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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라스틱 쓰레기, 분리수거 없이 한 번에 처리한다
    지금 이곳에선 2022. 10. 18. 17:15

    사이언스조선

    과학

    플라스틱 쓰레기, 분리수거 없이 한 번에 처리한다

    [사이언스카페] 복합 폐기물 그대로 처리, 유용 물질 생산

    화학 촉매가 산소 결합시켜 분해

    토양 미생물이 유용물질로 최종 전환

    입력 2022.10.18 07:00
    각종 플라스틱이 뒤섞인 폐기물 더미. 미국 과학자들이 화학, 생물학 공정을 결합해 복합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유용 화학물질을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Science
     
    아파트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그대로 버렸다가는 한 소리 듣기 십상이다. 재활용이 되는 종류와 일반 쓰레기를 구분해야 하고, 용기를 감싼 비닐도 떼고 배출해야 한다. 플라스틱 종류마다 재처리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플라스틱 분리수거로 고민할 필요가 없어질지 모른다. 여러 종류를 섞어 배출해도 알아서 유용 물질로 바꾸는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미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의 그렉 베컴 박사 연구진은 지난 1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화학 촉매와 유전자 변형 미생물을 결합해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이 섞인 쓰레기를 유용한 화학물질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상용화되면 분리수거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어 플라스틱 재활용을 크게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개발된 다른 재활용 기술과 결합하면 처리할 수 있는 플라스틱 종류도 확대될 수 있다.
    페트병, 비닐봉지 섞였어도 한 번에 처리
    베컴 박사 연구진은 스티로폼 포장재를 만드는 폴리스티렌과 음료수병으로 잘 알려진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비닐봉지에 쓰이는 고밀도 폴리에틸렌이 뒤섞인 상태로 재처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수술용 봉합사에 쓰이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를 뽑아냈다.
    고품질 나일론 원료로 쓰이는 베타-케토아디페이트라는 물질도 나왔다. 이른바 업사이클(upcycle)에 성공한 것이다. 업사이클은 페기물을 단순 처리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재활용 방식이다. 우리말로는 새활용이라고도 한다.

    그래픽=이은현
    이번 업사이클의 첫 단계는 10년 전 듀퐁사가 개발한 기술을 응용했다. 듀퐁은 페트병을 화학 처리해 전 단계인 테레프탈산이라는 유기산으로 바꾸었다. 핵심은 화학 촉매로 플라스틱 고분자를 이루는 탄소 결합을 깨고 산소를 끼워 넣는 산화 과정이다. 산소가 들어간 유기산은 미생물이 쉽게 분해할 수 있다. 연구진은 토양 미생물인 슈도모나스 푸티다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분해 능력을 극대화했다.
    베컴 박사는 “1단계는 커다란 망치처럼 산소와 간단한 화학촉매로 미생물이 분해할 산화 중간단계 물질을 만드는 것”이라며 “다음 단계에서 유전자 변형한 토양 미생물이 중간 물질을 유용한 물질로 바꾼다”고 설명했다. 영국 맨체스터대의 마이크 세이버 교수는 뉴사이언티스트 인터뷰에서 “화학 분해와 생물 전환을 결합한 것이 새로운 개념”이라며 “앞으로 여러 종류가 섞인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는 새로운 재활용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생물, 곤충의 분해 효소도 활용 가능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 지구적인 문제이다. 해마다 3억 5000만톤 이상 나오지만, 대부분 재처리되지 않고 땅에 묻거나 그냥 자연으로 배출된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플라스틱 쓰레기 중 재활용되는 비율은 5%에 그친다. 종류별로 처리 기술이 다르지만, 분리수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그냥 버리는 것이다.
    미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는 지금처럼 플라스틱 쓰레기가 버려지면 2050년까지 바다에 무게로 따지면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번 성과는 분리수거 과정을 생략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바로 유용물질로 업사이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실험실 단위의 성과여서, 상용하려면 대규모 공정을 개발해 경제성을 입증해야 한다.
    싱가포르 국립대의 얀 닝 교수는 이날 사이언스에 같이 실린 논평 논문에서 “최종 산물에 대한 수요가 처리하는 폐기물보다 훨씬 적다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처리 공정도 경제적으로 경쟁력을 갖도록 대규모로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자동차 내·외장재와 주방용기에 쓰이는 폴리프로필렌이나 파이프, 비닐하우스를 만드는 폴리염화비닐이 섞인 복합 폐기물도 똑같이 처리할 수 있는지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과학자들이 대장균(가운데)을 이용해 버려지는 페트병(왼쪽)을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바닐라 향 원료로 변신시켰다./위키미디어
    복합 쓰레기 업사이클엔 이미 개발된 여러 재처리 기술을 통합할 수도 있다.
    지난해 영국 에든버러대의 스티븐 월러스 교수 연구진은 대장균으로 페트병을 식품과 화장품에 쓰이는 바닐라 향의 원료로 업사이클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앞서 페트를 전 단계인 테레프탈산으로 분해하는 효소를 개발했다. 다음은 이번처럼 미생물인 대장균의 유전자를 변형해 테레프탈산을 바닐라 향의 원료인 바닐린으로 바꾸도록 했다. 플라스틱이 인체에 무해한 식품첨가물로 바뀐 것이다.
    곤충이나 대장균의 효소도 활용할 수 있다. 스페인 국립생물연구센터의 페데리카 베르토치니 박사 연구진은 이달 초 꿀벌부채명나방의 애벌레인 왁스웜(waxworm)의 침에서 폴리에틸렌을 분해하는 효소 두 종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2016년 일본 과학자들은 페트병 재활용 공장에서 발견한 이디오넬라라는 미생물에서 플라스틱 분해 효소 두 종류를 발견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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