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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보름, 이태원 진실규명의 시간…‘그들’의 행적을 보라
    지금 이곳에선 2022. 12. 23. 12:11

    이제 보름, 이태원 진실규명의 시간…‘그들’의 행적을 보라

    등록 :2022-12-23 07:00

    수정 :2022-12-23 11:41

    손지민 기자 사진

    [이태원 국정조사 풀어야 할 의혹들] ①‘매뉴얼 없던 참사’ 책임은?
    정부는 “지자체 소관” 책임 떠넘기고
    용산구·서울시는 무관심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1월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을 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앞쪽 오른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10월29일 서울 이태원 한복판에서 150명이 넘는 젊은 목숨이 스러진 지 50여일이 지났다. 예고된 참사를 대비하지도, 막아내지도 못한 정부의 재난 책임자 가운데 책임지고 물러난 이는 한명도 없다. 여야는 지난달 23일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에 합의했지만, 내년도 예산안 협상 지연과 국민의힘 불참으로 공전하다 지난 21일에야 첫 현장조사에 나서며 정상화했다. 참사의 윗선을 그대로 두고 진행 중인 경찰 수사가 신뢰성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조사 기간은 전체 45일(1차 시한 1월7일) 중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국정조사 대상에 오른 기관별로 규명해야 할 핵심 의혹들을 짚어봤다.

    “분명히 국가는 없었다.”

    이태원 참사 발생 일주일여 뒤인 지난 11월8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한 말이다. 참사 직후 사과나 유감 표명은커녕 비등한 책임론에도 비켜 가려던 정부가 뒤늦게 내놓은 ‘공식 사실인정’이다.

    정부는 ‘국가 부재’의 이유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의 맹점에서 찾는다. 

    핼러윈 축제가 ‘주최자 없는 행사’였던 만큼 현 법·제도 아래에선 정부가 손 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항변이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마음을 헤집는 발언이 이어졌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회가 국정조사로 규명해야 할 핵심 과제는 이 항변의 타당성 여부다.

    핼러윈 데이 안전을 챙겨야 할 1차 기관인 서울 용산구의 무대응은 이미 뚜렷하게 드러났다. 용산구는 사고 예방의 첫 단계인 ‘행사의 견적’도 살피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참사 이틀 전 연 ‘핼러윈 데이 긴급안전 대책회의’에선 코로나19 방역과 ‘쓰레기 수거’만 논의됐다. ‘행사 안전’은 쏙 뺀 채 다른 의제만 논의된 까닭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핼러윈 행사는 주최 쪽이 없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참사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그 이유는 어느 정도 가늠이 되지만 충분하지 않다. 국정조사에서 관할 구청의 지금껏 드러나지 않은 ‘고려’를 추궁해야 할 까닭이다.

    ‘법적 미비’에 따른 안일함을 받아들이더라도 박 구청장의 참사 당일 행적은 의구심을 남긴다. 그는 당일 고향인 경남 의령을 방문했으며, 귀경 이후 참사 현장과 매우 가까운 퀴논길을 지나면서도 그대로 귀가했다. 참사 이후 국회 현안질의 과정 등에서 의령 지역축제를 방문하지 않은 사실이나 용산구 국회의원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소통한 점은 드러났지만 박 구청장이 용산경찰서 등 유관기관을 접촉하는 등의 ‘적극 행정’에 나서지 않은 점은 국정조사에서 좀 더 살펴야 할 대목이다.

    서울시의 무대응도 들여다봐야 할 과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럽 4개국 9박11일 출장으로 핼러윈 데이 기간 중 자리를 비운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서울시는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여러 의원들이 최근 5년간 핼러윈 안전 대책 현황 등을 요구하자 “핼러윈 안전대책 현황은 없다” “핼러윈 당시 서울시 차원의 대책회의 자료 등 질서유지를 위해 작성한 문서나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대신 핼러윈 기간 코로나19 방역 점검 인원 현황만 공개했다. 용산구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안전 의제가 논의되지 않은 까닭을 집중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0월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재난안전 정책과 대응을 총괄하는 중앙 부처인 행정안전부도 넋 놓고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도적 무대응’을 의심할 만한 정황도 있다. 참사 하루 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견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한 발언은 그 실마리다.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다.” 논란을 빚은 이 발언 뒤 이 장관은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한 말”이라고 해명했으나, 과연 이 장관이 아무런 정보나 보고 없이 문제의 발언을 했는지는 물음표로 남아 있다.

    이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보다도 참사 보고를 늦게 받은 점도 의아한 부분이다. 1~4단계로 이뤄진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의 긴급문자(크로샷)는 참사 당일 단계를 거치느라 이 장관에게 보고가 늦어졌다고 한다. 이 장관은 참사가 발생한 지 1시간5분이 지난 밤 11시20분에 첫 보고를 받았다. 이는 밤 11시3분에 보고받은 윤 대통령보다 17분이 늦다. ‘크로샷 전파 체계’의 특성이라는 정부의 그간 설명이 온전히 납득되지 않는 이유다.

    이 장관에게 닿는 전파 수단이 크로샷을 빼면 없는지, 다른 전파 수단이 이 장관에게 닿지 못했던 까닭이 무엇인지도 국정조사 때 규명해야 한다. 이 외에 경찰, 소방, 군,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 등 재난 관련 기관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단일 소통망인 재난안전통신망이 제구실을 하지 못한 이유도 다뤄야 할 사안이다.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은 물론 서울경찰청, 경찰청 등도 기민한 사전 대응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통령실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국정상황실이 사전에 대비는 하지 못했냐’는 질의에 “국정상황실이 아닌 지자체 소관”이라고 답하며 한발 물러섰다. 위험성은 하위 기관에서 먼저 포착했으나, 상위 기관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용산경찰서 정보과는 ‘핼러윈 축제 기간 안전사고 우려’ 정보보고서를 경찰 내부망에 올려 서울청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별다른 조처가 없었고, 외려 참사 이후 이 보고서는 삭제됐다. 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은 특별수사본부에 입건된 뒤 검찰로 송치돼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장의 ‘사전 위험’ 보고가 상부로 전달되지 못한 대목은 국정조사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손지민 곽진산 기자 sjm@hani.co.kr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72852.html?_ns=r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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