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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급 1천원에 계약조차 없었다…폭로 끊이질 않는 ‘유튜브 노동’
    지금 이곳에선 2022. 9. 8. 20:15

    시급 1천원에 계약조차 없었다…폭로 끊이질 않는 ‘유튜브 노동’

    등록 :2022-09-08 16:23

    수정 :2022-09-08 18:13

    장나래 기자 사진

    [인터뷰] ‘자빱TV’ 유튜브 스태프 2인
    제작자 꿈꾸며 지원했지만 열악한 노동 현실
    장시간 노동에 하혈, 체중감소, 대상포진…
    “비슷한 스태프 많지만, 실태 파악은 아직”
    유튜버 “프로젝트에 대한 건당 계약”

    ‘자빱티브이(TV)’에서 일한 유튜브 콘텐츠 제작자들이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나래 기자

    우리가 매일 보는 유튜브 영상은 업로드되기까지 많은 이들의 손을 거친다. 유튜버뿐 아니라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이름 모를 스태프들의 보이지 않는 열정이 영상에 담겨 있다. 그러나 일부 유튜브 노동자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오늘도 콘텐츠를 만든다. 청춘과 노동을 갈아 넣는 유튜브 노동 실태를 짚었다.

    ㄱ씨의 팀에서 제작한 유튜브 추리극 영상. 기획부터 제작, 연기까지 ㄱ씨가 직접 참여했다. 자빱티브이 유튜브 갈무리

    “유튜브 채널은 한 달에 억대 매출도 올릴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게임 유튜브 채널 ‘자빱티브이(TV)’ 스태프 2명은 채널에 합류한 뒤 지난해 하루 최대 14시간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시급 1천원대의 쥐꼬리만한 돈을 받아야 했다. 

    이들을 비롯한 스태프 15명은 지난 6월 유튜버를 상대로 “프리랜서가 아닌 근로자로 인정하고 1인당 3천만원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유튜브 스태프들이 ‘근로자성’을 다투는 첫 소송이다. 스태프 ㄱ(22)씨는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유튜브 스태프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업계 현실을 바꾸기 위해 소송에 나섰다고 말했다.

    자빱티브이는 ‘마인크래프트’ 등 유명 게임을 소재로 한 채널로 구독자가 많을 때는 14만7천명에 달했다. 모두 20대인 이들은 자빱티브이 ‘팬’으로 시작해 스태프가 됐지만 금세 근로계약서 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현실을 마주했다. 2020년 12월 자빱티브이에서 방송 제작 스태프를 모집한다는 공지글이 팬카페에 올라왔다. 

    채용 우대사항에는 서버 운영 경험과 포토샵 마스터, 3차원(3D) 모델링 가능 여부, 건축 경력 등 원하는 ‘스펙’이 7가지나 상세하게 나와 있었지만 근무 형태나 급여는 전혀 기재돼 있지 않았다. ‘급여 외 째까난(작은) 복지’로 장비를 사주고 명절 선물을 준다는 내용만 있었다.

    10대 때부터 유튜브 제작자를 꿈꿨던 ㄱ씨는 바로 지원서를 냈다. 

    ㄴ(29)씨도 지난해 5월 스태프가 됐다. 채널 구독자가 10·20대 여성 팬이 많은 만큼, 20명의 스태프 대다수도 20대 사회 초년생이었다. 대부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ㄱ씨는 “페이가 어떻게 되냐고 유튜버에게 물어보면 ‘얼마 받고 싶으세요?’라고 되묻기만 하니, 팬이기도 하고 사회 초년생으로서 ‘내가 예민한 건가’ 싶어 구체적으로 얼마를 달라고 말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스태프들은 세 개 팀으로 나뉘어 팀별로 영상을 기획·제작했다. 하나의 팀은 5~7명의 팀원으로 구성됐다. 이들 업무는 드라마를 만드는 방송 프로듀서(PD)에 가깝다.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주제로 콘텐츠 스토리와 캐릭터를 구성해 기획하고, 서버와 시스템을 구축한 뒤 3D 모델링에 들어간다. 이어 이미지·음향·영상 작업을 한다. 콘텐츠 하나당 기본 15~40분 정도다. 10개 이하 영상으로 구성된 단편은 보통 한 달, 20~40개 영상으로 구성된 장편은 서너 달 기간을 두고 제작한다.

    지난해 4월 ‘자빱티브이’에서 방송 제작 스태프를 모집한다는 공지글이 팬카페에 올라왔다. 채용 우대사항에는 서버 운영 경험과 포토샵 마스터, 3차원(3D) 모델링 가능 여부, 건축 경력 등 원하는 ‘스펙’이 7가지나 상세하게 나와 있었지만, 그들의 근무 형태나 급여는 전혀 기재돼 있지 않았다. ㄴ씨 제공

    “나날이 발전하는 고퀄” 등 ‘댓글 응원’을 받으면서 ㄱ씨는 커리어를 쌓는다는 생각에 힘이 절로 났다. 하지만 꿈꾸던 일을 한다는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ㄱ씨는 팀에서 단편·장편을 합쳐 모두 38개 영상을 제작했다. 평균 주 6~7일, 하루 최소 5시간부터 최대 14시간까지 ‘죽도록’ 일해야 했다. 

    다섯달 만에 ‘대상포진’으로 병원 신세를 져야 했지만 방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 일을 멈출 수 없었다. 팀에서도 하혈, 10㎏가량 체중 감소, 위염 등을 호소하는 동료들이 점차 늘어갔다고 한다.

    그렇게 9개월가량 일하며 딱 한 번 정산받은 돈은 288만원이었다. 한 달에 30만원꼴로, 시급으로 환산하면 1천원대였다. 결국 지난해 9월 일을 그만뒀고, 임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ㄱ씨는 동료 2명과 지난해 12월 트위터를 통해 문제 제기를 했다. 

    이에 자빱티브이 운영자인 유튜버 자빱은 “과도한 업무량에 건강에 무리가 갈 정도로 업무를 진행하시게 될 것을 인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는 입장문을 냈다. 

    그는 스태프 급여에 대해 “프로젝트에 대한 건당 계약을 진행했다. 인센티브처럼 방송 흥행 성적과 기여도에 따라 대가를 지급한다는 내용을 말씀드렸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 유튜버는 은퇴를 선언했고, ㄴ씨 등 스태프들은 강제 퇴직을 당하게 됐다. 단편 드라마 3편에 참여해 모두 16개의 영상을 제작했던 스태프 ㄴ씨는 8개월 동안 일하고 급여를 단 한푼도 받지 못했다. 스태프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유튜브 채널이 성장한 것에 허탈해한다. 

    접근 권한이 있는 편집자가 확인한 자빱티브이 유튜브 사이트 ‘월별 예상 수익’ 난에는 구독자가 7만명이던 2020년 11월 1억219만원이 찍혀 있었다. ㄴ씨는 “퇴사 직전에 구독자가 14만7천명까지 갔다. 수익 분배만 제자리였다”고 씁쓸해 했다. 유튜버 자빱과 그를 대리했던 법률대리인에게 입장을 물었지만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ㄴ씨의 팀에서 유튜버의 요청으로 일주일이라는 단기간에 만들어냈던 미니게임 형식의 유튜브 영상. 자빱티브이 유튜브 갈무리

    유튜브 스태프 ‘열정 착취’ 논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유튜브 노동’은 채널별로 실태가 천차만별이어서 노동 실태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유튜브 업계 경험이 있는 이들은 △개인 유튜버가 운영을 주도하고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는 채널의 경우 ‘자빱티브이(TV)’ 스태프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노동 조건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빱티브이 외에도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기반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에서만 2015년 이후 ‘열정페이 폭로’가 세 차례 제기됐다. 한 채널은 스태프를 서포터스로 모집해 1년이 넘도록 하루 12시간 무급 노동을 시켰다는 논란이 지난해 말 불거졌다. 자빱티브이 스태프 ㄱ씨는 “게임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기획하다 보니 노동력이 많이 드는 특성이 있다. “다른 유튜브 채널 사례도 우리 사건과 판박이처럼 똑같다.
    2015년 말부터 최근까지 업계에서 폭로가 끊이지 않았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17억원을 번다고 밝힌 ‘대도서관티브이’(구독자 158만명)에서도 직원들이 낮은 연봉과 폭언 등을 폭로한 뒤 집단 퇴사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는 자빱티브이처럼 ‘팬’들이 스태프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유튜버-팬 관계에서 ‘착취’ 가능한 구조가 자리잡은 것이다.
    스태프로 일하는 이들 대부분이 유튜브 일을 꿈꾸기 때문에 문제가 있어도 견디는 경우도 많다. 한 부동산 채널 유튜버는 “일단 해당 채널에 관심이 있어야 작업이 수월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더라도 유튜브 방송에서 홍보한 뒤 채널 커뮤니티나 유튜브 채널 카페와 멤버십 단체카톡방에 공고를 올린다”고 했다. 유튜브 채널 편집자로 일했던 이아무개(23)씨는 “서포터스라는 이름으로 모집하고 급여가 공지 안 된 경우 무급 노동인 경우도 있다. 팬심으로 구인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수십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유튜브 채널도 많지만 영세한 형태로 운영되는 채널이 더 많다 보니 열정페이 문제는 늘 잠복해 있다. 구독자 1천명 이상인 크리에이터 4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 결과(‘개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실태조사 2021’)를 보면, 콘텐츠 제작 참여 인원이 1명이라고 답한 경우가 65.6%로 가장 많았고, 2~3명이라는 답은 28.7%였다.
    편당 제작비용 50만원 이상을 투입하는 채널은 12.7%에 그쳤다. 조사를 진행한 김숙 컬쳐미디어랩 대표는 “보통 초기에는 혼자 시작했다가 스태프 한둘과 함께 하고, 구독자 수가 많아지면 스태프를 늘려가며 규모가 커지는 형태를 보인다”고 했다.
    현재 유튜브 채널 전체 스태프 규모 등 현황과 노동 실태 등은 파악된 것이 없다. 김숙 대표는 “유튜버에 대한 실태조사도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단계라 스태프들에 대한 연구는 아직 이뤄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도 없다. 유튜버들의 기획사라고 불리는 엠시엔(MCN·다중채널네트워크)이 규모를 확대하고 있지만, 엠시엔은 유튜버 대신 사업 연결, 굿즈 기획, 저작권 관리 등의 업무를 주로 대행한다. 유튜버에게 필요한 인력을 찾아주는 곳도 있지만, 스태프의 노동자로서의 권리까지 챙겨주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6월 발의된 ‘개인미디어콘텐츠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안’도 유튜버와 엠시엔 사이 표준계약서 제정과 보급에 대한 내용만 있을 뿐, 유튜버 스태프 표준계약서나 노동 조건에 대한 내용은 없다. 자빱티브이 스태프 ㄴ씨는 “스태프들을 근로자로 인정하고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좋은 콘텐츠도 많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시급# 1천원에 #계약조차# 없었다#…폭로# 끊이질# 않는# ‘유튜브 #노동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580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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