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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도 내리는데…무역 적자 안멈추는 5가지 이유지금 이곳에선 2022. 9. 23. 16:19
유가도 내리는데…무역 적자 안멈추는 5가지 이유
[WEEKLY BIZ]
입력 2022.09.15 20:00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14년 만에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만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이어진 무역수지 흑자 기록이 올해 깨지는 것도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무역수지 악화에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혀온 국제 유가가 최근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데도 적자 행진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우려를 낳고 있다.
◇油價 하락에도 커진 무역 적자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5개월 연속 무역 적자는 금융 위기가 터진 지난 2008년(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14년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 1~8월 누적 적자는 247억2700만달러(약 33조5000억원)로 1~8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작년 같은 기간 206억6900만달러(약 28조원) 흑자를 기록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우리나라 무역 적자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것은 유가다. 국제 유가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산유국의 증산(增産) 거부 등으로 올 들어 폭등세를 보였다. 국제 유가의 기준인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연초 배럴당 79달러에서 지난 6월 124달러까지 올라 5개월간 상승률이 60%에 육박했다. 우리나라 석유 수입의 70~80%를 차지하는 중동 두바이유 가격 역시 같은 기간 53% 상승했다.
이에 따라 국내 석유 도입 단가는 지난해 평균 69.4달러(배럴당)에서 지난 6월 113.3달러까지 치솟았다. 석유는 국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5%에 이른다.
그런데 하반기 들어 유가 상승세가 진정됐는데도 무역 적자는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6월 정점(배럴당 124달러)을 찍은 뒤 전 세계 경기 둔화 우려로 기세가 한 풀 꺾인 상태다.
지난 7일에는 가격이 88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7월 이후 대체로 9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내 석유 도입 단가도 지난 6월 배럴당 113.3달러에서 7월에는 103.1달러로 10달러 넘게 떨어졌다. 하지만 무역 적자는 지난 7월 48억500만달러(약 6조5000억원)로 전월(-24억8700만달러) 대비 오히려 23억달러 늘었다. 8월에도 석유 도입 단가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무역 적자는 94억7400만달러로 더 확대됐다.
◇여전히 너무 높은 油價... LNG 폭등도 부담
유가 하락이 무역 수지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가의 절대적 수준이 여전히 너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유가가 올해 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졌지만 수입 물가 부담을 줄이기에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KB증권이 2001년부터 현재까지 국제 유가가 수출입 단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보니, 지난달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88~89달러를 기록했어야 무역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브렌트유 평균 가격이 배럴당 97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10달러 정도가 추가 하락했어야 적자를 피할 수 있었던 셈이다. KB증권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 변동할 때 우리나라 수출 단가는 약 2%, 수입 단가는 약 3% 움직인다. 즉, 유가가 배럴당 90달러에서 99달러로 10% 상승하면 100만원짜리 수입 품목은 약 103만원이 되고, 100만원에 수출하던 품목은 약 102만원으로 오른다.
유가 상승 시 수출 단가가 수입 단가보다 상승 폭이 적어 무역수지가 악화할 확률이 높은 구조다.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이 불안정한 것도 무역 적자 악화에 일조하고 있다. LNG는 석유에 이어 국내 수입액 중 2위(5.6%)를 차지하는데, 유가와 달리 LNG 가격은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더 가파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가 서방(西方)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 밸브를 걸어잠그자 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겨울철 주요 난방 연료로 쓰이는 천연가스를 비축해두기 위한 확보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아시아 LNG 가격의 기준인 JKM 선물 가격은 지난달 25일 기준 백만 BTU당 69달러를 기록하며 한 달 사이 77%, 연초 이후 129%나 상승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지난달 26개월 만에 감소(-7.8%)한 점, 원유·가스와 함께 국내 3대 에너지원인 석탄 가격이 전년 대비 2.4배(1톤당 171.44달러→415.66달러) 급등한 점 등도 무역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환율 特需 없는 수출
원화 약세로 수출이 늘면 무역 적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주요국의 수요가 둔화되는 터라 환율 특수(特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23.2%), 미국(15.7%), 유럽(9.7%)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하반기 들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을 비롯해 수출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경쟁 관계에 있는 나라 대부분이 달러 대비 통화 가치 약세를 보이는 점도 원화 약세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4분기에도 무역 적자 흐름이 이어져 2008년(-133억달러)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우리나라가 147억달러(약 20조원) 규모 무역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안에 월간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연세대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는 “원화 가치 하락이 수출 증대로는 잘 연결이 안되고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무역 수지를 악화시키는 데만 작용하고 있다”며 “수출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책이 없다면 무역 적자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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