 화천대유 1호 직원으로 6년 일하고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것입니다. 파장이 커지자 곽 전 의원은 국민의힘 탈당에 이어 의원직까지 내려놓았고, 검찰은 지난해 2월 그를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는데, 1년 만에 1심에서 무죄가 나온 거죠.

    여기까지는 다들 아시는 내용일 겁니다. 반면, 녹취록에 함께 거론된 다른 5명에 대해서는 기억이 희미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 중 세명은 검찰이 한두번 소환했고 나머지 두명은 소환했다는 얘기조차 없습니다. 정권 교체 뒤에는 수사가 사실상 중단되기까지 했습니다. 관련자들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일도 거의 없었던 거죠.

    [논썰] 곽상도발 ‘부자유별’ 후폭풍, ‘50억 클럽’ 상자 다시 열린다. 한겨레TV

    곽상도 못지않은 박영수의 정황들

    하지만 녹취록에 언급되는 이들의 대가성 행위 정황을 보면 곽상도 전 의원에 못지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권순일 전 대법관, 곽상도 전 의원, 박영수 전 특검,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정영학이 녹취록에 메모한 순서대로입니다. 이 중 김만배가 몸담았던 머니투데이의 홍 회장만 빼면 고위급 검·판사 출신입니다. 50억 클럽 멤버들의 행위 정황 가운데 눈에 띄는 것들만 짚어도 시간이 한참 걸립니다.

    먼저 녹취록에 가장 자주 언급되는 박영수 전 특검부터 살펴보죠.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 고문을 지냈고, 딸은 화천대유에서 근무했습니다. 딸은 입사 이후 대출금 명목으로 11억원을 받았습니다. 또, 2021년 대장동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2018년 첫 분양가만 낸 사실이 언론 취재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약 8억원의 시세 차를 본 것입니다.

    녹취록에는 김만배가 박 전 특검의 딸에게 50억원을 전달하려고 하는 얘기가 여러차례 나옵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장동 분양업자이자 박 전 특검의 사촌 동생인 이기성이라는 인물이 끼어듭니다. 2020년 7월, 김만배가 이기성을 통해 50억원을 전하는 방안을 정영학에게 얘기합니다. 이런 방식을 먼저 제안한 건 이기성인데, 남욱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자신에게도 50억원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나옵니다. 모두 합쳐 100억원이죠.

    그런데 이 시기는 박 전 특검이 국정농단 사건 특검으로 재직할 당시입니다. ‘우회 전달’이라는 방법이 거론된 것과 현직 공직자라는 점이 연관이 있지 않은지 의심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김만배 일당의 치명적 약점을 잡아 협박했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협박이 성공했는지는 확인된 바 없습니다. 그러나 협박을 당하고 모른 체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둘 다 50억원 명단에 있고, 자식이 화천대유에서 일한 것도 공교롭게 같은데, 곽상도 전 의원 아들에게는 주고 박 전 특검 딸에게는 주지 않았다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 전 특검은 김만배와 이기성 사이에 오간 돈거래나 대화를 전혀 모른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마땅히 강력하게 수사를 해서 진위를 가려야 할 사안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기성을 참고인으로 한번 조사하고 말았습니다.

    [논썰] 곽상도발 ‘부자유별’ 후폭풍, ‘50억 클럽’ 상자 다시 열린다. 한겨레TV

    김만배 일당과의 길고 복잡한 인연

    김만배 일당과 박 전 특검은 언제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을까요. 2011년입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저축은행 부실대출 사건을 수사하던 때입니다. 당시 법원 출입 기자였던 김만배가 이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에게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해준 겁니다. 박 전 특검과 김만배는 전부터 잘 아는 사이였던 거죠.

    그런데 조우형이라는 인물이 간단치 않습니다. 우선 2009년 부산저축은행에서 대장동 땅을 매입하기 위한 종잣돈 1155억원을 끌어온 인물로, 당시 부산저축은행 회장인 박연호의 친인척이기도 합니다. 이 돈이 없었다면 김만배 일당은 사업을 시작조차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10년 넘는 대장동 사건 서사의 뿌리이자 물적 토대가 부산저축은행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대검 중수부는 조우형이 이 대출을 알선한 대가로 10억3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잡고 계좌를 압수수색하고 돈이 오간 내역도 파악했습니다. 그러나 입건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21년 9월 <뉴스타파>가 김만배의 육성 녹음 파일을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중수부에 조사받으러 가는 조우형에게 박영수 변호사가 ‘커피 한잔 마시고 내려오면 된다’고 했는데, 이날 신문을 담당한 검사가 실제로 커피를 타주고 몇가지 물어보더니 실제로 사건이 없어졌다는 취지였죠.

    결국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한 저축은행들의 총 1805억원에 이르는 대장동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도 수사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그날 신문을 한 검사는 아니지만, 이 사건 주임검사는 윤석열 당시 중수2과장이었습니다. 박 전 특검과 윤석열 대통령의 오랜 관계는 익히 아시는 대로입니다. 이와 별개로, 윤 대통령의 아버지 윤기중 교수의 집을 김만배의 누나가 사들이고, 중개수수료까지 포함한 비용 일체를 김만배가 댄 사실이 드러나 대선 때 논란이 됐었죠.

    의외의 ‘키맨’ 조우형, 참고인 조사로 끝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조우형은 2015년 김만배 일당이 참여한 ‘성남의뜰’이 개발 사업자로 선정된 직후 300억원대의 투자를 유치합니다. 

    김만배 일당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꽤 중요한 고빗사위였던 때에 단비 같은 돈이었습니다. 조우형은 김만배 일당의 비자금 조성과 돈세탁에도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나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천화동인 6호의 차명 소유주로 밝혀집니다. 282억원을 배당받았습니다.

    이렇듯 조우형은 대장동 의혹에서 의외로 중요한 역할을 한 정황이 뚜렷합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조우형에 대해 참고인 조사만 하고 끝냈습니다. 왜 그랬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논썰] 곽상도발 ‘부자유별’ 후폭풍, ‘50억 클럽’ 상자 다시 열린다. 한겨레TV

    녹취록에는 2015년 박 전 특검이 대한변협 회장에 나섰을 때, 남욱이 조성한 비자금에서 1억5천만원을 선거자금으로 줬다고 김만배가 말하는 대목도 나옵니다. 박 전 특검의 사촌 동생인 이기성더러 ‘비자금 협박을 그만하라’며 한 말입니다. 

    또, 남욱·정영학·조우형 세사람이 2015년 수원지검에서 ‘횡령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을 때도 이들의 변호를 맡은 건 박 전 특검이었습니다. 

    이 수사에서 남욱은 횡령은 빼고 변호사법 위반만으로 기소됐고, 재판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김만배 일당과 박 전 특검의 관계는 확실히 범상치 않습니다. 곽상도 전 의원 건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가장 크고 강력한 뇌관이라 볼 수 있습니다.

    토요일인데도 김수남 만나야 했던 사정은?

    이번엔 김수남 전 검찰총장 부분을 보겠습니다. 2012년 8월18일, 남욱이 김만배와 대화한 내용을 정영학에게 전화로 전하는 대목입니다. 대화 내용을 보면, 이날 남욱의 부탁으로 김만배가 김수남 당시 수원지검장을 접촉한 뒤 남욱에게 결과를 전달했고, 이를 다시 남욱이 정영학에게 전하는 정황입니다.

    [논썰] 곽상도발 ‘부자유별’ 후폭풍, ‘50억 클럽’ 상자 다시 열린다. 한겨레TV

    남욱은 그날이 토요일인데도 자기가 워낙 급하다고 해서 김 검사장을 접촉했다는 식으로 김만배가 너스레를 떨더라고 말합니다. 또, 김만배가 김수남 지검장과 정말 친하다며, 배성준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한테서 두 사람이 ‘깐부’일 정도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도 합니다.

    배성준 기자는 2015년 천화동인 7호를 설립해 직접 대장동 사업에 참여했고, 120억원이 넘는 배당수익도 챙긴 인물입니다.

    그런데, 2012년 8월이면 최윤길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이 대장동 업자들한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내사를 받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때였습니다. 남욱이 전하는 그날의 김 지검장과 김만배의 대화는 다시 이어집니다.

    취지를 요약하면, 김수남 지검장이 어디서 무슨 얘기까지 들었는지는 자세하게 얘기는 안 하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했고, 김만배가 ‘형(김 지검장), 저 그 최 회장(최윤길 의장)하고 내가 대장동 사업을 하고 있다’며 ‘최 의장 땅이 대장동에 있다는 얘기와 시행사에서 돈 받았다는 얘기 등 별 얘기가 다 있는데, 사실무근이니 그런 줄 알고, 나를 도와줘야 한다’고 했더니 김 지검장이 ‘뭔 말인지 알았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전언의 전언입니다만, 김수남 지검장도 성남지청의 내사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고, 김만배 일당이 김 지검장을 통해 내사 중단을 시도한 정황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또한 당시 남욱이 김 지검장을 만나보도록 재촉한 것은 전언이 아닙니다. 적어도 상황이 상당히 다급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건 분명합니다. 이듬해인 2013년 3월5일 김만배와 정영학의 대화에서도 김만배가 “이게 나가면 욱(남욱)이 나오지 못한다”고 하자 정영학이 “터지면 안 되지 않습니까”라고 맞장구치는 대목이 나옵니다.

    최윤길이 그때 처벌되기만 했더라도…

    그런데 김만배 일당에게 당시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은 대장동 사업을 성사시키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인물입니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대장동을 공영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를 민간개발로 전환하기 위해 공을 들인 주요 로비 통로였으니까요. 그는 지난해 2월 구속기소됐는데요. 김만배 일당한테서 성남도시공사 조례안을 통과시켜달라는 

    청탁을 받은 뒤, 조례안에 반대하는 시의원들이 퇴장한 사이에 조례안을 통과시켰고, 2021년 2월 성과급 등 명목으로 40억여원을 약속받고 화천대유 부회장으로 영입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러나 녹취록에 등장하는 2012년 8월 이후 이듬해인 2013년 3월 즈음까지 수원지검과 성남지청 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만배 일당은 그토록 다급했는데, 당시 실제로 내사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과정을 거쳤기에 최윤길 의장이 그때는 아무 일 없이 빠져나갈 수 있었는지 철저한 수사로 진실을 확인해야 합니다. 반복되는 질문입니다만, 그때 최 의장이 제대로 처벌받았으면 오늘의 대장동 사태가 있었을까요.

    당시 대장동 사업의 국면과 연결해 녹취록의 대화 내용으로 행위 정황을 추정할 수 있는 50억 클럽 인물은 지금까지 살펴본 곽상도 전 의원, 박영수 전 특검, 김수남 전 검찰총장 세 사람입니다.

    [논썰] 곽상도발 ‘부자유별’ 후폭풍, ‘50억 클럽’ 상자 다시 열린다. 한겨레TV

    권순일·홍선근·최재경은 왜?

    권순일 전 대법관의 경우, 녹취록에는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김만배 일당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2020년 9월 대법관에서 퇴임한 뒤 그해 11월부터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다가 대장동 사태가 불거지자 2021년 9월에 그만뒀습니다. 다달이 1500만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녹취록에는 김만배 일당이 사업에 필요한 유력자들을 고문으로 영입해 고문료 명목으로 돈을 주는 방법을 언급하는 대목이 몇차례 나옵니다. 

    권 전 대법관과 박 전 특검은 실제로 실행된 것으로 확인된 겁니다.

    그런가 하면 녹취록과 별개로, 남욱은 “김만배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과 성남제1공단 공원화 무효 소송 사건을 대법원에서 뒤집었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했습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2심의 벌금 300만원 선고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뒤집혔는데, 당시 대법관들 사이에 유무죄 의견이 팽팽히 엇갈리는 가운데 권 대법관은 무죄 취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것이 판결 결과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입니다.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의 경우, 2021년 두 자식을 통해 두차례로 나눠 50억원 가까운 돈을 받았다가 다시 두차례에 걸쳐 몇 달 만에 돌려준 사실을 검찰에 인정했습니다만, 김만배 일당의 사업에 개입한 이렇다 할 정황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만 50억원을 순차적으로 되돌려준 시기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시기에 걸쳐 있습니다. 또, 이자는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최재경 전 민정수석은 녹취록에 10여차례 이름이 등장하지만, 대장동 사업과 연관된 행위가 거론되지는 않습니다.

    녹취록 속 김만배 말, 허풍일 수 없는 이유

    50억 클럽으로 이름이 올려진 6명은 하나같이 녹취록에 나오는 행위 정황을 부인합니다. 김만배의 일방 주장이라는 겁니다. 김만배 자신도 일당들에게 과시용으로 허언을 해서 비용을 부담시키려 했다는 취지로 검찰 조사와 법원 재판에서 말합니다. 

    그러나 곽상도 전 의원은 50억원이라는 현물이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박영수 전 특검의 경우, 50억원 전달 방법을 두고 박 전 특검 사촌 동생과 엮여 고민한 흔적이 뚜렷합니다.

    50억 클럽은 녹취록에 나오는 ‘약속 그룹’의 한 범주입니다. 

    정영학이 녹취록 안에 손으로 따로 그린 약속 그룹 그림에는 훨씬 많은 이름이 등장합니다. 녹취록에도 일부 언급이 있지만, 언론인과 관련한 대목도 이 사건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부끄럽고 참담하지만, 저희 <한겨레> 고위간부를 비롯해 일부 내용이 최근에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이렇듯 김만배의 말이 전적으로 거짓이나 허풍이 아니라는 단서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조사도 안 해보고 사실과 거짓을 사전에 선택적으로 가릴 방법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정영학 녹취록과 그나마 밝혀진 사실관계를 놓고 보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은 한번에 이뤄진 사건이 아닙니다. 김만배 일당에게는 10여년에 걸친 사업이었으며, 시작 단계에서부터 주요 국면마다 부정과 탈법이 동원됐습니다. 그때마다 고위 법조인과 정치인이 등장합니다. 특히 현직 대통령과 특수관계인 인물이 여러 단계에서 도드라집니다. 그리하여 시작도 못했거나 일찍이 중단됐을 사업이 계속되면서, 천문학적인 돈 잔치가 벌어집니다.

    일본에서는 버블경제 붕괴 이후 ‘토건족’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국회의원-건설자본-관료의 ‘삼각 카르텔’을 이르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카르텔 멤버에 전·현직 고위 검·판사가 추가돼야 합니다. 숟가락을 얹고 있는 언론인도 선을 연결해줘야 합니다. 검찰이 왜 50억 클럽 수사에서 스스로 ‘선택적 무능’이라는 비난을 무릅쓰는지 미뤄 짐작해볼 수 있게 합니다.

    [논썰] 곽상도발 ‘부자유별’ 후폭풍, ‘50억 클럽’ 상자 다시 열린다. 한겨레TV

    카르텔 ‘돈잔치’의 직간접 피해자들

    그렇다면 피해자는 없을까요? 왜 없겠습니까. 정영학 녹취록을 집중 보도해온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는 최근 방송에 출연해, 저축은행의 부실 대출과 관련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져 대장동 일당에 대한 대출금이 회수됐다면 대장동 사업은 시작도 못했을 뿐 아니라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피해도 구제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여기에 수많은 국민들의 자괴감과 박탈감도 피해 항목에서 빠뜨릴 수 없습니다.

    당장 검찰 수사 태도에 획기적인 변화가 보이지 않는 한, 50억원 ‘부자유별’ 판결에 대한 여론의 거센 후폭풍은 특검에 대한 강력한 요청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한겨레 논썰>이었습니다.

    기획·출연 안영춘 논설위원 jona@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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